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세대, 세상에 묻다] 간신히 취업절벽 넘자 결혼절벽이 눈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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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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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이모(25)씨는 지난 1월 한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한 해 동안 자기소개서만 수십건을 써서 얻은 결실이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학 동기나 선배들은 이씨를 부러워한다. “너처럼 연봉 4000만원쯤 되는 일자리를 얻으면 앞으로 인생은 탄탄대로일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씨는 취업 이후 또 다른 절벽에 맞닥뜨렸다. 그는 “취업난을 뚫고 직장을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고난은 리셋됐다”며 “취업하고 나니 보이는 집값, 생활비, 결혼자금 등은 내 손에 들어오는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취업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해도 절벽세대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기성세대가 아무렇지 않게 거쳐 간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신혼집 장만은 ‘별 따기’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는 평균 4억2051만원이고, 2인 이상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124만원이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도 전셋집 구하는 데 8.2년이 걸린다.

출산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2000원에 달한다. 맞벌이 가구가 아니면 부담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직장 육아시설은 부족하고, 휴직제도 등은 허술하다. 맞벌이를 하기도 힘들다. 20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결혼,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여성은 696만명(44%)이나 됐다.

이런 현실이 낳은 결과물이 결혼·출산 포기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실시한 결혼·이혼 인식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1.9%에 그쳤다. 2010년 64.7%에서 6년 만에 12.8%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여성은 47.5%에 불과했다. 부족한 소득, 주택 마련, 고용 불안정 등을 결혼과 출산 포기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한 대학원을 다니는 박모(26)씨는 부모처럼 가정을 무사히 꾸릴 자신이 없다. 결혼할 생각이지만 출산과 육아는 미래 계획에서 지웠다. 그는 “나중에 편해지려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치열하게 경쟁해 왔지만 취업, 결혼, 집 장만, 육아 등 앞으로도 편해질 날은 없어 보인다”며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건 포기라기보다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글=안규영 조효석 홍석호 기자 kyu@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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