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운영과 경영의 실무는 공동대표인 차혜영 디렉터가 거의 모든 부분을 위임받아 대신하고 있다. 나는 대표자로서 조력자, 잔소리꾼, 얼굴마담, 글쟁이, 관찰자로서 베짱이처럼 일한다.
Q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지난겨울, 한 매체를 통해 크루들의 얼굴과 이야기들을 세상에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예술이 어쩌고 패션이 어쩌고 파티니 뭐니 해서 조명이 번뜩이고 플래시가 터지고 음악이 흐르고 소란스럽게 웃고 떠뜨는 화려한 순간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회가 내게 가장 인상적이고 보람된 순간이었다. 다들 겸양謙讓을 떨고 부끄러워하는 듯 하지만 저마다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대표로서 배워가고 있다.
Q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일하고 싶은 다른 팀(전속 아티스트, 큐레이터, 디자인팀, 바리스타팀 등)은 바리스타 팀이다. 한 잔의 음료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풍경과 시간의 충돌이 정말 예술적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나 관객을 대상으로 일하면서도 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프라이빗으로 진행되는 오프닝 리셉션 같은 경우가 아니면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공간에 장시간 머물기가 쉽지 않은데, 거추장스러운 허울을 벗고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려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요즘 받는 업무 스트레스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 관계로 프로젝트별 최종 결정자 역할만 하고 있다. 실무에서 벗어나면서 그나마도 차 대표에게 많이 위임하고 있는 상태고. 대표로 불리면서도 그 역할에게 요구되는 정형에서 벗어난 사람이라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집단에서 나의 포지션을 계속 달리하는 것이 언제나 스트레스다.
Q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개성과 유연함이다. 구성원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고 대표로서 그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방식, 세계관, 취향 등이 만들어 내는 개개인의 형질이나 자아에 갇히지 않고 저마다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개개인의 특질이 극대화되는 형태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언제나 큰 숙제다. 그래야 개성이 무기가 된다. 별나고 특출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상이 그들을 규격화하고 평범하게, 남들과 비슷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연약하고, 어지간해선 순응하는 편이 쉽지 않은가. 크루들이 계속 별나고 특출나게 살아도 도태되거나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나아가 그러한 진취적인 모델의 성공 사례를 세상에 전파하고 싶기도 하고. 현재로선 만족스럽지만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든 인간의 군집은 언제나 위태롭다. 오해와 이해는 한 장 차이니까. 항상 정신 차리고 유심히 살펴야 한다.
Q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하며 가장 어려운 점 크리에이티브는 물처럼 확장적이고 디렉터라는 일은 결국 물길을 만들고 그것을 제한하는 일이다. 두 가지 말이 동시에 나열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역할은 그 자체로 고역이고, 딜레마다. 내가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한 적이 있던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결국엔 나 같은 인간들이 모인 ‘스튜디오 콘크리트’가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그룹이지 어느 한 사람이 그 속박을 짊어질 수 있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Q 팀 내에서 가장 자신과 의견이 부딪히는 사람은 권바다 큐레이터와는 매 전시마다 토론을 가장한 극단적인 자존심 싸움, 감정싸움을 벌이며 충돌한다. 전시가 우리의 코어이기 때문이다. 차혜영 대표와는 3년간 전쟁 중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사랑한다. (하하)
Q 스튜디오 콘크리트 크루로서 자랑스러운 점은 최대 수익이 아닌 최대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 수익이 절대적인 가치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른 가치의 발견과 추구를 위해 필요한 수익을 요구하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사랑스럽다. 돈은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이 시스템 안에서 무엇을 하기 위해 그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많은, 더 큰 숫자들을 향하는 게임은 앱스토어에서 찾는 것이 낫다. 그건 결코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거대 기업들이 충분히 하고 있는 일들이고. 그들이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이) 매출이나 통장 잔고로 결정 지어지는 것이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가치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대표들의 몫이다. 스튜디오 콘크리트가 이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주기를 원하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