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는 "한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윤씨가 서울중앙지검장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했고, 윤씨의 요구대로 수사 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무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이 건설업자 윤씨에게서 "한 전 총장에게 수천만 원을 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다만 조사단은 당시 윤씨와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진술을 받은 것으로 조서나 녹음 등의 자료는 없다고 전했다.
윤 전 고검장의 경우 과거사위는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윤씨의 특수강간 고소사건 등의 최종 결재자였고 2차 사건 수사 당시 대검 강력부장으로 수사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당시 기록을 근거로 ▶윤씨의 다이어리에 윤 전 고검장의 명함이 발견됐고 ▶윤씨 운전기사가 별장에 드나든 인물로 윤 전 고검장을 지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씨와의 친분이나 당시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과거사위의 무책임한 의혹 재생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수사는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 등 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개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별장의 용도가 접대뿐이었는지(가족모임 등), 의혹 대상자의 별장 출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성접대 등을 받았는지, 대가관계는 인정되는지, 공소시효는 남았는지 등 여러 의혹 등을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야 수사를 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은 기본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사를 통해 증거를 찾고 죄가 입증되면 기소하는 기관"이라며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면 정당한 절차를 벗어난 무리한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과거사위는 검찰의 지난 과오를 밝혀내고 개선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라며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부실수사라고 언급하는 것은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돼온 표적수사·별건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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