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월호 최초 보고서, 내용도 조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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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0.19. 오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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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친절한기자들]

참사 당일 청와대-해경 핫라인 녹취록 분석

9시30분에 알 수 없었던 내용 4가지 담겨

①선박 규모 6825t → 9시31분

②18:30 인천 출발 → 9시31분

③56명 구조 → 9시54분, 57분

④09:35 구조세력 → 9시39분, 41분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15분께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고 묻고 있다. 와이티엔(YTN) 화면 갈무리
임종석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청와대 안보실의 공유폴더에서 발견된 지난 정권의 전산 파일을 근거로 “위기관리센터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서를 오전 9시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 있는데, 6개월 뒤인 10월23일 작성된 수정보고서엔 최초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작성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9시30분 보고서’와 10시로 시간이 조작된 보고서 내용은 동일하다. 보고서 안에는 상황 개요와 피해 상황, 발생 시점, 조치 현황 등이 담겨 있”다면서 다만 “(‘9시30분 보고서’도) 2014년 5월15일 9시54분에 수정된 것으로 (전산 파일에) 나와 4월16일 작성된 원본 문서를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가 지난 12일 공개한 ‘9시30분 보고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10시 보고서’
이날 임 비서실장이 9시30분 보고서와 동일하다고 밝힌 ‘10시 보고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증거로 제출한 바 있습니다. <한겨레>는 이를 토대로 ‘9시30분 보고서’가 보고 시점뿐 아니라 핵심 내용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짙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①“사고선박: 세월호(인천-제주 이동 중) 6825톤, 승선원 474명(승객 450명, 선원 24명), 안산 단원고 2학년 수학여행객 다수 포함” ②“경위: 어제 18:30분 인천 출발 오늘 09:00 제주항 도착예정으로 항해중인 세월호가 오늘 08:58분경 ‘침수 중’ 조난신고“ ③“피해사항: 현재까지 56명 구조, 인근 섬(서거차도, 사고지점 북방 7km)으로 우선 이동 예정” ④“조치현황(해경청): 09:35 구조세력(상선 3척, 해경함 1척, 항공기 2대) 현장 도착 구조중” 등입니다. 그러나 청와대-해경 본청 핫라인 녹취록과 해경 본청·서해청·목포해경 상황보고서 등을 종합 분석해보면, 이러한 내용은 청와대가 9시30분께 파악하지 못한 내용입니다.

①세월호 선박 규모(6825t)와 ②사고 경위(18:30 인천 출발)는 9시31분 청와대-해경 통화에서 처음 확인됩니다. 해경 본청은 9시33분 청와대로 보낸 상황보고서에서 세월호를 “6647t 여객선”이라고 소개했지만 9시31분엔 전화로 “6852t”이라고 말합니다. 또 세월호는 전날 오후 6시30분 출항 예정이었지만 짙은 안개 탓에 출항 시간이 오후 9시께 늦춰졌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한 해경 본청이 이렇게 잘못 보고했습니다.



09:31 청와대-해경 본청 상황실 핫라인

청와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것이지요?

해경 본청: 인천에서 제주입니다.

청와대: 인천에서 출발시간이

해경 본청: 6시 그러니까 어제 18시30분에 출항했습니다.

청와대: 도착예정시간요?

해경 본청: 도착예정시간이 오늘 아침 9신가

청와대: 배의 크기는 어떻게 되지요?

해경 본청: 지금 6852(t)입니다.



③피해사항(현재까지 56명 구조)은 해경 본청도 9시30분까지 파악하지 못한 내용입니다. 511헬기는 9시26분, 100t급 경비정인 123정은 9시35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511헬기는 9시46분에 “구조자 6명 서거차도 방파제에 내려놓는다”고, 123정은 9시50분에 “약 50명 정도 본함에서 구조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해경 본청은 9시54분과 57분 청와대에 보고합니다.



09:54 청와대-해경 본청 상황실 핫라인

청와대: 구조인원 얼마나 됐습니까?

해경 본청: 지금 123정에서 한 50명 승선시켰구요.

청와대: 50명.

해경 본청: 그리고 헬기편으로 6명 서거차도 방파제로 이동을 시켰습니다. (중략) 현재 배는 60도 정도 기울었다고 하네요.

청와대: 60도 정도.

09:57 청와대-해경 본청 상황실 핫라인

청와대: 거기서 학생들 옮기는 서거차도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해경 본청: 4마일(7.4㎞)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청와대: 첨에 관매도로 간다고 했잖습니까?

해경 본청: 아 관매도가 아니고 서거차도네요.



보고서에 적힌 ④조치현황(09:35 구조세력)은 물리적으로 9시30분에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관련 정보는 9시39분과 41분, 청와대-해경 본청 통화에서 등장합니다. “9시35분경에 해경 함정이 도착하고 헬기 2대가 구조 작업하고 있다.”(9시39분) “그리고 인근에 지금 상선 3척이 있다”(9시41분)

청와대가 지난 12일 공개한 지난 정권의 전산 파일.
이처럼 ‘9시30분 보고서’에는 청와대가 9시30분에 파악할 수 없었던 정보가 수두룩합니다. 따라서 최초 보고서는 보고 시점만 9시30분에서 10시로 조작된 것만이 아니라 그 핵심 내용도 상당히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전산 파일에 2보, 3보와 달리 최초 보고서는 원본이 없고 5월15일 수정본만 남아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수정본이 10월23일에는 9시30분에서 10시로 보고 시점까지 바뀌었고, 이를 문재인 정권이 발견한 것입니다. 애초에 ‘10시 보고서’가 진품이라면, 박근혜의 청와대가 최초 보고서를 이렇게 거듭해 수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 사후 조작’ 사건을 맡은 검찰은 최초 보고서 원본을 찾아내고 6개월 간의 조작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세월호 관련 조작을 검찰은 이미 밝혀낸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23정 대원들은 2014년 4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공마이크 등으로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퇴선 방송을 했고 선내에 들어가 승객 퇴선을 유도했다고 거짓말하고 그 내용에 맞춰 함정일지까지 조작했습니다. 이 거짓말은 그해 7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검찰의 집중 추궁이 이어지자 김경일 전 123정장이 4개월 만에 조작을 자백했습니다. 김 전 정장은 초동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유일하게 형사처벌(업무상 과실치사·징역 3년)을 받았습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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