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인뉴스 강주영]
2020 뮤지컬〈모차르트!〉 10주년 기념 공연 LIVE! '김준수' 편
이제는 홈공으로 만나는 무대
언택트 시대에 다른 것은 다 ‘언택’해도 공연만은 ‘콘택’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공연은 모름지기 공연장에 가서 봐야 제맛이며 배우의 실물을 앞에 두고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 순간 그곳에 있는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이 관객에게 주는, 무대 소속감과 같은, 특별한 경험이다. 이러한 현전성으로 인해 관객들은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몇 번이고 같은 작품을 관람하며 매 순간 다른 느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최근 공연을 집에서 관람하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무료로 조금씩 맛 보여주기를 시작했던 공연 중계 영상은 반년이 지난 지금, 전염병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또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공연의 형식으로 자리잡아 갈 지도 모른다. 일단 마니아 관객들의 경우 이러한 영상물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공연은 봤지만 다시 집에 돌아오면 그리워지는 장면들을 이렇게 소장하고 언제든지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말이다(중계 영상은 소장이 불가능하며 기간 내에만 시청 가능). 오히려 DVD 제작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그렇다면 영상으로 만나는 공연 무대는 어떤 느낌일까? 가끔 유튜브나 DVD 등을 통해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면 그 느낌 그대로라고 볼 수 있다. 음질이나 화질은 기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고 카메라 앵글도 감독의 연출이라 관객은 그저 보이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 공연장에서와는 전혀 다르며, 아쉬움도 크지만 공연장을 방문 가기 어려운 지방에 사는 관객이나 일로 바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직장인들과 학생, 아이가 있어 자유롭게 저녁 나들이가 어려운 과거 한때 뮤덕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준수 모차르트, 일명 샤차르트(시아 준수+모차르트=샤차르트)는 많은 뮤덕들의 가슴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일단 배우 김준수가 가진 에너지와 가창력은 ‘모차르트’라는 자유분방하지만 때로는 여린 아이 같은 예술가를 연기하기에 딱 알맞다고 보여진다.
또 그는 과거 무대 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성숙해 있었다. 더 자연스럽고 능청맞으며 전보다 역할에 몸이 더 잘 맞아들어간 느낌이다. 김준수는 자신이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그 역할에는 김준수 이상이 없을 것처럼 잘 어울리게 연기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다른 모차르트들도 각각 그들만의 색으로 다양한 배우의 연기를 보다 보면 다른 극인가 싶을 정도로 새롭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00회 공연 녹화 중계
특히 카메라에 가까이 잡힌 김준수 배우의 얼굴에는 땀이 항상 흥건했는데 뜨거운 조명 아래 얼마나 열연을 하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다양한 표정은 물론이고 아이돌 출신답게 몸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 치는 연기를 하는 핸드싱크도 잘 맞았으며(카메라 상에서 틀리면 몰입감이 확 감소) 대사의 전달력도 좋았다.
또한 그 특유의 허스키하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도 모차르트라는 인물의 내면을 살리는 데에 도움을 준 것 같다. 다만 어린 모차르트(어린 시절의 모차르트 모습으로 그의 음악적 천재성, 내면, 자아 등을 표현)와의 호흡이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래도 떨어져 있는 둘을 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며 어린 모차르트 배우의 연기가 잘 드러나지 않아 그런 듯 보이기도 하다.
또한 500회 공연이어서인지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 등 전체적으로 무대가 좋았다. 민영기 배우는 뻔뻔하면서도 얄미운 관록의 대주교의 역할을 잘 해내었으며 아르코 백작과의 연기도 호흡이 잘 맞았다. 콘스탄체를 연기한 배우 소향은 모차르트와의 결혼 전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일 정도로 연기 톤을 잘 바꾸었다. 결혼 전에는 어딘가 밝고 귀여운 모습이었으나 결혼 후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연기를 하며 어딘가 성숙해진 표현을 그 짧은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잘 표현하였다.
다만 모차르트의 음악적 성공, 궁중에서의 화려한 생활 등의 장면보다는 그 모차르트의 방황이나 내면의 고뇌와 어두움, 아버지와의 갈등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다소 우울하고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한 장면들도 나온다. 한국의 자식 교육 문제의 한 가닥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자식에 대한 집착과 자꾸만 비뚤어지는 부자 관계 등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무대로 올라가서 한 마디 해 주고 싶을 지경이다. 이리하여 비운했던 가족의 마지막은 일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기에 시원하게 질러주고 몸을 흔들어대는 장면들도 많다. 공연장에서와 달리 멋진 장면이 나오거나 배우의 노래가 마음에 들면 나 홀로 박수를 쳐도 좋다. 좋아하는 넘버를 배우의 목소리에 맞춰 따라 부를 수도 있고, 원한다면 일어나서 춤을 출 수도 있다. ‘VVVIP’석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공연, 나쁘지 않은 연휴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영 within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