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포퓰리즘 논란 기본대출에 "부작용 심할 듯"

입력
수정2020.09.15. 오후 3:53
기사원문
박성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 등 서민대출 이용자들에게 장기 저금리대출을 복지 지출 개념으로 제공하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대출권’ 주장이 금융 포퓸리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이 차주(借主)의 채무구조 개선에 큰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민 대상 정책성 저금리 대출 상품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DB

◇서민금융 이용자 조사해보니… 채무구조 개선 실패 많아

KDI는 15일 ‘정책성 서민금융상품 이용자의 행태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서민금융 공급 규모와 역할을 줄이고, 민간 서민금융 시장의 육성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4대 서민금융상품은 고금리를 저금리 대출로 대환해주는 바꿔드림론을 비롯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 등이다.

KDI는 "정책성 서민금융상품 공급량은 2018년 5월 기준 36조9000억원이 넘어선 뒤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단순 공급만으로 서민들의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용자가 서민금융을 이용한 이후에도 고금리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거나 채무구조 개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바꿔드림론은 연 20% 이상 고금리를 10% 안팎의 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으로 2008년 말 출시됐지만, 초반 무분별한 대출로 지난해 5월 기준 대위변제율(채무자가 빚을 못 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이 28.5%였다.

KDI는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이용자의 대출 직후 카드 월소비가 한달 전에 비해 10만~15만원가량 증가하는 등 미이용자에 비해 높은 수준의 소비를 했다"며 "결과적으로 서민금융 이용자의 대출 2년 후 상황을 조사해보니, 서민금융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현금서비스·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어 "신용점수도 서민금융을 이용한 사람의 경우, 신용점수가 개선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날 수록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보증비율이 과도하게 높아, 금융기관의 사전심사 및 사후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현재 햇살론의 보증비율은 생계·대환자금 90%, 운영·창업자금 95%, 햇살론17은 100%로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다.

KDI는 "보증비율이 높게 적용된 대출자의 채무불이행 확률이 높았다. 보전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금융권의) 사전심사 노력이나, 대위변제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사후관리 노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독일 공적개발은행 등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80% 보증비율과 비교할때, 100% 가까운 보증비율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다. 서민금융의 보증비율을 5~10% 포인트(p) 인하해, 출시 당시의 85% 수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DI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서민금융 상품을 공급·관리하는 과정에서 신용관리 교육과 신용상담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자금을 한 번에 큰 금액이 아닌 500만원 등 소액으로 나눠 여러차례 지급하는 것이 채무자의 신용관리와 자금곤란 해소에 더욱 유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자료=KDI

◇서민금융, 지금도 공급과잉… "규모 보다는 내실 다질 때"

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등 서민들에게 1000만원 내외 1~2% 금리로 빌려주고, 못 갚을 때는 정부가 대신 갚아주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대출은 서민들의 빚 증가를 가속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미회수 위험(신용리크스)을 정부가 인수해 손실을 보전해준다면, 돈을 갚아야할 채무자도 대출금을 회수해야하는 금융기관의 적극성도 사라질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이재명 지사의 기본대출권은 기존 서민금융상품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지금도 서민금융을 과한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고, 여기서 더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규모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례를 찾아보더라도 정부가 보증을 넣어 근로자의 저리대출을 지원해주는 나라는 없다"면서 "서민금융의 규모를 늘리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채무자들이 빚을 낸 뒤 망가지는 않도록 자금관리, 소비태도 개선 등의 교육이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KDI


[세종=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비즈 받아보기]
[조선비즈 바로가기]

chosunbiz.com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