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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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단원 고등학교 생물Ⅰ : 3. 순환 / 면역계

보이지 않는 위협 - 바이러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갔던 사스, 최근 인간에게까지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 인플루엔자, 그리고 해마다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독감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들은 환경에 따라 모습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한번에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렇듯 퇴치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오랫동안 인간을 위협해 왔다. 아마 여러분도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 바이러스란 말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 바이러스란 대체 무엇일까?

여러분은 수업 시간에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해 보았을 것이다. 세포는 400배 이상의 배율로 관찰하여도 그 모양을 정확히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데, 바이러스는 이러한 세포 속에 살고 있다. 즉, 바이러스는 300나노미터 이하의 아주 작은 크기로 전자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주로 단세포로 이루어진 세균보다 더 작은 존재이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단백질과 핵산만을 갖춘 채 나머지는 외부 생명체의 세포에서 얻는다.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이렇게 작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하면 독감, 소아마비, 광견병, 에이즈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종류에 따라서는 동물의 배설물이나 물, 공기 등을 통해서도 쉽게 확산될 수 있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전염성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삽시간에 도시 전체로 퍼져 인간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위력을 약화시키거나 그 일부를 이용하여 만들며, 사람에게 투여하면 면역 작용을 하는 항체를 만들어 준다. 이 항체는 똑같은 바이러스가 몸에 다시 침투했을 때 이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쉽게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

그러나 백신의 개발은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백신 개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평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청결한 생활 습관을 기르고,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철저히 파악하여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새들을 처리하는 사람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핵산

세포의 핵에 들어 있는 산성 물질이라는 의미로 핵산이라 불리며, 모든 생물체의 세포를 구성하는 유기물 중의 하나이다. 생물의 유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DNA와 RNA가 주로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도 왜 감기에 걸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러나 증상이 비슷하여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병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등 100가지가 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걸린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한 가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따라서 감기는 특정 백신이 없지만, 독감은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독감과 감기의 증상도 약간의 관찰력만 있으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우선 일반적인 감기는 미열, 두통, 콧물, 기침, 재채기, 인후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그러나 독감의 경우 38~40℃에 이르는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기도 하며, 오한과 발열이 반복되고 근육통을 호소하며 심하면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독감은 숨이 차는 증세나 안면 홍조, 안구 충혈 등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감기와 독감은 치료 기간에서도 차이가 있다. 감기는 보통 3~5일에서 길어도 1주일이면 회복되지만, 독감은 보통 15일에서 한 달간이나 머물며 체력을 축내고 그 틈으로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또 다른 합병증을 불러오기 일쑤다. 독감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도 바로 합병증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독감은 한번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지역 내에서 6주 내지 8주 동안 퍼지며 약 10~20%의 발병률을 보인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 질환자의 경우에는 40~50%까지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괴력은 감기에 비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핵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A, B, C형 등이 있고, 바이러스 표면 항원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HA형과 NA형 등 두 종류로 분류한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

앞에서 바이러스들이 환경에 따라 모습을 자주 바꾼다는 얘기를 했다. 독감 바이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이전과 조금씩 모양이나 성질이 달라진다. 이러한 것을 변이라고 하는데, 독감 예방 주사를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변이 때문이다.

독감의 원인,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상 변신을 하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해도 이미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소변이를 하는데, 길게는 10~40년을 주기로 대변이를 하면서 인류를 위협한다.

소변이는 '가'에서 '갸'로 되는 것처럼 기존의 유전자에서 모습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지만, 대변이는 '가'에서 'A'로 되는 것처럼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이에 대비하는 백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인류사에 큰 상처를 남겼던 독감은 모두 대변이에 의한 것이었다. 1918년 2,5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이나, 1957년에 100만 명이 사망한 아시아 독감, 1968년 70만 명이 희생된 홍콩 독감, 1977년에 있었던 러시아 독감이 모두 이에 속한다.

이처럼 인류가 독감의 대변이에 속수무책인 것은 예측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변이를 거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없는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 주사는 독감이 유행하기 최소 2주 전까지는 맞아야 한다. 보통은 접종한 지 1주에서 2주 만에 항체가 생성되기 시작하여, 4주 정도 후면 최고조에 달하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은 보통 5개월에서 1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독감이 발생하는 시기가 1월~3월인 것을 감안하면, 9월~11월 사이에는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접종 후 열이 나거나 붓는 등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개발되는 백신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독감 백신은 어떻게 만들까

독감 백신은 한번에 대량으로 만들기가 어렵고, 또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생산 과정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각 나라의 보건 당국과 백신 제조 회사들은 올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타입이 무엇인지를 늦어도 그 해 6월까지는 결정해야만 독감 백신을 제때에 만들 수 있다.

백신은 우리 몸속에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므로 그 자체가 병원체, 즉 항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백신 제조의 첫 공정은 먼저 병원체를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확보하는 일이다.

일반적인 백신 제조 과정은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올해 유행할 바이러스 주(종류)를 발표하는 2월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닭이 낳은 지 11일째 된 유정란에 구멍을 뚫고 양수 안에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2~3일간 배양한다. 배양한 바이러스는 포르말린으로 처리하여 독성을 약화시킨 후 백신을 완성한다.

그런데 초기의 백신에는 달걀 세포의 성분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를 접종한 사람들이 발열, 경련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많았으나, 1972년부터는 부작용이 없는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되었다.

그런데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백신의 생산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왜냐하면 조류 인플루엔자의 최초 희생자가 바로 달걀을 낳는 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백신 제조 방법이 필요해졌다.

새롭게 등장한 백신 제조 방법이 유전자를 이용하여 바이러스 항원을 생산하는 것이다. 즉, 항원에 해당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세균에 이식하여 세균이 바이러스의 항원을 생산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재래의 방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항원을 싼값에 생산할 수 있고, 또한 배양 조건을 인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도 훨씬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독감 백신 생산 과정

바이러스 주의 결정

백신 생산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주는 각국 보건 당국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독감 백신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에서 WHO 독감 백신 추천 주를 사용한다.
이것은 독감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력 때문이라고 하겠다.

확장 교양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에이즈란 우리말로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 한다. '후천성'이란 부모에게 유전으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굳이 '후천성'을 붙이는 이유는 유전에 의한 '선천성 면역 결핍'도 있기 때문이다.

면역 결핍이란 혈액에 있는 백혈구 등이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이 몸속에서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면역)을 해야 함에도 그 기능이 약화되거나 전혀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에이즈에 걸리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가벼운 감기조차 이겨 낼 수 없게 된다.

에이즈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어 발병한다. 이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면 백혈구 안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역할을 맡은 T-림프구를 파괴한다. 이 때문에 인체의 면역성이 떨어지고, 각종 바이러스와 균의 공격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 된다. 실제로 에이즈 환자가 죽는 이유는 새로 침투한 병원체에 의한 합병증 때문이다.

에이즈는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에 의한 새로운 바이러스 종이며, 꾸준히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행히 에이즈의 감염은 혈액, 성 접촉, 모유 등의 체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식사를 하거나 포옹, 가벼운 입맞춤 등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감염의 위험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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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 총서』시리즈 017권《상위5%로 가는 생물교실 ③ | 응용 생물》. 본 총서는 과목별 1~2권으...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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