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소란스러워진 헌재 대심판정'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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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2.22. 오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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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회 소추위원·박 대통령 측의 법리다툼과 신경전 때문만은 아니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방청객들 사이로 변론 전후로 고성과 구호, 박수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심판정에 박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11차 변론 휴정 시간에 국회 소추위원 측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설전을 벌였다. 당시 방청객 대여섯명은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를 향해 “서석구 변호사님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지난 20일 15차 변론에서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이정미 재판장에게 항의 발언을 했을 때에는 방청석에서 “나이도 나보다 어린게”라는 소리와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헌재 대심판정이 소란스러워지는 일들이 빈발해지는 가운데 탄핵기각국민운동본부(탄기국) 등 탄핵을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헌재 탄핵심판의 방청을 촉구하는 글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헌재는 현장 선착순으로 대심판정에 입장 가능한 인원을 1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는데, 오전에 일찍 헌재에 도착해 방청석을 ‘장악’하자는 취지다.

22일 탄기국 인터넷 카페 게시물을 보면, 지난 19일 한 사용자는 다음날로 예정된 탄핵심판 15차 변론에 회원들의 참석을 독려하는 게시물에 “이제까지 (오전) 8시에 도착하면 30명까지 가능하다” “이제까지 5~6명이 헌재 방청하고 지키고 있다”고 썼다. 이 글에는 “김평우 변호사님이 고영태 (증인) 재청구했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참석을 요청한 20일 변론 때는 김평우 변호사가 처음 대리인단 일원으로 출석해 변론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고, 방청석에서 “김 변호사의 변론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고성이 터진 바 있다.

이 카페에는 지난 10일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적힌 내용은 같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글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것이다. 글에는 “온라인 예약 방청권 외에도 30명을 선착순으로 들여보낸다네”라며 “중요한 날에도 빈자리가 많다. 우리 애국게이(게시판 이용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알린다”고 돼 있다.

헌재는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인 등에 개방한 대심판정 방청석 54석 중 30석을 현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배부하고 있다. 당초 헌재는 54석 중 44석은 인터넷을 통해 신청받고, 10석은 현장 선착순으로 배부했던 것에서, 현장 선착순 좌석의 비율을 늘린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초반 운영해보니 인터넷으로 신청만 해놓고 실제로 오지 않는 ‘노쇼(No-show)’ 현상이 발생해 방청석이 많이 비었다”며 “아직 많은 분들에게 인터넷 사용이 서툰 듯해 오프라인 좌석을 늘렸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심판정 내에서 소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 시작됐다. 이정미 대행은 22일 16차 변론에 앞서 “심판정에 계시는 모든 분들은 재판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절대 삼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판정 내 방호원들은 “박수나 야유 등 소란행위를 금지한다”며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으라”고 지시하는 등 평소보다 소란 행위 방지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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