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터리 3사가 그룹 내 유력인사를 대표인사로 선임하면서 사업역량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핵심 성장엔진으로 판단하고 전폭적인 육성에 들어간 것이다. 전기차의 고속질주에 발맞춰 배터리 시장도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는 “한국이 선진적 기술력과 지속투자에 힘입어 향후 3~4년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해 1~5월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3.5%에 이른다.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배 이상 커졌다. 특히 올해 1~5월 미국 내 전기차 보급 증가 등으로 인해 한국산 배터리의 미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0%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은 배터리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SK온은 지난 17일 이사회,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초창기부터 배터리 사업 기획, 투자 확대 등을 주도해왔다. 앞으로 SK온 성장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맡을 전망이다.
SK온 관계자는 “최 수석부회장의 책임 경영을 통해 중요한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 사업을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SK온을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실린 인사”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략적 인사’로 배터리 사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LG그룹의 최고운영책임(COO)를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을 지난달 1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배로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한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삼성SDI는 지난 7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삼성전자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TF 담당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삼성SDI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부회장을 보유하게 됐다. 그만큼 무게감이 커진 것이다.
중량급 인사를 대표이사로 내세우면서 배터리 3사는 사업·투자 확대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GM 리콜사태 등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말에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SK온은 지역별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하고 투자 확대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손을 잡고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