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나오자마자 또 수정”… 세무사도 모르는 1주택자 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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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알아야 아낄텐데… 난수표 같은 부동산 세법
비과세 혜택 경우의 수 너무 많아… 매년 기준 바뀌어 최고난도 꼽혀
주택 수 합산 기준도 논란 일어
‘난수표 세법’ 부담은 납세자 몫
“세무사들이 솔직히 본인들도 모르겠다고 합디다. 내가 내야 할 세금을 어디다 물어봐야 하나요.”

서울 노원구에서 주택을 마련해 25년 넘게 살아온 A 씨는 세금 때문에 답답하다. 2007년 경기 지역 소형 아파트 1채를 추가로 매입하고 세입자를 들였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강화되자 그는 경기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했다. 9월 잔금을 받고 집을 팔고 나면 다시 1주택자가 된다. 이후 노원구 집을 팔고 다른 집을 매입할 계획인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 세무사 사무실 몇 군데에 문의했다가 혼란에 빠졌다. A 씨는 “세무사마다 ‘비과세가 가능하다’, ‘안 된다’ 답변이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을 강화하면서 스스로 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집주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에게 문의해도 명쾌한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하다는 사람도 많다.

○ 수시로 바뀌어 전문가도 헷갈려
A 씨의 사례처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은 복잡한 부동산 세법 중 가장 헷갈리는 ‘최고 난도’ 항목으로 꼽힌다. 주택 취득 시점, 양도 시점 등에 따라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다. 2017년 8·2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취득한 주택은 2년을 실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는다. 2018년 9·13대책은 2년 이상 거주해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2·16대책에는 이 공제를 거주 기간과 보유 기간에 따라 나눠 적용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시중은행 부동산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A 씨가 올해 안에 집을 팔면 매도가격에서 9억 원까지 비과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최대(80%)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내년 1월부터는 아무리 오래 보유하고 거주하던 집이라고 해도 다시 1주택자가 된 지 만 2년이 지나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PB는 “1주택자 비과세나 공제 규정이 갈수록 복잡해져서 1주택자를 상담할 때 더 긴장하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7·10대책에서 다주택자 취득세를 강화한 뒤에는 주택 수 합산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취득세 중과를 2주택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집을 가진 부모와 따로 사는 30세 미만의 무주택자 자녀가 집을 살 때도 2주택자로 분류돼 높아진 취득세율 8%를 적용받게 돼서다. 결국 정부는 만 30세 미만 자녀라도 부모와 따로 살고 중위소득 40% 이상(올해 1인 가구 기준 월 70만 원)의 소득이 있으면 별도 가구로 인정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이 나온 뒤에 보완책이 또 나오기 때문에 뉴스를 잠시라도 놓치면 손님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실수를 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 ‘난수표’ 세제에 납세자들은 ‘세법 열공’
복잡해진 부동산 세법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이다. 경기 성남시에 아파트 2채를 가진 정모 씨(59)는 최근 세무사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는 게 일과다. 1998년에 산 아파트(시세 12억 원)와 2015년에 산 아파트(시세 8억 원)를 합쳐 올해 재산세만 300만 원 넘게 나왔다. 자녀들에게 주택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을 줄이고 싶은데 딱 부러지는 답을 얻지 못했다. 정 씨는 “세무사도 세법이 자주 바뀌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데 단순 서류처리 비용으로 기본 300만∼500만 원씩 불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1+1’ 조합원 입주권을 갖고 있는 김모 씨(34)도 최근 부랴부랴 세무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어머니와 공동 명의라서 각자 한 채씩 분양받을 줄 알았는데 1채당 절반씩 지분을 보유해 어머니와 자신 모두 2주택자가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아서다. 김 씨는 “미리 알았다면 어머니와 공동으로 지분을 취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분 증여나 양도로 각각 1채를 보유하는 것으로 정리하려는데 세무사마다 입주권을 증여하는 것이 가능한지 말이 달라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값 변동을 세제로 틀어막으려 매번 고치다 보니 ‘누더기 세제’가 돼버렸다”며 “세제는 간소하고 납세자들이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하는 기본 원칙조차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장윤정·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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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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