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뺄게요. 아니, 안 뺄게요"… 계약 만료 전까진 '천하무적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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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31.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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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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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보니

6~1개월 전 갱신요구 가능
세입자가 번복 후 버티면
실거주 매수자도 입주 어려울 수도

임대료 5% 넘겨 재계약하면
의무적 1회 더 갱신해야
집주인에겐 오히려 불리할 수도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법안 상정 6일 만에 전격 시행돼 '졸속 입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연이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가 법안 해석 과정에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실상 무소불위로 인정하는 해석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최근 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종료 6개월 전~1개월 전 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설집을 보면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사전에 계약갱신요구권 불행사를 약정할 경우 이는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이러한 불행사 약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이기 때문에 효력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 없이 계약만료 시점에 맞춰 이사하기로 했더라도 갱신요구기간 내라면 얼마든지 이를 번복하고 갱신요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28일 정부가 배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서 중. 사전에 계약갱신요구를 하지 않기로 약정할 경우 이는 무효라는 해석이 담겼다. (제공=국토교통부)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석은 임차인에게 아무런 제약이 없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한 것에 가까워 임대차는 물론 매매 거래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통상의 계약절차 상 남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주택 매수자는 임차인이 맘먹기 따라 자칫 자신의 주거권까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임차인은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로서는 그 이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지 못하면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샀더라도 꼼짝없이 최소 2년간 입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내놓은 해설집대로라면 매도인과 세입자 간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주택 매매 절차가 시작된 후, 세입자가 갑작스레 마음을 바꿔 계약갱신요구를 하더라도 매수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 28일 정부가 배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중. 계약만료기간에 나가기로 합의했더라도 계약갱신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적혀있다. (제공=국토교통부)


실제로 실거주를 위해 임대차 만료를 3개월 정도 앞둔 집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장모씨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위기다. 당초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집을 비워주기로 한 세입자가 말을 바꿔 "못나가겠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매수인이 계약갱신 의무를 승계한다면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부할 권리도 승계돼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러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설집에는 언뜻 임대인에게 유리한 내용도 있다. 계약갱신 시 임대료를 상한률인 5% 넘는 수준으로도 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서가 따른다. 임대인-임차인 간 합의를 통해 임대료를 5% 넘게 올리는 것은 '묵시적 갱신'으로 간주해 "이 경우 임차인은 차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만약 이러한 단서 없이 단순히 5%가 넘는 갱신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 역시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으므로 초과 임대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 시행 후 한달이 넘도록 혼란을 수습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혼선과 갈등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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