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지금, 연금개혁의 기본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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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을 말한다 ①] 노후소득보장의 대화 장 열려있다 [주은선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연금개혁특위 공익위원]
 
4차 재정추계에 따른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됐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개혁 특위)'에서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과 직결된 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 <프레시안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국민연금 주요 개혁 과제와 쟁점에 대해 전문가 기고를 10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span>

연금개혁에 관한 재정안정 도그마를 넘어서 

연금개혁에 절대적으로 옳은 단 하나의 방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금개혁 기본 방향을 이야기하는 서두치고는 김빠지는 얘기 아니냐고? 오히려 연금개혁에 하나의 정답만 있다고 말하는 도그마가 한국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고, 미래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런 도그마의 대표적인 예가 그 동안 한국 연금개혁 논의를 지배해 온 소위 '재정안정화', '기금고갈론'이다. 국민연금 재정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실 국민연금이 지금 재정위기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재정위기론은 정확히는 '현 사회경제적 상황의 추이가 지속될 때 2040년대 이후에 발생할 국민연금의 재정상황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향후 20년만 본다면 국민연금 재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발생할 2050년대에 대비하는 방법은 지금 연금급여액을 깎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이고,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국민연금의 급격한 급여삭감과 이로 인한 용돈연금 논란의 지속이다. 더 큰 문제는 소위 중간층도 노후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적연금 강화라는 원칙

단 하나의 정답으로 연금개혁 방향을 말할 수 없다면 과연 연금개혁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선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지금의 극심한 노인빈곤과, 수십 년 후에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질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볼 때 어떤 형태로든 공적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즉, 공적연금제도는 되도록 많은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를 이유로 공적연금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고령화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에 많은 나라의 연금개혁 보고서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 1 원칙인 공적연금 급여의 보장수준이 적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에 더해 포괄적이어야 하며, 제도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한국 연금개혁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 어떤 개혁도 이 원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를 실현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100명의 전문가가 100가지 방안을 이야기하고, 2018년에 제시된 정부 연금개혁안이 현행유지안을 제외하면 세 가지였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렇다고 모든 연금개혁 방식이 앞서 언급한 원칙에 충실하며, 우리 사회에서 적용 가능할 것인가? 특히 현재 연금제도의 상황과 우리 사회의 전망에 비춰볼 때 실현가능한가의 문제는 중요하다. 정답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정답은 아니다. 과거 한국 연금제도 변화의 역사와 우리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비춰 2019년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자. 

ⓒ프레시안

2019년 연금개혁의 최우선 과제, 국민연금 강화

지금 2019년 연금개혁에서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연금 강화'라고 생각한다. '연금제도는 빈곤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사회보험방식 공적연금의 취지에 충실하게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것이 지금 한국 연금개혁의 최우선 과제이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인구 약 20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는, 일하는 사람들(노동자, 자영자, 농어민)에 대한 핵심 노후소득보장제도이다. 국민연금 강화는 현재 일하는 사람들의 노인빈곤 예방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즉, 한국사회에서 일정 기간 이상 일하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들은 기본 수준 이상의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러한 국민연금 개혁은 빨리 이루어질수록 미래 연금급여액 인하를 막는 효과가 커진다.  

한국 연금제도에 대해 용돈연금이란 비판이 나온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2018년 9월 현재노후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의 65% 이상은 연금액이 40만 원에 못 미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짧은 가입기간으로 급여액이 낮았지만 앞으로 나올 불만과 비판은 2007년에 있었던 국민연금 급여삭감이 너무 큰 폭으로 이루어진 탓이다. 2007년 당시 기준소득대체율(평균소득자가 평생 버는 소득의 평균 대비 연금액 수준)이 60%였던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최종 40%까지 삭감되기로 결정되었다. 지난 2018년에 낸 보험료에 적용된 기준소득대체율은 45%였고, 앞으로도 2028년까지 매년 0.5%씩 떨어진다. 최종적으로는 평균소득자 기준 국민연금 급여를 무려 1/3 삭감한 것이다. 

그 결과는 미래에 발생한다. 즉, 지금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현재의 노동자들과 지역가입자들, 앞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와 보험료를 낼 미래세대가 급여를 받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제도는 성숙기에 들어서도 소득대체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2019년 약 22%인 소득대체율은 2050년, 2060년이 되어도 22~23% 사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8년 25세였던 평균소득자는 25년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을 경우 소득대체율이 28.6%에 불과하지만, 2007년 연금개혁으로 급여율이 낮아지지 않았다면 소득대체율이 37.5%이 되었을 것이다. 후세대일수록 급여삭감의 영향은 더욱 커진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으면 향후 국민연금의 빈곤예방 기능은 작동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 

일각에서는 지금 노인빈곤율이 높으니 공적연금제도(국민연금+기초연금)는 빈곤노인에게 집중적인 노후보장을 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적연금의 빈곤해소 기능이 미약한 것은 맞지만, 국민연금은 가능한 한 광범위한 국민, 적어도 중간층에게까지 제대로 된 노후보장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여야 한다. 우선, 노후불안은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성원 대부분이 느끼는 불안이다. 국민연금제도는 기여한 사람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보장성을 갖추는 것이 제도의 기본이다. 일하는 삶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안정성, 이는 국민연금제도의 장기적 존립을 위한 사회적 동의 기반이다. 

노동의 종말에 대한 수많은 전망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다수 중간층은 노동소득에 의존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안정적 노후소득보장은 좋은 복지국가의 주요 요소이다. 또한 지금 노후소득보장에서 기초연금이 되었건,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가 되었건, 아니면 다른 형태의 노인공공부조(?)가 되었건, 빈곤한 이들에게 빈곤해소가 가능한 수준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려면 국민연금 급여는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기여에 의해 연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공공부조급여와 상당한 급여 차이)으로 높아져야 빈곤예방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며, 공공부조제도와 구분되는 존립 의의를 갖는다.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인상하는 안과 50%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장성 강화의 가장 강력하고 기본적인 수단으로 중요하다. 노령연금뿐만 아니라 유족연금, 장애연금 등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소득대체율 45%, 혹은 50%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내부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인상은 저소득층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 또한 사각지대 해소 노력과 크레딧 제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과 같이 가입기간을 늘리려는 노력, 최소가입기간요건 완화, 보험료부과 소득상한 조정 등이 함께 이루어질 때 생기는 효과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2050년에는 국민연금 수급률이 70% 수준에 이를 것이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인상은 더욱 중요하다. 우선 필요한 것은 2007년 연금개혁으로 인한 소득대체율 인하의 효과를 제어하는 것이다. 또한 소득대체율의 추가인상 역시 고려할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어디까지나 미래에 발휘된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에 기대어 국민연금을 방치할 수 없다. 

국민연금 급여 억제의 논거 중 하나는 노후보장의 다층체계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말 국민연금급여가 계속 낮은 상태여도 노후보장을 위해 소득상층은 퇴직연금에, 하층은 기초연금에 의지할 수 있을까? 

우선 기초연금에 대해 말해 보자. 2007년 연금개혁을 통해 도입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삭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오래 낸 가입자는 기초연금 급여가 깎여 이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다. 즉, 지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란  다층체계는 부분적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까? 향후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로 볼 때, 넓은 대상에 대한 노후보장을 지향하는 기초연금은 급여를 충분히 제공하는 연금제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노인인구 비중이 40%에 육박할 때 기초연금재정은 관대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는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계속 지탱하기 어려워진다. 2050년대에 기초연금 재정은 마냥 안정적일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경제성장률, 출생률, 고용률 등이 저하되면 국민연금재정과 달리, 일반조세를 통해 조달되는 기초연금의 재정이 안정성을 가지려면 상당한 수준의 조세 증가에 대한 합의를 필요로 한다. 물론 기초연금 강화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는 국민연금 강화보다 재정적으로 더욱 용이한 것이 아님을 알고 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확실한 것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둘 다 강화되어 서로 보완해야 소득하층에게도 최저생계 이상의 노후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상층의 노후보장은 퇴직연금에 맡기자고 하지만, 퇴직연금은 낮은 가입률, 연금수급률, 수익률 등에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은 불안정노동자, 저임금노동자에게 가입과 보장에 더욱 불리하다. 농민과 자영자는 제대로 된 대응제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아직 수급자가 제대로 존재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퇴직연금은 내부의 소득재분배 장치도 없으며, 유족연금, 장애연금 등의 사망과 장애에 대응하는 보장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위 중상층이라 하더라도 주된 노후소득을 퇴직연금에 의지할 수 없다, 퇴직연금은 개선되어야 하지만, 국민연금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퇴직연금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볼 현실에서의 근거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국민연금 재정조달은 다각도로, 보험료율 인상은 점진적으로  

오랫동안 9%로 고정되었던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란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문제는  언제, 얼마만큼 올릴 것인가이다. 우선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능한 한 빨리, 내년부터 보험료율과 수급연령을 인상해야 할 것인가? 

미래 국민연금 재정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에는 650조 나중에는 1500조가 넘어갈 국민연금기금을 인구변화에 대해 완충기금으로 잘 활용한다면, 선제적 보험료 인상보다 적정 시점에서부터 점진적인 보험료 인상도 답이 될 수 있다. 당장의 빠른 인상은 단점도 있다. 빠른 보험료 인상은 연기금과 국민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고용률,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연금보험료를 더 거둬 연기금 규모만 키우고 이를 실물경제가 아닌 국내외 금융시장에 투입한다면 이것이 과연 국민연금제도 지속성 확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경제규모 대비 국민연금기금의 비중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다. 보험료율을 너무 빨리 올리면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에 대비했을 때 금융시장에 돌아다니는 연기금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여기에 계속되고 있는 연금급여 하락까지 더해지면 부작용은 더 크다. 

또한 선제적인 보험료 인상과 기금 적립으로 수십 년 후 재정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많은 이들이 연기금을 쌓으면 인구고령화의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연기금의 현금화(유동화) 과정 역시 당연히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 하에 있다. 만약 이후 어느 시점의 한국 경제구조가 이런 규모의 연기금 현금화를 소화할 수 있다면, 부과방식으로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채권과 주식을 팔아 급여지출에 대한 재원을 마련하든, 조세와 보험료수입만으로 재원을 마련하든 모두 당해 세대의 경제력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은 대규모 연기금이 완충기금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해당 연도의 연기금 규모, 급여지출 규모, 보험료 수입, 그 변화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를 인상해야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과장이다. 70년 후 미래까지 지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한편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관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것은 공적연금에 관한 세대간 재정책임의 문제이다. 지금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며 미래세대에게 매우 불공평한 연금제도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선 국민연금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세대 간에 균등하게 만드는 것, 소위 각 세대의 연금수익률을 똑같게 만드는 것은 공적연금제도 운영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히 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의 공적연금도 사회적 부양을 지향하는 이상, 모든 세대가 낸만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 빠른 보험료 인상은 20~30대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는 것에 솔직해야 한다. 사회적 부양으로 전환되는 속도에 발맞춘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과 지속적인 경제성장,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의 개선을 통해 기금소진 이후의 보험료를 내는 세대의 부담이 일정 수준 이내가 되도록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더 적절하다. 경제성장과 분배개선 없는 보험료 인상은 오히려 미래세대의 짐을 무겁게 만든다. 

또한 세대간 재정책임의 분담만큼이나 계층간 재정책임 분담 역시 중요한 이슈이다. 세대간 공평성 문제는 대부분 계층간 공평성 문제를 가려버린다. 불평등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재정책임의 계층간 분담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소득상층과 사용자 측의 국민연금 보험료에 대한 책임 증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용자측이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에 소득상한을 제거하는 것, 저소득층 보험료 부담에 대한 세제혜택과 같은 부분적인 방안에서부터 완전히 누진적인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체계 재설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계층간 책임분담 구조 변화를 전제로 하는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후소득을 잘 보장하는 연금제도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보험료만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 고용에 관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재정안정은 보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분배, 고용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출산율, 고용률,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증가 전략을 포함한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대안 패키지가 필요하다. 미래 연금제도에 대한 논의는 현재 아동의 건강, 교육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은 적정급여 보장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국민적 합의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20년 간 국민연금기금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점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사회적 합의와 연금개혁

2019년 공적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이 한국 노후소득보장의 핵심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연금액이 적정수준에 다가가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공적연금제도의 존재 의미, 오히려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우리 사회가 국민연금에서 기대할 것이 없고, 노후를 위해 각개 약진할 때 현재의 노인빈곤문제는 완화되기 어렵다. 이에 국민연금 보장성 목표에 따라 소득대체율 인상과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해 제대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연금제도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정하게 말하면 위에 설명한 국민연금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 방향도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대신하는 다른 방법, 뉴질랜드처럼 평균소득의 약 65%(한화로 150만 원)를, 혹은 네덜란드처럼 최저임금의 70%(한화로 약 140만 원)을 기초연금으로 모든 노인에게 제공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물론 이 경우 한국의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에 상응하는 재정확보계획, 즉, 획기적인 세금증가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 기초연금을 증가시키되, 국민연금 급여를 깎는 구조개혁안도 제시된 바 있다. 이 제도로는 기초연금 지급대상이 노인 전체가 아니라면 모든 소득계층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장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도 가뜩이나 낮은 국민연금 급여가 더 낮아질 때 과연 국민연금제도가 사회적 동의를 확보하여 존립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다수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제공하는 급여수준이 좀 더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연금개혁안이 이 두 가지 방향을 배제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장이 열려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연금특위는 적정노후소득보장 확보를 목표로, 그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오랜만에 열린 연금개혁에 관한 민주주의의 장이다. 여기에서의 합의는 노사, 직종, 세대, 여성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이들의 선호와 주장을 반영하며, 어렵게 도달한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도출한 합의의 내용이 무엇일지, 그리고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우리가 노인빈곤사회를 넘어 누구나 인간적 존엄을 지킬만한 노후를 맞이하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인지 달라진다. 2019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금개혁에 관한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은 지금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이들의 노후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복지국가가 계층 분할적인 형태로 갈 것인지 연대적이며 포용적인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 여부 역시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주은선 경제노동사회위원회 연금개혁특위 공익위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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