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2021학년도 수능 체제 개편을 1년 미루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처럼 동문서답했다.
김 부총리는 “전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수능개선위원회를 꾸려 연구·검토해온 과정을 이어받았으나 8월 말까지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도 변명했다. 김 부총리는 수능체제 개편 1년 연기 발표에서 시종일관 ‘이해’와 ‘협조’ 등의 단어만 반복했을 뿐, 그 흔한 ‘유감’이라는 표현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에 책임이 있지 현 정부에는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교육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설명자료에도 사과 표현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수능 개편 1년 유예, 수능 최저등급 폐지 등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세계일보가 1일 전화 인터뷰를 한 교육 각계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부모 양모(42·여)씨는 “원래는 중3부터 수능이 개편돼 학원 강사나 학교 교사들이 한 번 경험한 상태에서 아이의 입시지도를 맡길 줄 알았다”며 “아이가 고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입시 시기도 바뀔 수 있다는데 중2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중2, 중3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부가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며 “원래는 교육부가 수능 체제 개편 시안 1, 2안 중 하나로 가겠다고 발표해놓고 갑자기 유예한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2021학년도 수능체제 개편과 관련해 일부 영역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1안과 전 영역을 절대평가하는 2안 등 두 가지 시안을 제시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입제도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데, 교육부는 이번 유예 발표로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긴 셈”이라며 “교육현장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행정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고통을 준 김 부총리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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