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한숨소리 들릴까 조마조마"…어르신 울리는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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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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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장 커지는데…디지털 격차 심화
서울시, '디지털 역량강화 추진계획' 시행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은 키오스크 주문이 쉽지 않아요. 특히 뒤에서 기다리는 청년이 많을 땐 부담스럽죠. 한숨소리라도 들리면 그냥 도망가고 싶어요." (60대, 여성)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면서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도입한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대다수 젊은 층은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지만 고령층 소비자 사이에서는 사용법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27일 서울디지털재단이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기술 이용역량 수준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층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45.8%로 절반에 못 미쳤다. 75세 이상 고령층은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로 패스트푸드점(53.3%)과 카페(45.7%), 음식점(44.4%)을 꼽았다.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등을 제시했다.

또 고령층 5명 중 1명은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부의 도움을 받는 방식은 '전화문의(73.7%)', '지역거점방문(45.3%)' 등이었다.

문제는 점포 무인화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시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키오스크 기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76억3000만달러(약 21조원)에서 2027년 339억9000만달러(약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통업계는 이미 무인 키오스크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에는 홀에 상주 직원이 있어 키오스크 대신 대면 주문이 가능했지만, 최근엔 상주 직원조차 없는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 주문부터 픽업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스마트 특화 매장 'L7홍대점'을 열었다. 기기를 이용해 주문한 뒤 무인 픽업대에서 메뉴를 꺼내는 방식이다. 키오스크의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면 주방에 있던 직원이 나와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고령층이 이용하기에는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외에도 타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물론 카페, 영화관 등 업종을 불문하고 무인 점포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젊은 층과 고령층 사이 디지털 격차 문제가 심화하는 점에 주목, 올 초부터 '서울시 디지털 역량강화 추진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어르신이 자주 모이는 지역에 디지털 안내사 100명을 배치해 키오스크 사용을 돕고 있으며 '어디나지원단' 사업을 통해 디지털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대상으로 1 대 1 교육을 진행 중이다. 키오스크 화면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키오스크 작동법을 실습하는 방식이다. 오는 7월부터는 시내 곳곳에 디지털 안내사를 배치해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의 불편을 현장에서 바로 해소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종수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디지털을 어려워 하는 어르신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고령층이 쉽고 편하게 디지털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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