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버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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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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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버려졌습니다....

저도 한때는

귀한 대접을 받고 살은 적이 있습니다

챙김을 받고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뽐을 낼 때도 있었지요

사는 게

다 거기서 그기라지만

이젠 늙고 병들었다고

한쪽 방 귀퉁이에 버려지듯

내동댕이 쳐질 줄은 몰랐습니다

애써 남의 아픔 보듬어 주고 나면

혹 자신에게 옮길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개쳐질 땐

참 많이도 아파하고 아파했습니다

이젠 저를 보고

"더러운 놈"

하며

빈정대기까지 합니다

자기는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도 없으면서 말이죠

내 신세가

왜 이리되었는지....

이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드물더이다

몸과 마음도 지쳐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남의 아픔은 보이더이다

이젠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나를 희생해

남을 빛내주며

다른 이를 위해 재 쓰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보렵니다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 그런 착함”도

같이 간직한 채 말입니다

참!

제 이름은 걸레입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빨아도 빨아도 시커먼 넌 걸레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하지만

다 닳을 때까지 더러운 것을 닦아주는

너의 착함은 어디서 오는지

걸레는

버려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해 재 쓰임을 다하는

너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더러운 곳 닦고 나면

자기 몸에 혹 더러움 묻을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개쳐지는 너

그 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드물다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닦아주기가 그리 쉬운가

더러운 것을 닦아주니

걸레는 참으로 착하다

남과 싸울 때

"걸레 같은 자식"

이라 욕하지 마라.

넌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은 있더냐

"더러운 놈"

하며 빈정대지 마라

너는 살면서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닦아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보이는 곳은

빤들빤들 광내놓고

너를 구석에 내팽개치는 건

“위선”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남에게 보이는 나

남과 대립한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고 산다

남과 같이 보폭을 맞추고

남과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하며

"나다움의 가치"를

잃고 사는 건 아닌지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걸레의 그런 착함”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