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펀드사고 방치하고선… ‘남 탓’ 뒤에 숨은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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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3. 오전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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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라임·DLF… 감독 실패한 수장이 책임져야” 목소리 커져
금융감독원이 1년여 사이에 DLF(파생결합펀드)·라임·옵티머스 등 총 6조원 넘는 투자자 피해를 낸 사모펀드 사고가 연달아 터지는데도 감독기관으로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금융회사 중징계에만 치중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징계권을 남용해 면피한다는 지적과 함께 감독 수장을 비롯한 핵심 라인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DLF가 마구 팔리는데 수수방관했고, 라임펀드도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우는 등 두 차례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아무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사병이 월북하면 사단장이 옷을 벗는데, 금융 사고로 고객들이 큰 피해를 입었은데도 감독에 실패한 윤석헌 금감원장은 책임지려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6조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낸 사모펀드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금융권에선 ‘금융감독원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친 데다, 일부 금감원 직원은 사모펀드 사기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조직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윤 원장이 답변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특히 금감원은 최근 1년 새 옵티머스펀드를 세 차례 조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대형 금융 사고를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작년 8월부터 김재현(구속 기소) 옵티머스 대표와 송모 이사를 총 세 차례 대면 조사했고 지난 3월엔 옵티머스를 집중관리 대상 사모펀드로 선정했지만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뒤 자금을 끌어모아 엉뚱한 곳으로 빼돌렸고 5100억원 원금이 상환 중단되는 사태로 발전됐다. 실제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 착수한 건 환매 중단 사고가 터진 뒤인 지난 6월 19일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2개월 가까이 서면검사를 진행했었고, (현장검사 일주일 전인) 12일 검사 사전통보도 했다”면서 “검사가 임박하자 옵티머스 측이 환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늑장·부실 대응으로 사모펀드 사고 대형화

지난 13일 국회 국정 감사에선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수뢰한 사실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하자 윤석헌 원장은 오히려 “내부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맞받아쳤다. 사기 투자금 모집 과정에서 금감원 간부 직원이 연루됐는데 윤 원장이 문제 없다고 답한 데 대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윤 원장의 발언이 나온 당일 검찰은 윤 전 국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옵티머스·금감원 유착 배후에 금감원 고위 간부가 더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옵티머스 일당은 금감원을 손쉬운 로비 대상으로 봤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호화 고문단을 구성해서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옵티머스 경영권 분쟁 소송 해결 과정에서 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이 이 전 총리와의 고교(경기고) 동창 인맥을 앞세워 역시 고교 후배였던 당시 최흥식 금감원장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금감원이 VIP 대접을 해준다”는 양 전 고문의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2017년 10월~2018년 1월엔 자본금 부족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옵티머스 핵심 인사들과 9차례 통화하며 “외형만 갖추라”는 등 회사의 회생 방안을 조언하기도 했다. 위기를 넘긴 옵티머스는 본격 사기 행각으로 3000여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지난 5월엔 옵티머스펀드가 투자한 회사에 감사로 있던 변모 전 금감원 수석조사역이 옵티머스 부실을 검사하는 국장·팀장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는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이 하라는 감독은 안하고 컨설팅만 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금 부족에 따른) 적기시정조치에 앞서 회사가 자체 회생 방안을 마련하려는 경우, 그 방안을 설명해주는 건 당연한 절차”라고 했다.

앞서 DLF사태와 관련해선 2018년 암행 검사를 나간 금감원이 하나·우리은행의 투자자 보호가 미흡한 점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투자자와 시민단체의 민원이 접수됐지만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감원은 2018년 말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잘하고 있다며 상을 줬다.

1조6000억원 원금 상환이 중단된 라임펀드를 검사하는 과정에선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파견돼 있던 금감원의 김모 팀장이 검사 현황을 라임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낱낱이 알려주기도 했다. 김 회장과 동향 선후배 관계인 김 팀장은 김 회장이 192억원을 횡령하도록 도운 대가로 월 3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받아쓰고, 친동생을 김 회장 회사에 사외이사로 취직시켜 반년간 2000여만원을 받게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결국 김 전 팀장은 지난 9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고, 김 회장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판매사에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금감원

금감원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자체 징계를 내린 건 지난 16일 라임펀드와 관련된 김 팀장을 면직시킨 게 전부다. 그것도 징역형이 확정된 후에야 내려진 징계조치였다. 스스로 감독 책임을 지는 데 인색한 금감원은 금융사들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일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KB증권 등 증권사 3곳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이 3곳 CEO에 대해 ‘업무정지(정직)’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당국 수장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금융회사 CEO들의 옷을 벗기겠다는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형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을 관리 감독이 아닌 금융사 쪽으로 몰기 위해 징계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올초 DLF 사태 때에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지난 3월 우리금융이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금감원의 DLF 은행 경영진 중징계를 ‘월권’으로 해석하는 결정문을 공개했다. 법적 권한 없이 금감원이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감원은 사모펀드 감독을 늑장 대응한 게 아니라 아예 안 한 것”이라며 “아무리 승인 규제가 느슨한 사모펀드라 할지라도 정부 발표로 사모펀드 판매가 확산됐으면 감독은 금감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이기훈 기자 m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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