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아니라는 중국 연구진의 주장이 또다시 제기돼 주목된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화난수산시장에서 급속히 확산됐다는 논리여서 ‘실험실 유출설’ 등 기존 추론도 새삼 관심을 끈다.
23일 환구망 등에 따르면 중국 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과 화난농업대, 베이징뇌과학센터 연구원들이 12개국의 코로나19 유전자 샘플 93개를 분석해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냈다.
논문은 일부 환자의 샘플이 화난수산시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다른 샘플은 화난수산시장과 무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는 화난수산시장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에서 유입됐으며, 화난시장에서 급속하게 전파되면서 시장 밖으로 확산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질병의 발생 시점과 사람들에게 확산된 시기로 미뤄보면 화난수산시장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전자 데이터로 추산하면 1월 이전에 바이러스 확산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8일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12월 초나 심지어 11월 하순에 사람 간 전파가 시작됐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또 12월 8일에 이어 1월 6일 또 한 차례 바이러스 확장이 이뤄지는데 이는 설 연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 때 중국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공중 활동이나 외출을 통제했다면 1월 하순의 대규모 확산은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논문은 또 코로나19가 지난해 11월 중하순부터 이미 전염을 시작했을 수 있지만, 최초의 일부 감염자는 단지 가벼운 증상만 보여 이런 상황이 무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논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파는 박쥐에서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다는 추론을 뒤집는 논리다. 그런 분석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제기됐었다.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더 랜싯’에 실린 논문에서도 첫 환자를 포함한 초기 여러 명의 환자들이 우한 시장에 가거나 관련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화난이공대 샤오보타오 교수는 지난 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 ‘리서치 게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화난수산시장이 아니라 우한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나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샤오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천연 숙주인 쥐터우박쥐가 우한에서 900㎞나 떨어진 윈난성이나 저장성 등에 서식하며 식용으로 쓰이지 않고, 화난수산시장에서 쥐터우박쥐를 팔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박쥐 연구가’ 스정리(石正麗)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돼 곤혹을 치렀다.
샤오 교수는 논문에서 “우한바이러스 연구소보다는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가 바이러스 유출 진원지일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주장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화난수산시장에서 12㎞ 정도 떨어져있는데,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는 불과 280m 거리에 있다.
샤오 교수는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과거 실험용으로 박쥐를 대거 잡았고, 여기에 쥐터우박쥐가 포함됐을 수 있고, 박쥐 연구를 하다 오염된 쓰레기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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