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손 놓은 '청약당첨 부적격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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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2. 오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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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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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분양 촉진 당사자인 분양대행사에 맡겨… 제도 만든 국토부나 분양 승인한 지자체 "나몰라라"]

잦은 제도 변경으로 청약 당첨자 발표 후 적발되는 부적격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부적격 여부를 가리는 ‘당첨자 명단관리’ 업무를 정부나 분양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아닌 분양대행사가 사실상 맡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첨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재당첨이 5년간 제한되는 등 청약 신청자에겐 치명적인 불이익이 주어짐에도, 이를 분양 촉진 당사자인 분양대행사가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5일까지 신규청약을 받은 ‘한양수자인 평촌 리버뷰’의 경우 44가구 모집에 219명이 몰리며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20%가량 미계약됐다. 당첨자 발표 후 다수의 부적격자가 발생한 탓이다. 앞서 올 2월 분양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에서도 전체 659명의 당첨자 중 14.7%인 97명이 부적격자로 적발돼 당첨이 취소됐다.
 
이처럼 최근 들어 신규분양시장에서 부적격 당첨자 발생 비율이 크게 높아진 원인은 무엇보다 수시로 바뀐 청약제도로 인해 자격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신청했다가 당첨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청약제도는 1978년 도입 이후 41년간 가점 항목이나 자격 요건 등이 139번이나 바뀔 정도로 개편이 잦았다. 2016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1순위 청약 요건이 강화돼 세대주만 청약 신청이 가능함에도 이를 모른 채 세대원이 신청해 부적격자로 판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부적격자를 판별하는 주체는 제도를 만드는 정부나 사업 승인자인 지자체가 아닌 분양대행사다. 이들은 헷갈리는 자격 요건을 국토교통부에 문의하면서 적격 여부를 가리는 데 한계가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올해부턴 청약 예비 당첨자 비율이 공급 물량의 80%에서 500%로 늘어나 소수의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데도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모호한 내용을 질의하는 경우 국토부 담당자들도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 기관도 정확히 모르는 내용에 대한 책임을 분양대행사에 지우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청약 업무를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해 신규 청약시스템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택소유 여부 등 청약 자격을 미리 확인하고 부적격 당첨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청약 시스템이 개편되더라도 분양대행사가 부적격 여부를 판정해야 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만 30세부터 적용되는 무주택 기간을 제대로 산정했는지, 부양가족 중 주택 보유자 유무 등은 청약자가 제출한 서류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일부 분양대행업체가 입주자 자격과 공급 순위 등을 부실하게 확인하는 문제가 발견됐지만, 정부는 올 10월부터 분양대행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약 당첨자의 부적격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자료가 통합되지 못하다 보니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민간이 하되 점차적으로 관련 정부기관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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