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남 특전사, 문재인과 구속될 뻔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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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3.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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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은 이랬다. 주간 사격장에서 내가 사선에서 사격통제에 정신이 없을 때
A중대장이 중대원 한 명을 시켜 통제실에 들어와 사격 결과를 모두 기록해 간 것이다.

문재인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고참이 와서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못 본 척한 것이다.

그리고 야간에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보고 가서 A중대장에게 고자질한 것이었다. 우리는 A중대 한 병사가 보고 가는 것을 알았지만, 주간과 결부해서 대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A중대는 사실 대대에서 가장 전투력이 우수한 중대로
이번 사격에서 16개 중대 중 전원이 합격한 유일한 중대였다.

그런데도 A중대장이 이렇게 어필하는 것은 균등하게 한 발씩 올려줌으로써 타 중대가 득을 보게 되니 전원 합격한 자기 중대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충분히 양해가 가능한 일인데도, 원칙을 주장하는 데야 방법이 없었다.
A중대장은 유난히 경쟁심이 강하고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결국 내가 대기가 너무 많아 힘든 간부들을 돕기 위해 한 일이었다고 실토하고 다시 원안대로 하겠으며, 과장 허위 보고를 만든 데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문재인한테만 욕설을 해대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문재인은 책임이 없으니 나에게 말하고 무슨 책임이든 내가 지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욕설로 몰아붙였다.
결국 참다 못한 내가 먼저 A중대장의 멱살을 잡았고, 서로 치고받는 사태까지 비화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보고되면 당연히 나는 군법회의(군사재판), 문재인은 징계에 회부되어 교도소와 영창에 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나는 상관 폭행으로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고 문재인은 부정행위로 입대 전 집행유예와 겹쳐 남은 군 생활동안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했다.

그날 밤 숙소에 와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일 출근하면 벌어질 일들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출근한 나는 A중대장의 사관학교 선배인 P중대장을 찾아갔다.
어젯밤의 모든 일을 소상히 말하고 선처를 부탁했다.
P중대장은 알아보겠다고 했고, 그날 늦게 나를 불러 “A중대장과 이야기가 잘되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는 조심해라고 하였다.

정말 고마웠고 하루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100여 명이 넘는 간부들은 1주일을 영내에서 더 대기해야만 했다.
그때 우리(, 문재인)를 지옥에서 건져준 P중대장은 현 보훈처장 박승춘 대위(당시).
 
그런 사건이 있은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갔다.
5개 대대가 같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대대 단위로 임무수행을 하다 보니 부대는 늘 소란스러웠다. 훈련 출동, 복귀, 5분대기조 훈련 등 잠시라도 고함 소리, 이동 차량 소리, 사격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요일이 되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대는 적막에 감싸인다.
간혹 부대 위를 지나가는 여객기 엔진 소리만 적막을 깨트리곤 했었다.
 
대대의 작전과, 교육을 담당하는 실무 장교 입장에서 일요일은 정말 기다려진다.
편히 쉴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평일에는 여기서 보좌관저기서 교육장교더해서 노 중위하고 찾고 부르는 데가 너무 많아 주간에는 서류 작성 업무를 거의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정작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지휘관, 주요 참모들이 퇴근 후인 20시 이후가 되어야 한다.
허구한 날 야근이었다. 주간에는 차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아무리 야근을 해도 업무는 밀렸다.

그런데 일요일이 되면 찾거나 지시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밀린 일을 하기는 안성맞춤이었다.
나처럼 일요일, 공휴일을 활용하여 밀린 업무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밑에 있는 병사들은 정말 괴롭고 힘들다.

바로 문재인이 그런 상급자를 만난 것이다.


1주일 내내 수면 부족으로 부대끼다가 일요일 09시까지 늦잠을 자는 그 달콤함은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날도 09시에 기상해서 여유 있게 조식을 하고 10시쯤 사무실에 도착해 밀린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 시간 내에 업무 초안을 작성하고 중식 후에는 문재인을 불러 정리를 시킬 요량이었다.

그때였다. 문재인이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 이 시간이면 영내 병사들은 가장 자유를 만끽할 시간인데…….
나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일찍 사무실에 나와준 문재인이가 반가워서

잘 왔다. 오후에 부르려고 했는데, 왔으니까 같이 일하자.”

휴일에 출근해서 일시키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간부들에 대한 감정이 어떨지 군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태도가 이상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하고 물으니
아닙니다.” 하고 대답을 하는데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았다.
말을 해봐라고 하자
집안 모임이 있어서 꼭 참석해야 하는데 외출을 좀 보내주십시오.”

이것 봐라 오늘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외출이라니…….

지난 5~6개월 동안 한 번도 지시를 어기거나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 건의한 적이 없었는데 무엇인가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고 가족 모임이라는 것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앞으로 일을 시키려면 애로사항 한 번쯤은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자 초안 작성해놓으시면 복귀해서 늦게라도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날 공문서 위조와 인사과 행정병을 불러 부대인을 찍으라고 겁박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말았다. 물론 주번사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20시가 다 될 때까지 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 문재인이 아주 환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잘 다녀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바로 옷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다.
나는 힐끗 쳐다보고 알았다고만 했다.
조금 후에 다시 들어오는데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 책인데 한번 읽어보십시오.” 하고 신문지로 롤빵처럼 만 것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책 좋지, 그런데 무슨 책인데?”
그러자 BOQ(독신 장교 숙소)에 가서 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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