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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번복 여부와 무관하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택을 번복해도 환불되지 않는 호텔 숙박료는 매몰비용

경제주체가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불가피하고 모종의 비용 지불도 수반된다.

따라서 선택을 번복하게 되면 비용도 다시 돌려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해외여행을 위해 호텔 숙박료를 미리 지불했더라도, 정해진 기간 내에 이를 취소하면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숙 날짜가 지나면, 대체로 숙박 취소와 무관하게 호텔 숙박료를 전혀 돌려받을 수 없다.

물론 호텔 측과 협상을 잘하면 숙박료의 일부만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선택을 번복해도 이미 지출된 비용 가운데 회수될 수 없는 만큼의 금액을 매몰비용이라고 한다.

고정비용 전부가 매몰비용은 아니다

어떤 사업이든 비용은 크게 생산량에 의존하는 가변비용(variable cost)과 그렇지 않은 고정비용(fixed cost)으로 나뉜다.

예컨대,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려면 식재료, 인건비(가변비용) 등 이외에도 기계 및 집기(고정비용)가 준비되어야 한다.

식당의 테이블, 의자 등의 집기는 고정비용에 속한다.

그런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일정 기간 후에 사업을 접고자 할 경우, 기계 및 집기 마련에 소요된 고정비용은 모두 매몰비용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만일 기계 및 집기 마련을 위해 당초 총 100만 원이 지출되었더라도 누군가에게 이를 50만 원에 팔 수 있다면, 나머지 50만 원만 매몰비용으로 처리된다.

매몰비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선택 자체, 또는 그러한 선택의 금전적 · 비금전적 가치이다.

따라서 당초의 선택을 바꾸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은 대체로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매몰비용은 당초의 선택을 번복해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므로 기회비용이 아니다.

즉, 매몰비용은 엎질러진 물과 같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이 경우 현명한 처신은 잊는 것뿐이다.

유사한 이치로,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것은 금물이다.

합리적 의사결정과 기회비용의 관계 예시를 살펴보면...

어떤 사람이 대학 진학을 위해 연봉 2천만 원의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한다.

이 사람이 오로지 대학 졸업 후 첫 1년간의 손익만을 고려하여 사표제출 여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자.

대학 4년간 총 3천만 원의 학비가 소요되나, 졸업 후 연봉 4천만 원의 일자리가 보장된다고 한다.

이 사람의 졸업 후 첫해 순이익은 얼마인가?

회계학적으로는 1천만 원(=4천만–3천만)이익이다. 반면 경제학적으로는 7천만 원(=4천만–3천만–8천만)의 순손실이 발생한다.

즉, 대학 4년간 지금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총 8천만 원의 연봉 손실이 기회비용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합리적(경제학적) 선택은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이다.

합리적 의사결정과 매몰비용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예시

이번에는 가정을 조금 바꾸어 보자. 이 사람이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할 일을 찾다가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고 하자.

이 사람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직장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므로 대학 4년간 총 8천만 원의 연봉 손실은 대학 진학이라는 선택과 무관하게 회수할 수 없다.

8천만 원은 매몰비용이지 기회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졸업 후 첫해의 경제학적 순이익은 1천만 원(=4천만–3천만)으로서 이 사람의 합리적(경제학적) 선택은 대학 진학이다.

성공 가능성이 없어도 투자를 하게 되는 매몰비용의 함정

어떤 사업이나 제품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나, 결과가 기대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 합리적 결정은 기투자한 비용 회수를 포기하고 해당 사업이나 제품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미 투입된 비용이나 노력이 아까워서 계속해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상황도 종종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매몰비용의 함정(덫)에 빠졌다고 말한다.

이는 매몰비용 회수를 향한 집착이 불합리한 선택으로 이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매몰비용의 다른 말로 표현한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

흔히 매몰비용의 함정을 ‘콩코드 오류’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962년 영국과 프랑스 양국은 세간의 엄청난 기대 하에 공동으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작한 개발 과정에서 초음속 여객기로서의 기술적 한계는 물론이고 경제적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콩코드 여객기

당연히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데다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양국은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콩코드 여객기 운항을 개시했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손실이 불어나 2003년 콩코드 여객기 운항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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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어
매몰 비용 효과(sunk cost effect), 콩코드 오류(Concord Fallacy), 함몰비용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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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이한영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1994년 미국 Duke University에서 국제무역이론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04년부터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부자문 공로로 2002년에 국무총리 표창 및 2009년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였으며, 『디지털@통상협상(삼성경제연구소, 2007년)』을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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