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외에도 이수호(차은우)와 임주경이 앉아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빨간 배경에 중국어가 쓰여 있는 광고판이 설치됐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東)’의 광고다. 또 다른 장면에는 옷이 담긴 상자에 중국 기업 브랜드가 크게 표시되기도 했다. 홍콩의 글로벌 소스 브랜드 ‘이금기(Lee Kum Ki)’도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내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에 중국 기업 간접광고(PPL)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K-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드라마에서 중국 기업 PPL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에 최초로 광고를 협찬한 것은 2014년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였다. 극 중 인물이 식당을 예약할 때 ‘타오바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장면이다. 지난 2016년 tvN 드라마 ‘도깨비’에는 중국 칵테일 브랜드 RIO의 제품이 등장했고, 지난해 방영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는 ‘여신강림’에 나왔던 즈하이궈의 컵밥이 등장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같은 중국 기업의 한국 드라마 광고가 한국 소비자보다는 자국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보니 이곳에 광고를 하면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등 다른 국가 소비자에게서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0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해외 한류콘텐츠 소비자들이 한국과 가장 많이 떠올리는 연상 이미지는 K팝, 한식, 드라마, IT산업, 한류스타 등이었다. 방탄소년단(BTS) 신드롬이 이끈 K-팝의 인기에 K-드라마, K-시네마 등이 힘을 더해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흑자(1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드라마 광고 진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또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들이 제작지원비 단가를 높여버리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국내 중소기업의 광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 자본의 투자금이 커질수록 영향력도 커져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저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 기업의 PPL이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져 드라마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여신강림’의 중국 기업 PPL을 본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마치 중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이질적"이라며 "외국인이 보면 오해할까봐 두렵다"는 반응이 많다. 반면 중국 시청자들은 PPL 장면을 SNS에 캡쳐해 올리면서 "국산 드라마 보는 느낌"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국내 콘텐츠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드라마 제작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중국 기업의 광고 협찬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 제작비 한 회를 제작하는 데 수억 원이 들기에 중국 기업의 통 큰 협찬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미국 할리우드처럼 한국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관여하길 원하는 경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 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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