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260일만의 재회… 1차때와 달리 이틀간 ‘끝장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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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07. 오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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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2차정상회담 D-20]북미정상 27, 28일 ‘베트남 담판’
방북 위해 숙소 나서는 비건 미국 측 북-미 협상 실무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오전 숙소인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미군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방북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다시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동의 핵심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합의 여부다. 북-미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찾는 등 20일 앞으로 다가온 ‘베트남 담판’을 앞두고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의 구체적인 핵 포기 방안과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베트남에서 제시된다면 한반도 안보 지형은 지금과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 도출에 실패하거나 1차 회담처럼 이벤트나 ‘말의 상찬’에 그칠 경우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는 ‘플랜B’, 즉 군사적 조치와 대북제재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일간 얼마나 디테일을 좁히느냐가 성패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을 통해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시각,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마주 앉아 본격적인 회담 조율에 들어갔다. 과거 북한의 핵 협상을 맡아온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미 지난달 스웨덴에서 미국 협상단에 “나는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2차 회담을 위해 꽤 오래전부터 김혁철을 실무 협상용 ‘히든카드’로 준비했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외교부 안팎에서는 비건 대표의 방북 일정에 대해 “(돌아오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오픈티켓”이란 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 번영을 약속했지만 북-미가 번번이 세부 협상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엔 제대로 매듭을 지어 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담판의 성패는 영변 등 핵 폐기, 신고, 검증, 완전 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과 대북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 상응 조치의 순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교가에서 ‘시퀀싱(sequencing)’으로 불리는 이 작업이 한두 단계에서만 어긋나도 전체 프로그램이 흔들릴 수 있는 게 현재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비건과 김혁철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시작했는데 미국이 상응 조치를 안 하면 어쩌나’라는 불안감이 있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북-미는 작은 조치라도 순차적으로 주고받는 ‘행동 대 행동’의 자세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2년여 동안 북-미가 주고받을 카드와 시점을 촘촘하게 채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북-미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이 참여해야 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베트남 담판이 잘 진행되더라도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는 수준에서 합의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이틀로 늘어난 담판도 변수


1,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시간’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은 회동, 오찬, 서명, 산책 등 약 4시간 44분을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회담에 대해 “27, 28일”이라며 이틀이라고 못 박았다. 외교 소식통은 “베트남에서는 장기전을 감수하더라도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담판 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베트남 회담 확정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회담 직전까지 싱가포르로 가서 남북미 공동 종전선언을 하는 구상을 그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북-미 정상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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