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혼란 자초하고 이해·협조만…거세지는 교육부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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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9.01. 오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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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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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1년 유예 후폭풍/직격탄 맞은 중2 학생·학부모 등/일선 학교 현장은 패닉상태 불구/흔한 ‘유감’ 표현조차 없이 변명만/교육계 “혼란 책임부터 인정해야”/시민단체, 회견 열고 ‘사과’ 촉구
“그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주신 국민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2021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을 1년 미루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처럼 동문서답했다.

김 부총리는 “전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수능개선위원회를 꾸려 연구·검토해온 과정을 이어받았으나 8월 말까지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도 변명했다. 김 부총리는 수능체제 개편 1년 연기 발표에서 시종일관 ‘이해’와 ‘협조’ 등의 단어만 반복했을 뿐, 그 흔한 ‘유감’이라는 표현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에 책임이 있지 현 정부에는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교육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설명자료에도 사과 표현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수능 개편 1년 유예, 수능 최저등급 폐지 등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수능 체제 개편 1년 유예 발표로 직격탄을 맞게 된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뿐 아니라 중학교 3학년과 교사들까지 동요하는 등 일선 학교현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중학교 2학년은 졸지에 바뀐 수능을 치르는 첫 세대가 됐다. 중학교 3학년은 수능 체제가 바뀌는 부담은 덜었지만 재수를 선택하기 어려워졌고, 학교 수업과 수능 평가 체제가 다르다는 문제를 떠안았다.

세계일보가 1일 전화 인터뷰를 한 교육 각계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부모 양모(42·여)씨는 “원래는 중3부터 수능이 개편돼 학원 강사나 학교 교사들이 한 번 경험한 상태에서 아이의 입시지도를 맡길 줄 알았다”며 “아이가 고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입시 시기도 바뀔 수 있다는데 중2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2, 중3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부가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며 “원래는 교육부가 수능 체제 개편 시안 1, 2안 중 하나로 가겠다고 발표해놓고 갑자기 유예한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2021학년도 수능체제 개편과 관련해 일부 영역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1안과 전 영역을 절대평가하는 2안 등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입제도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데, 교육부는 이번 유예 발표로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긴 셈”이라며 “교육현장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입 전문가로 꼽히는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는 “교육부가 마치 자기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단지 여론수렴이 잘 안 돼서 수능체제 개편을 미룬 것처럼 보인다”며 “문제가 생기면 뭘 잘못했는지 원인을 알아야 고칠 텐데, 교육부가 남탓과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다음번에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가칭 ‘대입정책포럼’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김 교수는 “문제가 생기면 관련 위원회 만들어서 논의하겠다는 게 참 뻔하고 무책임한 것 아니냐”며 “수능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국가교육회의에 일임하든가, 교육부가 책임지고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행정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고통을 준 김 부총리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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