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세금 회피용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 폭락으로 ‘동학 개미’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대주주 요건 확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향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 부총리의 해임을 요청하는 글까지 올라와 호응을 얻고 있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약 6700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대주주 3억원 요건에 대한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드린다”며 청원을 시작했다.
작성자는 “동학 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얼토당토않은 대주주 3억원 규정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작성자는 또 “기관과 외인들과의 불평등한 과세를 기반으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대주주 3억원 요건이 시행된다면 개미들의 엄청난 매도에 기관과 외인들의 배만 채울 것이며 또한 주식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이 되어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이 명약관화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기재부 장관을 해임하시고 진정 국민 개미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유능한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 주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재임 기간 660일을 넘겨 이명박정부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재임일 660일)의 기록을 넘어 역대 두 번째 장수 경제사령탑에 올랐다.
현행법에서는 주식 한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규정해 양도차익에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대주주 양도세 요건을 확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는 특히 “3억원 기준은 자산 양도차익 과세 강화, 공평 과세 취지로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했던 사안이라 수정하기 어렵다”는 원칙론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주주 요건을 확대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내년 4월부터 주식 한 종목당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도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은 연말 폐장일인 12월 30일이다. 주식 보유액에 대한 계산의 경우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게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가족들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크다. 올해 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주식 시장이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일 종료된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21만6844명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이 글의 작성자는 “3억 대주주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라며 “만약 기재부가 대주주 기준 3억원 하향을 고집해서 증시 대폭락과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동으로 부동산 광풍이 재현된다면 기재부는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은 20만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전성필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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