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 논문에 쓰여진 이론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떠올랐다. 거래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이를 차례로 연결한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열풍을 타고 IT기술의 프레임도 벗어 던졌다. 편리한 분산저장 기술은 숱한 거래를 일으키며 시장규모를 2022년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까지 키울 전망이다.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글로벌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린다. 이제 블록체인은 네트워킹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세다. <머니S>가 블록체인이 불러올 미래와 현주소, 수혜주를 조명했다. 또 블록체인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대응이 가능할까. 연초부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논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블록체인 육성론과 투기 억제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정부는 올해를 ‘블록체인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반면 가상화폐는 신규계좌 발급을 중단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투 트랙’으로 접근한 것이다.
학계는 “빈대(가상화폐) 잡으려다 초가삼간(블록체인)을 태운다”고 경고한다.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블록체인 시대. 가상화폐 논란 속에 주목받는 블록체인의 현주소와 육성방향을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블록체인+가상화폐=초연결시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거래에 필수조건이라는 입장이 대다수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가상화폐 소유자는 플랫폼 안에서 거래하고 거래장부인 블록을 유지한다. 정부가 금지한 가상화폐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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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사진=뉴시스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건국대학교 특임교수)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범용화하는 데 피 같은 존재다. 피가 돌아야 몸이 움직이듯 블록체인을 형성하려면 참여자(컴퓨터)가 적극 나서야 한다. 여기서 가상화폐는 참여자를 독려시키는 매개체다. 수많은 사람이 코인을 받으려고 블록체인에 몰리고 서로 견고한 체인을 형성한다. 즉, 가상화폐가 있어야 블록체인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와 별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없으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수요가 줄어 반쪽자리 기술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블록체인은 거래비용 없이 정보를 공유하는 퍼블릭과 특정 컴퓨팅 인프라 제공자(노드)가 비용을 지불하는 프라이빗으로 나뉜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이상 개인이 스스로 대가(가상화폐)를 지불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구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초기에는 프라이빗만으로 정보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퍼블릭이 구현돼야 자유로운 결제, 투자정보 수단으로 블록체인이 활성화된다. 정부가 폐쇄형(프라이빗) 블록체인만 고집하면 온라인시대에 인터넷이 아닌 인트라넷만 사용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불법거래는 엄정히 규제하되 모두가 블록체인에 참여하도록 가상화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창업생태계 구축에 ICO 필요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 규제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해외에선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가상화폐를 블록체인의 결제수단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불법자금 거래는 방지하고 신뢰할 만한 거래를 허용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서 블록체인은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블록체인시장이 커지려면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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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사진=박성준 센터장 |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선진국은 블록체인 경제의 기축통화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법정화폐를 추진하는데 우리나라는 투기 과열방지라는 소극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다. 가상화폐 실명제를 도입하고 공유경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관련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차량·숙박공유, 창업지원 등 스마트한 자산이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면 공유경제가 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 자금조달)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PO(기업공개)는 정보를 독점한 벤처캐피털이 돈을 벌지만 ICO는 블록체인 기반에서 경영자금을 수월하게 모으고 블록체인 참가자들은 공개된 정보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투자금이 가상화폐 개발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미국의 한 회계법인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CO로 조달된 자금 37억달러(3조9597억원) 중 4억달러(4280억원)는 증발하거나 분실됐다. 이같은 위험성에 중국과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CO 전면금지를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해외에 본사를 두고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박성준 센터장은 “ICO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최근 코닥은 가상화폐 ‘코닥코인’을 발행하고 ICO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의 원작자와 구매자가 코인에 저장되고 구입한 사람이 해당 사진을 인화하면 원작자에게 바로 저작권료가 지불되는 구조다. 이처럼 중간자 없이 창업자를 도울 수 있는 ICO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물론 불법 ICO 홈페이지를 개설해 투자금을 빼돌리는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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