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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고전 소설

《심청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소설로, 조선 시대에 쓰인 한글 소설이며, 판소리계 소설이다. 지은이와 정확한 창작 시기는 알 수 없으며, 80여 종의 필사본, 판각본, 활자본이 전한다.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심청의 지극한 효성 이야기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내용의 인신공희설화, 부모에게 효도하는 내용의 효행설화 등과 같이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소설로 본다. 1912년에는 이해조가 《심청전》을 신소설 《강상련》으로 개작하기도 했다.

1. 심청전의 내용

옛날 황주 도화동에 눈멀어 앞을 못 보는 심학규와 곽씨 부인이 살았는데, 이 부부는 나이 마흔이 되도록 자식이 없는 게 걱정이었다. 자식을 갖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이며 기도를 한 끝에 곽씨 부인은 선녀가 자기 품 안에 안기는 꿈을 꾸고 딸을 낳았다.

하지만 곽씨 부인이 덜컥 병에 걸려 드러눕더니 아기를 낳은 지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혼자가 된 심 봉사는 어린 딸 청이를 동냥하며 정성껏 키웠다.

심청은 예닐곱 살이 되자 심 봉사 대신 동냥을 하러 다녔다. 그러다 어느덧 심청의 나이 열여섯 살이 되었다. 심청은 몸가짐이 바르고 얼굴이 고운 데다가, 천성이 착하고 곽씨 부인을 닮아 손재주가 좋았다. 그때부터는 동냥을 하지 않고 동네 일감을 얻어 살림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하루는 심청이 일 잘한다는 소문을 들은 이웃 마을의 장 승상 부인이 심청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장 승상 부인은 심청이 마음에 들어 수양딸로 삼고자 하나 심청은 눈먼 아버지를 봉양해야 한다며 그 청을 거절했다.

그때 심 봉사는 딸이 늦는 게 걱정 되어 마중을 나갔다가 개천에 빠지고, 마침 그 길을 지나던 몽운사 화주승이 물에 빠진 심 봉사를 구해 주었다. 심 봉사는 부처님께 쌀 삼백 석을 바치고 열심히 기도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화주승의 말에, 그만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심 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기로 한 일이 후회되어 한숨만 자꾸 쉬었다. 그 모습에 걱정이 된 심청이 까닭을 캐어묻자, 심 봉사는 화주승과 한 약속을 털어놓았다. 심청은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는 방법을 알았는데 재물이 없어 행할 수 없으니, 제 몸이라도 사 갈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아버지 눈을 뜨게 해 주세요." 하며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리의 뱃사람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인당수에 제물로 바칠 젊은 여자를 산다고 했다.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자신을 뱃사람들에게 판다.

심 봉사는 심청이 떠나는 날에야 비로소 딸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간다는 사실을 알고, 네가 죽고 내가 눈을 뜬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딸을 붙잡지만, 심청은 떠나고야 만다.

인당수에 이르러 바다는 거세지고 드디어 심청이 바다에 뛰어들 시간이 되었다. 심청은 마음을 다잡고 치마를 뒤집어쓴 채 풍덩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바다는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은 바닷속 용궁에서 귀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한전에 사는 옥진 부인이 심청을 만나러 왔는데, 옥진 부인은 바로 돌아가신 심청의 어머니였다. 심청은 그렇게 용궁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헤어졌다.

한편 심 봉사는 심청이 떠난 뒤에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지냈다. 뱃사람들이 평생 먹고살 양식을 주고 갔지만 심 봉사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마음씨 고약한 뺑덕 어미가 그 사실을 알고 심 봉사에게 접근하더니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뺑덕 어미는 야금야금 심 봉사의 재물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재물이 모두 바닥 나고 남부끄러워진 심 봉사는 짐을 챙겨 뺑덕 어미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심청이 용궁에서 지낸 지 어느덧 삼 년이 되어 혼인할 나이가 되자, 용왕은 큰 연꽃을 준비하여 심청과 시녀 두 명을 연꽃에 태워 보냈다. 연꽃은 순식간에 두둥실 떠올라 심청이 몸을 던졌던 인당수로 향했다. 때마침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뱃사람들이 그 꽃을 건져 올렸다.

그때 나라의 황제는 황후를 잃고도 새 황후를 맞이하지 않은 채 정원을 돌보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우두머리 뱃사람은 연꽃을 황제에게 바쳤다.

하루는 황제가 꽃 속에 세 여인이 몸을 감추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청과 용궁 사는 시녀 둘이었다. 두 시녀로부터 심청이 하늘이 내린 효녀라는 이야기를 듣고 황제는 신하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신하들은 심청을 황후로 받아들일 것을 청하고, 황제는 심청을 황후로 맞이했다.

심청이 황후가 된 뒤로 나라는 더욱 살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심 황후는 언제나 아버지 심 봉사를 마음속으로 걱정했다. 황후의 근심을 알게 된 황제가 황후에게 사연을 묻자, 황후는 말하였다.

"사실 저는 용궁 사람이 아니라 황주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의 딸입니다.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뱃사람에게 팔려 인당수 제물이 되었는데,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살아나 용궁에서 지내다 다시 인간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황제는 사람을 보내 심 봉사를 찾았지만 심 봉사는 이미 마을을 떠난 후였다. 아버지를 찾을 방법을 고심하던 심 황후는 전국에 있는 맹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달라고 황제에게 청했다. 황제는 맹인 잔치에 나라 안의 맹인은 한 명도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심 봉사도 맹인 잔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또가 서울 갈 여비까지 마련해 주어 뺑덕 어미와 함께 길을 떠났는데, 뺑덕 어미가 다른 봉사와 눈이 맞아 심 봉사가 잠든 틈을 타 여비까지 챙겨 도망을 가 버렸다.

심 봉사는 우여곡절 끝에 맹인 잔치 마지막 날 궁궐로 들어가 이름을 말하고 구석 자리에 가 앉았다. 심 황후는 날마다 참석한 맹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심학규란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는 직접 가서 살펴보기로 하고 맹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보았다. 심 황후는 그간 워낙 고생을 많이 한 데다 나이가 들어 얼굴과 행색만 봐서는 아버지를 금방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름을 묻고 그 사연을 듣고 나서 아버지임을 확인했다. 심 봉사는 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눈을 비비고 힘을 주고 하다가 울부짖었다.

그때 갑자기 박이 터지듯 눈이 턱 떠지고, 부녀는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심 봉사가 눈을 뜨자 여기저기서 맹인들이 하나 둘 눈을 뜨더니 다른 맹인들도 모두 눈을 떴다. 그 뒤로 나라에는 태평성대가 계속 되었고, 심 황후의 어진 이름은 길이길이 전해졌다.

2. 심청전의 등장 인물

심청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기품과 예의를 잃지 않는 꿋꿋하고 효심이 깊은 소녀이다. 자신의 처지나 목숨보다 아버지의 건강과 안녕을 염려하는 희생 정신이 강한 인물로, 착하게 살면 결국에는 복을 받는다는 우리 조상들의 권선징악적 사고를 잘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심 봉사
심청의 아버지로, 앞을 보지 못한다. 재물도 잃고 힘도 없어진 양반가의 인물로, 부인이 일찍 죽자 젖동냥을 해 가며 딸을 정성으로 키운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잊고 무리한 약속을 해 딸을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무능력한 아버지로 그려지기도 한다.

곽씨 부인
심 봉사의 부인이자 심청의 어머니로, 심청을 낳자마자 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죽은 뒤에 옥진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용궁에서 살아간다. 신비한 낙원으로서의 용궁의 모습을 한층 부각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뺑덕 어미
심청을 인당수로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심 봉사가 잠시 의지하여 살았던 인물이다. 욕심 많고 거짓말 잘하는 세속적인 인물로, 심 봉사의 어리석은 모습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장 승상 부인
일찍이 남편이 죽고 홀로 자식들을 키워 낸 뒤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름 높은 양반 가문의 부인이다. 한눈에 심청의 됨됨이를 알아보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심청의 고운 자태와 바른 성품을 더욱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

3. 심청전 파헤치기

1) 우리나라의 효 사상

우리나라는 예부터 효를 백 가지 행동의 기본이 된다고 여겨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고조선 시대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의미의 가르침이 널리 전해졌으며, 삼국 시대에는 효심이 깊은 사람에게 상을 주어 모범이 되게 하였고, 고려 시대에는 효심이 깊은 사람을 관리로 뽑는 제도를 실시했을 뿐 아니라, 효를 실천한 사람에 대한 설화를 모아 엮은 《효행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효는 유교 사상을 국가의 근본으로 삼은 조선 시대에 와서 더욱 강조되었다. 효 사상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많은 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충신과 효자, 열녀의 행동을 모아 담은 《삼강행실도》를 비롯하여 서당의 교재로 사용되었던 《동몽선습》, 천자문을 익힌 아이들이 교과서로 삼았던 《이륜행실도》와 《오륜행실도》 등은 어릴 때부터 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심어 주었다.

특히 효에 관한 공자의 말씀을 정리한 《효경》을 우리글로 옮긴 《효경언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를 바탕으로 집안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며, 효도야말로 모든 신분 계층에 골고루 적용되는 최고의 덕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효 사상은 예전부터 우리의 민족 신앙과 같았고, 조선 시대에 이르러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더욱 체계화되고 엄격해진 것이다.

2) 심청전이 전하는 효의 참 의미

《심청전》을 통해 조상들이 전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심청의 지극한 '효'일 것이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효,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어린 심청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깨닫게 해 준다. 효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가 무너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심청전》이 주는 교훈은 그 감동이 더욱 크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한국이 효 사상으로 인류 문명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전 인류에게 효 사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효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심청전》에는 자극적인 소재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것은 주인공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심청이 절대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이루고 세상에 대한 승리를 거둔 것은 희생과 효심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감동을 주고, 선한 마음의 힘을 일깨워 준다.

3) '효'에 감춰진 '효'의 잔혹한 얼굴

우리나라에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험난한 여정을 택한 바리공주 이야기, 병 깊은 어머니를 위해 한겨울에 딸기를 찾아 나선 효자 이야기, 허벅지 살을 잡숫게 해 어머니 병을 낫게 한 상덕 이야기까지 지극한 효성을 다룬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야기 속 자식들은 하나같이 어떤 형태로든 희생을 한다. 그러니까 얼마나 힘든 일을 해내느냐에 따라 효자, 효녀로서의 명성이 달라질 뿐 아니라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효는 사람의 품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공양미 삼백 석 시주를 약속하고 온 뒤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심청은 한겨울에 잉어를 잡아 부모를 모신 왕상과 눈 속에서 죽순을 구해 부모님께 드린 맹종이라는 효자 이야기를 하며 자신 역시 효성이 지극하면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할 수 있을 거라 말하는데, 이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불가능한 것을 기어이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효의 힘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했던 시대라서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자기를 팔아 제물로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말리지 못했다. 심청의 행동이 숭고한 선택, 본받아 마땅한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의 희생을 효의 기준으로 여겼던 사고방식이 '산 제물'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는데도 '효'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인정한 것이다.

나라에서는 의도적으로 효자, 효녀 이야기들을 모아 백성들에게 알렸는데, 나라가 나서서 효를 강조한 데에는, 유교 가치의 확립을 통해 지배 계층의 위치를 단단히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철저한 수직 관계를 당연시하는 윤리적 가치를 가르쳐서 임금과 신하, 양반과 상민의 수직 관계를 단단히 하려고 했던 것이다. 효의 가치가 인간의 기본적 도리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국가 통치와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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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논술 교재 매뉴얼 개발에 참여했으며, 출판사 교육지 편집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고양시 ‘대화 마을 작은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논술 테마 북 《단군 신화》의 원고를 썼고, 중국 고전 《한비자》,《논어》,《전국책》,《서유기》 등에 부속 원고를 썼습니다.《한국사 사전》,《한자 워크북》 등을 기획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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