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석밥 용기 비롯한 ‘OTHER 플라스틱’ 재활용 불가
●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에 비닐조각 붙어도 안 돼
● 배달음식 포장용기 중 재활용 불가 제품 많아
● 소형 플라스틱 제품은 재활용 업계 천덕꾸러기
● 색 있는 음료수병, 샴푸 용기도 일반폐기물行
● 종이컵, 컵라면 용기 대부분이 재활용 불가
●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 자체 수거·대체용기 개발 나선 기업도
김씨가 폐품을 들고 집을 나설 때마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공동주택 관리인이다. 김씨는 “관리인이 재활용품도 세척해 버리는 것이 원칙이라며 설거지해서 버리라고 하는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환경부의) 분리배출지침에도 깔끔하게 물에 헹구기만 해도 된다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지적대로 재활용품은 한 번 물에 헹궈서 배출하면 된다. 굳이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 설거지가 필요할 정도로 오염된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나올 때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오염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도 있다.
그렇다고 즉석밥 용기를 다른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는 것도 어렵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자레인지에 조리가 가능해야 하고 상온에 장기간 보관해야 하니 산소 차단을 위한 소재가 섞여 들어가야만 한다. 중장기적으로 사용한 즉석밥 용기를 따로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 원료로 만든 두 플라스틱을 결합한 제품도 대부분은 재활용이 어렵다. 두 플라스틱을 완전히 떼낼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OTHER 플라스틱과 같은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로는 음료를 담는 페트병이 있다. 재활용하려면 배출할 때 상표가 적혀 있는 비닐을 떼내야 한다. 이때 비닐이 접착제로 붙어 있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최근 사용량이 늘어난 배달용 진공포장 용기도 비슷한 사례다. 음식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 상단을 비닐로 밀봉한 것인데, 비닐이 잘 떼어지지도 않고 떼더라도 완전히 제거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을 온전히 재활용하려면 재질이 같아야 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소재가 다른 경우가 많아서 비닐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사실상 재활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뚜껑을 만들어 덮어도 재활용 불가 폐기물이 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음식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 랩으로 용기를 감싸는데 이 랩이 문제다.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한 PVC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배달전문 음식점을 3개 운영 중인 김모(43) 씨는 “물론 가정용 랩 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가정용 랩을 쓰기는 어렵다. PVC 제품에 비해 접착력과 탄성이 떨어진다.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랩을 사용해 보려 했지만 배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9월 28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활용인 척 깜빡 속인 쓰레기’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내놨다.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이나 비닐 폐품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이 안내문에 따르면 코팅된 종이, 작은 플라스틱, 비닐랩은 분리배출하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 칫솔, 일회용 수저 등이 작은 플라스틱이다. 특히 칫솔은 칫솔모와 칫솔 몸체의 재질이 다를 경우 복합 플라스틱 사용 제품으로 분류된다. 앞서 설명했듯 여러 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은 재활용이 안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은 플라스틱은 세척이 어렵고 재질별로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재활용 폐품 처리 업체에 가도 버려지기 일쑤다. 재활용 폐품 처리 업체 측에서 선별에 시간과 인력이 더 든다며 이를 고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지침을 낸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지침에 우려를 표한다. 아무리 재활용이 어렵다지만 종량제 봉투에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종량제 봉투에 넣은 일반 쓰레기는 땅에 매립하거나 고열로 소각한다. 매립이나 소각이나 재활용에 비해서는 오염물질이 더 많이 발생한다. 플라스틱은 매립해도 썩지 않고 남아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 태운다 해도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립지 부족으로 일반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 처리한다. 대기오염 물질에 관해서는 소각로에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방법을 통해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색이 있는 플라스틱도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 색소 등 불순물이 들어간 플라스틱은 재활용 원료로 가공했을 때 품질이 떨어진다. 샴푸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가 대부분 이 같은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음료수 병으로 주로 쓰이는 페트도 마찬가지. 특히 맥주는 햇빛을 받으면 산화가 시작돼 어쩔 수 없이 색소를 넣는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일단 페트라 수거는 하지만 대부분 폐기물 연료로 만들어 소각한다”고 말했다.
원래 색이 있지 않아도 추후에 묻은 색이 지워지지 않으면 재활용 대상에서 멀어진다. 컵라면 용기가 대표적인 예다. 스티로폼에 컵라면 국물의 흔적이 남는다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배달음식을 담았던 용기도 마찬가지다. 국물이나 양념 등 물 세척으로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 남았다면 재활용하기 어렵다.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대부분 카페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해당 카페의 로고가 적혀 있다. 앞서 페트병과 마찬가지 이유로 색을 입힌 플라스틱이어서 재활용 원료로 가공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컵마다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보통 컵 바닥에 어떤 플라스틱을 사용했는지 표기돼 있다. 재활용 폐품 처리 현장에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분류하기가 어렵다. 컵은 투명한 제품이라 확인도 어렵다. 대부분은 분류가 어려워 소각한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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