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부산 뮤지션의 시크릿플레이스

음악의 영감과 추억이 깃든 중앙동 카페 '바우노바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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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2. 07:00148 읽음

'행복한 사람들의 예술은 우연으로부터' _해피피플 쿠나


 모든 역사는 우연의 반복과 그 우연 간의 필연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어떤 우연한 계기를 통해 특정한 사건이 우연적으로든 필연적으로든 일어나고, 또 이로 인해 다른 사건이 우연적으로든 필연적으로든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은 우연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요. 우연한 장소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써 내려가는 <해피피플>의 보컬 쿠나(하창욱)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첫 번째 순서로 부산 유일의 루츠 레게 밴드 <해피피플>의 보컬, 쿠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색함을 이기는 방법 먼 산 바라보기

Q.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려요.

A.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산 유일의 루츠 레게 밴드, <해피피플>의 보컬 '쿠나'입니다. 성이 '하'씨라서 '하쿠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밴드 <해피피플>은 말 그대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뜻이고요. '히피'의 어원이기도 해요.

Q. 지금 이 장소가 쿠나님께 아주 특별한 장소라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A. 이곳은 중앙동에 있는 카페 <바우노바 백산>이라는 곳입니다. 주로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거나, 가사를 써야 할 때 자주 찾는 곳이에요. 일단 저는 중앙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고요. 원도심이라 지금은 인구가 많이 빠져나간 곳이긴 하지만, 임시수도가 있던 유서 깊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볼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고 하여튼 굉장히 재미있는 동네에요. 걸어 다니다 보면 재밌어 보이는 간판도 많이 있고 숨겨진 명소들이 많은 곳입니다.

'한성1918 생활문화센터'를 지나 보이는 카페 바우노바
중앙동 바우노바 입구
바우노바 백산 전경

저의 시크릿 플레이스인 <바우노바 백산> 카페도 그렇게 찾아냈어요. 우연히 발견한 장소인데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처럼 모든 것이 완벽했고 그 완벽함 속에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 것들이 곡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인테리어도 이쁘고 커피도 맛있어요. 무엇보다 핸드드립 커피를 리필 해주는 곳이라는 점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게다가 다른 원두로 리필해 줍니다!! 그리고 꿀케이크라는 저의 인생 케이크도 있고요. (하하)

핸드드립 커피와 쿠나님의 꿀케이크

Q. 혹시 이곳에서 만든 노래가 있다면 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A. 바로 최근에 냈던 앨범 <Home>의 수록곡 <얼기설기>라는 노래를 여기서 만들었어요. 당시에 복잡한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힐링하다가 천장을 봤는데, 얼기설기 나무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것을 봤어요. 아, 이렇게 사람들이 얼기설기 모여 사는 게 인생이구나 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천장을 보고 영감을 얻은 곡 <얼기설기>

Q. 저도 들어봤는데 노래가 좋더라고요. 근데... <바우노바 백산>과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던데요? (하하)

A. 그렇긴 하죠. <바우노바 백산>은 좀 세련된 분위기인데 저희 노래는 좀 루츠하죠.

Q. '루츠하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A. '전통적이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이 공간과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면 어떤 노래일까요?

A. 제일 처음 이 카페에 들렀을 때, '에디 하긴(Eddie Higgins)'의 <Autumn Leaves>가 흘러나왔어요. 그때 완전히 이 장소에 꽂혔던 것 같아요. 찰떡이었어요. 한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바우노바 백산의 테라스


Q. 우연한 장소와의 인연으로 곡이 탄생하기도 하고, 그 장소와 어울리는 완벽한 노래가 발견되기도 하는군요. 음악이란 참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네요. 혹시 이곳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으신가요?

A. 에피소드라... 음악 관련 미팅을 할 때도 자주 이용하는데요. 최근에 냈던 EP 앨범 <Home> 작업 중에 저희 프로듀싱을 맡아 주셨던 <윈디시티>의 '김반장'님과 여기서 미팅을 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를 추천해 줬을 때, 거의 다 만족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유일하게 부정적 반응을 보이신 게 '김반장' 형님이었어요. 비싸다고

해피피플의 첫 번째 EP 앨범 ‘Vacation’ 표지 거리공연 중 만난 인연으로 결성된 6년 차 레게밴드 <해피피플>은 2016년 싱글앨범 <그대는>으로 데뷔하여 2020년 2월 EP 앨범 <Home>까지 총 14곡의 음원을 발매하며 열심히 활동 중이다.

Q. 오! <윈디시티>의 김반장님! 유명하신 그분 말씀하시는 거죠?! 하긴 커피값이 7,000원이니 조금 비싸긴 하네요.

하지만 여긴 리필을 해주는걸요. 그리고 여긴 정말 저만의 소울 플레이스에요. 음악적 영감이 쏟아지는 곳이죠. '김반장' 형님도 나중에 나가실 때는 만족하고 나갔어요.

윈디시티의 리더이자 노래하는 드러머 '김반장'

Q. 뮤지션으로서 부산에서 음악을 계속하고 계시는데 어떠신가요. 부산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A. 부산 음악씬은 일단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아요. 누구나 밴드를 만들고 나서 공연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 무대에 설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어요. 저희도 그랬고요. 서울보다는 경쟁률이 낮아서 그런지 몰라도 축제나 행사 때 공연 섭외 받기도 쉬운 것 같고요. 

Q. <해피피플>이 음악을 잘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부산에서 음악을 하시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저희가 공연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밴드 활동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보컬 강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축제나 행사 말고 상설적으로 공연을 할 장소가 여의치 않고, 보러 오는 관객도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인디 음악씬의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두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부산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면 시민분들도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저희 음악도 더 사랑받을 수 있겠죠. 그렇게 되길 기원합니다.

Q. 네. 저도요. 부산뿐만 아니라 전 모든 국민이 해피피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A. 딱히 원동력이 필요할까요. 숨을 쉬는 것처럼 하는 거죠. 밥 먹듯이.

Q. 뮤지션에게 실례되는 질문이었군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에 이런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공간이 있으실까요? 부산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인을 위한.

A. 음... 생각은 안 해봤는데... 아!
외국에 공연이나 여행 갈 때마다 제가 찾는 곳이 바로 레코드 샵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부산에도 레코드 샵이 많았는데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어서 아쉬워요. 일본이었나? 거기 레코드 샵은 아예 건물 전체가 레코드 샵으로 되어 있어서 층별로 다른 장르 음악들을 찾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너무 좋아서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께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 시크릿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숨 쉬듯 음악을 하는 뮤지션. 해피피플의 보컬 ‘쿠나’님의 최애 자리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노인이 되어서까지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제 음악이 사랑받아야겠죠.
최근에 남미 아르헨티나 지역에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음악 작업을 하다가 인연이 닿아서 지구 반대편에 친구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이 친구들과 계속 교류하며 남미 쪽에 음반을 발매하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 영어 가사로 노래도 쓰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최근 미얀마 분들을 위해 만든 제 솔로곡 <As you Believe>라는 노래가 있는데, 미얀마 시위 때 숨진 19살의 소녀 '에인절'을 추모하는 곡이에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꼭 '에인절'이 믿는 대로 미얀마 상황이 잘 해결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곡입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우연히 마주한 시크릿 플레이스가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함께 느껴요.


하쿠나 @hakuna_hp
해피피플 @happypeople_official_page

SP. 바우노바 백산
A. 부산 중구 백산길 9
O. 12:00~22:00, 일요일 휴무

바우노바백산
부산광역시 중구 백산길 9
지도보기

.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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