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유화제스쳐?…北인권문제 바라보는 美의 달라진 시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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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14. 오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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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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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인권침해' 표현 삭제…수위 다소 낮아져
직접적 평가 대신 NGO 보고서·언론 보도 등 인용
김정남 암살 사건 단순 서술·웜비어 사건은 빠져
국무부 "보고서에 이미 '지독한' 내용 담겨" 해명
폼페이오 "인권 관계없이 국익 부합 땐 상대" 논란
사진=AFP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 및 이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론과 관련, 이례적으로 미국이 과거와 달리 자극적인 표현을 삼갔다.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다. 이에 미국은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지난달 말 제2차 하노이 핵 담판 결렬에도, 북·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일종의 대북(對北) ‘유화책’을 담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독한 인권침해’ 표현 빠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보면, “북한 주민이 정부의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표현이 전격 삭제됐다. 2017 보고서에는 포함됐던 문구다. 대신, “(북한의) 인권 이슈들은 다음과 같다”는 식으로만 기술됐다. 또 2017 보고서에 기술됐던 “(북한) 정부는 인권 침해를 저지른 관리들을 처벌하기 위한 어떠한 알려진 시도도 한 바 없다”는 표현도 “(북한) 정부는 인권 침해를 저지른 관리들을 처벌하기 위한 어떠한 믿을만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로 대체되면서 다소 수위를 낮췄다.

더 나아가 2018 보고서는 김정은(사진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함 설명을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두 차례나 상대한 만큼, 북한 내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의 수장임을 강조, 김 위원장의 위상을 크게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2012년~2016년 새 340건의 공개처형과 고문 등이 이뤄졌다는 등의 비판적 내용을 전달할 땐 주로 비정부기구(NGO)와 싱크탱크 보고서,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하는 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 사건은 보고서에 등장했으나 별다른 평가 없이 단순 서술식으로만 쓰였으며,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생을 달리한 오토 웜비어 사건은 아예 빠졌다.

◇“내용에 지독하다는 내용 녹아있어”

그러나 미 국무부는 굳이 ‘지독한’이라는 표현 없이도 이미 보고서 내용에 뉘앙스가 녹아들어 있는 만큼,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코작 국부무 인권 담당 대사는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가 (2017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독하다고 묘사했는지 모르겠지만, 함축적으로 북한은 지독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며 “그 문구에 맞는 북한의 다양한 일들이 보고서에 담겨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코작 대사는 북·미 대화 이후 북한 인권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인권 상황이 가장 나쁜 나라 중 하나”라고도 했다.

코작 대사의 말대로 2018 보고서는 북한 인권침해 항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임의 구금’ 등의 표현은 그대로 사용됐다. 또 김정은 가문에 대해서도 “김씨 가문이 70년간 이끈 독재국가이며 2011년 말 김정일이 사망하고 얼마 안 돼 그의 아들 김정은이 국가원수이자 북한군 최고사령관이 됐다”고 설명, 2017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다시 담았다.

한편, 이날 보고서 서문에 실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문에서 “미국은 다른 정부들이 인권과 기본권을 존중할 때 비로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적었다. 인권 문제와는 별도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해당 정부와 상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외교정책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솔직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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