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식될 줄 알았는데…" 변이 바이러스 습격사건, 연말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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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어느새 3000명 훌쩍 넘어
연말 집단 면역 장담 못해

인도·남아공發 변이 특히 위험
백신 효능 현저히 떨어뜨려

바이러스 학자 10명중 9명은
"코로나, 위력은 약해지겠지만
결코 종식되지 않고 남을 것"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퇴치 걸림돌로 '변이 바이러스'가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26.8%(18일 기준)로 변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해외 유입 및 국내 확진자 모두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검사(유전 변이 발굴 검사·genome-wide association study)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실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변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의 변이(Variants of Concern)'와 '관심의 변이(Variants of Interest)'로 구분하는데 국내 방역당국이 사용하는 '기타 변이'는 미국 캘리포니아·필리핀·러시아발 등 '관심의 변이'를 말한다. '우려의 변이'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 변이를 뜻하는데 WHO는 이달 10일 인도발 변이를 '관심의 변이'에서 '우려의 변이'로 추가했다. 인도발 변이의 전염성과 파괴력이 매우 강하고 이와 유사한 변종이 여러 개 확인돼 심각하게 본 것이다.

지난 18일 0시 기준 영국·남아공·브라질·인도발 등 4종에 감염된 국내 사례는 총 1113명이다. 이 중 영국발 변이가 904명으로 가장 많고 남아공 변이 111명, 인도 변이 87명, 브라질 변이 11명이다.

여기에다 이들과 접촉력이 확인돼 사실상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간주하는 1457명을 포함하면 총 2570명에 달한다. 이 밖에 '기타 변이'로 분류되는 미국 캘리포니아(552명), 뉴욕(14명), 영국·나이지리아(9명), 필리핀(6명) 등 유래 변이 사례 581명까지 합치면 국내 전체 변이 감염자는 3151명으로, 30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변이 바이러스는 특성상 종류가 많아지면 독자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한국발 변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S형, V형, L형, G형, GH형, GR형, 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주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G형(한국은 GH형)이지만, 영국·브라질발은 GR형, 남아공발은 GH, 인도발은 G/452R.V3 등이다.

바이러스는 속성상 변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변이는 인류에게 공포지만, 바이러스엔 생존을 위한 진화다. 바이러스는 증식할 때 스스로를 복제한다. 이 복제 과정에서 일종의 '불량품'인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런 돌연변이들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처럼 돌연변이를 막는 교정 기능이 없어 변이가 많이 일어난다. 코로나19의 변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은 '스파이크(돌기)단백질'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피감염자 호흡기 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하는데 스파이크 단백질 머리 부분에 변이가 생기면 아미노산 역시 변이되어 유전자 구조가 바뀌게 된다. 영국발 변이도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 'N501Y' 변이로, 501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타이로신(Y)으로 치환됐다. N501Y 변이 바이러스는 호흡기 세포의 ACE2 수용체에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전파력이 빨라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변이는 염기서열이나 아미노산 수준에서 차이가 나타날 뿐 그 특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자체가 변한 변종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가 변이 바이러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백신 효능을 무력화해 전염력(전파력)을 높이느냐, 중증도를 높여 치사율을 높이느냐, 치사율 자체가 높아지느냐 때문이다. 아직도 변이에 대한 연구가 안 된 게 많고 실제를 알기 전에는 절대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싸 무력화시키는데, 변이가 생기면 항체의 바이러스 결합력이 떨어지고 전염력이 빨라진다"며 "변이가 주류로 변신하게 되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은 변이 바이러스를 시드 바이러스로 해서 다시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은 도망자와 추적자의 관계인 셈이다.

20일 현재 약 140개 국가에 퍼진 영국 변이는 전염력이 43~90%로 빠르지만 백신 효과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는 약 90개국, 50개국에서 각각 발견되고 있는데 전파력은 1.5배, 1.4~2.2배에 달한다. 남아공 변이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항체에 의한 중화능력이 현저히 줄고 재감염의 잠재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AZ 백신은 10.4%, 노바백스 백신은 50~60%, 얀센 백신은 57%로 효능이 감소한다. 브라질 변이는 중증도 및 사망이 45% 증가하고 백신의 중화능력이 줄어 재감염은 6.4%로 추정된다. 화이자 백신의 중화능력이 유의하게 줄고 AZ 백신은 유증상 질환 예방에 효능을 보였고 모더나 백신은 중화효능이 있다. 영국발 변이는 중화능력이 약간 감소하지만 전반적으로 백신의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모더나 백신은 중화효능이 있고 AZ 백신은 유증상 질환 예방에 74.6%, 노바백스는 유증상 질환 예방에 86% 효능을 보이고 있다.

인도발 변이는 치명률과 전파력이 엄청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정확한 역학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의 중화능력은 일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건당국은 인도발 변이에 대한 백신 예방 효과가 9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발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인도 변이의 감염력이 영국 켄트 지역에서 발견된 변이보다 50%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교수는 "변이가 확산되면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을 형성해 올 연말 마스크를 벗겠다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집단면역 도달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로 변이 바이러스를 꼽는다. 백신 접종을 마쳐도 변이가 번지면 또다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백신 부스터샷을 검토하는 것도 변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부스터샷은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하거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로 맞는 백신을 말한다.

미국 앤서니 파우치 박사(국립알레르기 감염병연구소장)가 언급한 대로 집단면역은 고정된 목표가 아니라 '움직이는 표적'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코로나19는 변이도 많고 계속 변화되고 있어 바이러스 퇴치 목표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고 목표한 적도 없다. 정부에서 목표로 한 것은 일상생활 회복"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네이처'가 각국의 면역학자, 감염병 연구자, 바이러스 학자 등 119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89%가 "앞으로 전 세계 인구 사이에서 순환하는 '엔데믹 바이러스(endemic virus)'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결코 종식되지 않고 감당 가능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하나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감기 때문에 사망을 걱정하지 않듯이 코로나19도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기는 상기도 감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데, 종류는 △라이노 바이러스: 코감기 △아데노 바이러스: 목감기 △메타뉴모 바이러스: 1세 미만에서 발생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다. 코로나19는 인간에게 새롭게 들어온 신종 바이러스이지만 감기와 친척이다. 실제로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나은 경험이 있다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어도 채혈해서 조사해 보면 마치 코로나19에 대한 반응이 있는 것처럼 나온다. 또한 감기 유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코로나19 중증도도 낮아진다. 이를 '교차면역반응'이라고 하며 유사한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생긴다.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지름길은 백신 접종과 함께 마스크 착용, 자주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준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특히 3밀(밀폐, 밀집, 밀접) 공간에 가능하면 가지 말고 가더라도 오래 머무르지 말고 빨리 나오는 게 상책이다.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은 과학에 기반해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인공백신'이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거리 두기는 최고의 '천연 백신'이다. 김성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서울K내과의원 원장)는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실내 환기 등의 개인 위생 수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전파되므로 무더운 여름에도 위생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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