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전세기’ 승인 지연 왜?… ‘외국인 엑소더스’ 민심 악화 고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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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30.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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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철수 전세기 운항 일정 변경 두고 해석 분분
중국 29일 밤 ‘30일 1대만 승인’ 통보…30일 오후 늦게 출발
애초 30·31일 4편 투입 계획 변경 불가피
중국과 최종 합의전 계획 공개 부작용
“중국 당국, 외국인 대규모 엑소더스, 민심 부담” 해석도
30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우한에서 온 일본 교민들을 태운 앰뷸런스가 출발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봉쇄’ 상태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발이 묶여 있는 한국 교민들의 철수를 위해 30일 출발 예정이던 전세기 운항 시간이 돌연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30일 “오늘 중 전세기 1편으로 350∼360여명의 교민을 데려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30일과 31일 전세기 2대를 하루 2편씩 투입해 중국 우한 교민 720명을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중국이 29일 저녁 “우선 1편만 운영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통보해 계획이 변경됐다. 주우한 한국총영사관은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간) 긴급공지를 띄워 “중국 측의 허가 지연으로 30일 목요일 임시 비행편 탑승을 위해 오전 10시45까지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공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전세기는 중국 정부와의 협의 끝에 이날 오후 늦게 출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계획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것은 중국과의 최종 협의가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9일 저녁 중국으로부터 ‘우선 1대 운영만 승인할 예정이다’라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중국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막판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승인 예정 통보는 받았지만, 중국 정부가 비행편을 줄이고 시간도 늦춰 최종 승인을 하면서, 애초 정부가 준비했던 전세기 출발 시간이 변경될 수 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정부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일본 등 다수의 임시 항공편 요청이 있기 때문에 중국 측이 우선은 1대만 허가를 내주고 순차적으로 요청을 받는다”며 “모두가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할 수 있도록 추가 임시 항공편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31일에 띄울 예정이었던 전세기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민심을 고려해 외국 정부들이 우한에 전세기를 대거 투입해 ’엑소더스(대탈출)’가 빚어지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전세기도 모두 비행기가 외부의 눈에 덜 띄는 야간 시간에 우한을 출발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국 전세기는 애초 28일 밤 11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29일 새벽 5시에 이륙했고, 일본 전세기는 28일, 29일 밤 1대씩 투입됐다고 미국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우한이 지금 전면 봉쇄돼 수백만명이 갇혀 있는 상태인데, 외국 정부들이 전세기를 잇따라 띄워 자국민들 대피시키는 사항이 외국 언론과 에스엔에스를 통해 떠들썩하게 나오면, 사회 불안이 가중되는 측면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전세기가 덜 드러나는 밤이나 새벽에 조용히 이륙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최종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서둘러 철수 방침을 발표했고 이후 우한 현지에서 교민 철수 준비 상황 등이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한 것은 중국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교통편 등 우한 상황이 좋지 않아 공항까지 오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했고,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교민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게 목표라면, 최대한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보안 유지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우한에서 전세기로 교민을 철수시킨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이를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선 미국과 일본이 전세기 발착 몫을 배정받았다”며 “중국이 어디를 중시하는지 알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먼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도 “28일 오전 비행기 2대를 한꺼 번에 우한에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연기되는 등 혼란스러웠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한국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의 전세기 일정도 애초 정부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에 체류중인 영국인 200명을 데려오기 위해 30일 출발 예정이던 영국 정부의 전세기도 허가 지연으로 예정 시간에 이륙하지 못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김소연 박민희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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