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는 아들 전셋값 보태주면 처벌되나요?" 공포심 확산

입력
수정2020.08.18. 오전 4:17
기사원문
권화순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감독기구 검토"를 언급한 이후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는 전담 기구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자녀가 혼인할 때 전세자금 일부를 보태는 등의 '관행'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확산했다. 애널리스트가 유망한 주식 종목을 추천하듯, 부동산 전문가가 특정 지역 아파트를 추천하는 것도 아예 금지되는 것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 주택 시가총액은 5056조원으로 주식 시가총액 1969조원(코스피+코스닥) 대비 2배가 넘는데도 시장을 규율할 독립적인 기구나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주식시장 교란행위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법적으로 가능하다.



주식시장 교란은 최고 '무기징역' 부동산은 '사각지대...부동산감독원 '뜨거운 감자'


16일 정치권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투기 근절 등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 확보, 시장 거래질서 확립 및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동산 감독기구 검토'를 언급한 이후 국토부 산하에 공공기관으로 '부동산 감독원'을 출범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 시총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섰지만 시총이 이보다 절반 이하인 주식시장 대비 시장을 규율할 기구, 법적근거는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정을 해서 불공정거래로 적발되면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물론 실제 이정도까지 간 적은 없지만 그만큼 제재 수위가 높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세조정을 하더라도 현재는 명확하게 제재할 근거가 없다. 형법상 '사기' 정도로 처벌 가능하다.

실제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에 "부동산 인플루언서 A씨가 자신이 투자한 지역 및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특정지역을 추천하는 등 반복적으로 언급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국토부는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튜브, 온라인 플랫폼, 인터넷 카페 등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자신이 투자한 지역을 추천하는 등 시세 조종의도가 의심되는 행위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고 있으나 제도적 한계 등으로 조사‧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집값 담합도 제제 근거가 불분명하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가치를 지키자"며 엘리베이터 안내문을 통해 매물을 거두고, "5억 이하로 매도하지 말자"는 등의 담합을 해도 처벌하기 어렵다. 부동산중개업법상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에만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주민들끼리 담합 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국토부 임시조직인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 인력이 15명 밖에 되지 않는데다 불법대출 계좌 조회나 탈세정보 조회 등도 직접 할 수 없어 조사나 수사의 신속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당사자 소명과 진술서에 의존해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계좌나 세금정보를 직접 조회하지는 않더라도 금감원이나 국세청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확인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 전세자금 지원도 국가가 처벌?..부동산 인플루언서 처벌 기준은


반면 정보를 독점하는 부동산 '빅브라더'가 탄생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감독원 출범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부동산 감독원이 어떤 권한을 갖게 될지와 별개로, 부동산 감독원 '출범' 자체가 부동산 투자자를 '죄인'으로 내 모는 역할을 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부동산 스타강사나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추천하는 것은 주식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빅브라더' 발상과 같다"고 비판했다. 인플루언서 본인이 사전에 특정 아파트를 매수해 놨거나, 시세조정을 목적으로 집단적으로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명확한 기준을 갖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자녀가 결혼을 할 때 부모가 전세자금을 일부 지원해주는 등의 일상적인 '관행'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전문가는 "다주택자의 취득세가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라 최고 12%로 강화됐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진입 문턱 자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매수매도가 비교적 자유로운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은 세금 규제부터가 강하고 투자 금액도 상당하기 때문에 주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규율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탁상행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줄리아 투자노트
▶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머니투데이 구독하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