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눌러앉은 울산바위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8 :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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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설악산을 바라보면 전면에 보이는 바위가 바로 울산바위다. 거대한 바윗덩이인 울산바위는 울타리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천둥이 치면 하늘이 울린다고 하여 천후산(天吼山)이라고도 한다. 울산바위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조물주가 천하에 으뜸가는 경승을 하나 만들고 싶어 온 산의 봉우리들을 금강산으로 불러들여 심사했다고 한다. 둘레가 4킬로미터쯤 되는 울산바위는 원래 경상도 울산 땅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지각하는 바람에 금강산에 들지 못했다. 울산바위는 그대로 고향에 돌아가면 체면이 구겨질 것이 걱정되어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할 곳을 물색하였다. 그러다가 하룻밤 쉬어갔던 설악이 괜찮겠다 싶어 지금의 자리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울산바위
외설악의 팔기(八奇) 중 한 곳으로, 속초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설악산을 바라보면 전면에 보이는 바위가 바로 울산바위다.

그래서 생긴 또 하나의 전설이 있다. 조선시대에 설악산 유람을 왔던 울산부사가 이 울산바위의 전설을 듣고 신흥사를 찾아가 주지스님을 불러 세우고, “울산바위가 너희가 관장하는 사찰림에 와 있는데 땅세를 물지 않으니 괘씸하기 그지없다. 땅세를 내놓아라” 하였다. 억울한 일이긴 하나 주지스님은 마지못해 매년 산세를 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에 신흥사의 동자승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서 “이제 세금을 주지 못하겠으니 이 바위를 도로 울산 땅으로 가져가시오”라고 하자, 이에 화가 난 울산부사가 “이 바위를 재로 꼰 새끼로 묶어주면 가져가겠다”라고 하였다. 재로 새끼를 꼴 수 없으니 계속해서 산세를 받겠다는 심보였다.

그러자 꾀를 낸 동자승이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 지금의 속초 시가지가 자리한 땅에 많이 자라던 풀로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맨 뒤에 그 새끼를 불로 태워 꼰 새끼처럼 만들었다. 당연히 울산부사는 이 바위를 가져갈 수가 없었고 세금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그 후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의 지역을 한자로 ‘묶을 속(束)’, ‘풀 초(草)’ 자를 써서 속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울산바위 아래에 있는 목탁바위를 뚫고 석굴사원으로 지은 절이 계조암(繼祖庵)이다. 목탁 속에 들어 있는 절이기 때문에 다른 절에서 10년이 걸릴 공부를 5년이면 끝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그래서 그런지 법력 높은 승려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자장율사 이후에 동산, 각지, 봉정이 주지 직을 계승하였으며, 의상과 원효가 이 절에 주석하였다. 불교에서 조사로 일컬어질 만한 승려들이 계속 나왔다고 해서 계조암이라 불린다는 말도 있다.

계조암 아래, 곧 와우암 위에 놓인 크고 둥근 바위가 바로 흔들바위다. 한 사람이나 백 사람의 힘으로 흔들어도 그 움직이는 정도가 한결같으며, 그 모양이 소의 뿔과 같이 생긴 이 바위가 설악산의 명물이다.

설악산의 비선대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7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을 천불동계곡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비선대에서 오련폭포까지를 말한다. 설악산에 있는 대표적 계곡의 하나인 천불동계곡은 대청봉의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사이의 골짜기다. 오련폭포를 지나 골짜기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곳에는 왼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양(陽)폭포가 되고,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음(陰)폭포가 되어 양과 음 두 골짜기가 합쳐져 천불동계곡을 이룬다. 이 계곡을 설악 중의 진설악이라고 부르며, 설악산 중 최고의 경승지로 꼽는다. 골짜기마다 1000여 개의 각각 다른 부처를 옮겨다 놓은 듯한 절승을 이루며 그 경관을 금강굴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와선대ㆍ귀면암ㆍ오련폭포ㆍ양폭ㆍ천당폭포를 비롯하여 비선대ㆍ문주담ㆍ이호담 등 빼어난 경관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와선대
와선대는 큰 너럭바위인데, 옛날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치를 누워서 감상하였다는 곳이다.

와선대는 큰 너럭바위인데, 옛날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치를 누워서 감상하였다는 곳이다. 나무숲이 울창하고 기이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선대는 와선대에서 놀던 마고선이 하늘로 올라간 곳이라고 하며, 그 경치가 금강산의 만폭동과 비교될 만큼 빼어나다. 비선대 부근에서 바라보면 미륵봉 중간쯤에 금강굴이 보이는데, 길이가 18미터쯤 된다. 신라 때의 고승 원효가 불도를 닦은 곳이라고 전해져온다. 천불동이라는 이름은 천불폭포에서 비롯한 것이다.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면 소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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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땅을 구석구석 밟아보고, 그 땅의 자연과 물산과 그 땅에 심어 놓은 조상의 문화를 직접 체험...더보기

  • 저자
    신정일 사학자

    저자는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의 대표로 현재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을 이끈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업들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개의 산을 올랐다. 현재 소외된 지역문화 연구와 함께 국내의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과 숨은 옛길 복원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사건』, 『한국사의 천재들』, 『똑바로 살아라』,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살기좋은 곳 33』,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등 40여 권을 집필한 대한민국 대표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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