휙∼ 먹다버린 음료… 여름철 악취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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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7.04. 오전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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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종로구 쓰레기통 청소현장 가보니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환경미화원이 길거리 쓰레기통에 밤새 쌓인 쓰레기를 꺼내 펼쳐 보이고 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용 음료컵이다. 남은 음료가 길바닥에 흘러나오고 있다. 왼쪽 뒤는 고압 살수차를 이용해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더운 여름 습관적으로 들고 다니다 별 생각 없이 버리는 테이크아웃용 컵이 쌓이면서 ‘태산’이 됐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컵째 버려진 얼음과 음료가 뜨거운 날씨에 녹아 각종 쓰레기와 뒤섞이며 침출수처럼 변해 환경미화원을 괴롭혔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 30분. 이른 시간인데도 서울 종로구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통을 비우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꺼낸 쓰레기봉지는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묵직하다. 안에 흥건히 고인 각종 액체 때문이다.

종로구청 측에 양해를 구해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앞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을 꺼내봤다. 8할이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테이크아웃용 컵과 페트병이었다. 규격도 모두 달랐다. 길거리에도 버려진 컵과 병들이 쓰러지면서 흘러나온 음료로 얼룩졌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들이 발로 차는 바람에 아래쪽이 벌어진 쓰레기통들은 오염과 악취가 더 심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물푸미’라는 이름의 고압 살수차로 쓰레기통 주변과 바닥 곳곳을 씻어냈다.

관광객이 많은 삼청동도 마찬가지였다. 20여 년 경력의 환경미화원 민병권 씨(58)가 정독도서관 앞에서 쓰레기로 가득 찬 봉투를 끌어 옮길 때마다 길바닥으로 고약한 냄새의 액체가 흘렀다. 얼음뿐 아니라 여름철 많이 마시는 과일음료 남은 것이 먹다 버린 떡볶이, 맥주캔, 강아지똥 같은 온갖 것들과 한데 섞이며 썩은 것이다. 종로구청 고동석 폐기물관리팀장은 “쓰레기통 옆에 남은 음료를 버리는 통을 따로 만들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꽉 차서 사람들이 컵이나 병을 담벼락 위에 줄지어 세워 놓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민 씨는 “빈 컵인 줄 알고 치우다 옷과 얼굴에 액체가 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레모네이드 같은 음료에 들어 있던 과일조각은 바닥이나 쓰레기통에 잘 들러붙어 떼어내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말했다. 먹다 남은 커피에 담배를 담가 버리는 경우 악취는 더 심하다고 했다.

이렇게 버린 쓰레기들은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구분하지 않고 인근 자원회수시설로 한꺼번에 보내진다. 이 시설에 와서야 재활용품, 소각용 및 매립용 쓰레기로 나뉜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지 않을 때가 많아 환경미화원들이 일일이 분리할 시간이 부족해서다.

종로구의 경우는 환경미화원 130여 명이 각각 1km 정도의 구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에 최소 세 번 돌며 청소한다. 이렇게 모인 묵직한 쓰레기봉투들을 다시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몸으로 받쳐 차에 싣는 과정에서도 침출수가 온몸에 묻는다.

환경미화원들은 시민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민 씨는 “꼭 쓰레기통일 필요도 없다”며 “화단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기지’ 말고 지정된 쓰레기통이나, 그것도 어려우면 최소한 잘 보이는 곳에라도 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팀장도 “음료를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끝까지 다 마시고 버리라는 것”이라며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얼음이나 생수는 남으면 차라리 목마른 가로수에 뿌려 달라”고 호소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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