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맹점 파고 든 ‘다단계 주가조작’…당국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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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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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정 회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린 뒤 시세차익을 얻는 주가조작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닌데요.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 수천 명을 피라미드식으로 끌어모아 수천 명이 동시 다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신종 수법이 등장해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증권감독 당국마저도 이런 식이면 법적 제재를 가하기가 힘들다고 실토한 피라미드식 신종 주가조작 수법을 김효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 2층으로 올라가자 회원제로 운영되는 유사투자 자문업체가 등장합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직원/음성변조 : "추천하신 분들만 입장이 가능하셔서요. 성함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추천받으신 분 성함."]

애당초 정상적인 취재는 불가능한 상황.

취재진은 투자하겠다며 다시 잠입 취재를 시도했습니다.

["(소개로처음 왔는데. 돈은 어느정도 넣어야해요?) 기본 천만 원. (천만원은 넣어야?)"]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빌린 업체 내부는 고급가구로 꾸며져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본부장이라는 여성이 투자자들을 맞습니다.

서울 등 전국 시도에 30여 곳의 지점과 관리자 100여 명을 두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본부장/음성변조 : "지금 전국에 지사가 30개가 넘고... (30개요?) 정회원이 1,000명이 넘고..."]

정회원이 되려면 투자금을 내야 하고, 그러면 주식을 같이 사들여서 주가가 오른 만큼 수익을 배분한다고 말합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본부장/음성변조 :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서 이 기업도 살리고 우리 회사도 수익을 내는 이런 시스템인데, 수익이 얼마가 나건 이거를 5:5로..."]

정회원이 되는 조건은 최소 천만 원 이상의 투자. 투자금을 넣은 개인 명의의 증권 거래 통장을 만들어서 회사에 맡겨야 합니다.

이 회사는 유사투자자문업체라 위탁매매를 할 수 없는데도 불법 차명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본부장/음성변조 : "본인 계좌로 1억을 넣어서 주면 운영은 어차피 회사가 해야 하니까."]

전국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의 특별강의를 들어봤습니다.

2주 뒤까지 집중적으로 사들일 주식 종목을 알려줍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 "또 주 종목으로 선정한 회사는 역시 오르락내리락은 했어요. 만 7천 원 뭐 2만 원도 가고..."]

같은 지역에서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금감원이 주가조작으로 적발할 수 있지만 전국에서 사들이는 것은 적발하기 힘들다며 큰소리를 칩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 "100명이 한 특정 지역에서 움직이는 건 작전이에요. 지금처럼 우리 회원들이 하는 것은 작전이 될 수가 없어요."]

증권감독 당국의 법적 제재를 피할 방법을 치밀하게 연구한 뒤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이야기입니다.

KBS가 확인한 이런 피라미드식 주가 조작 업체만 3곳이지만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의 수천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이들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담당자 : "시세조종으로 잡으려고 하면 A라는 사람과 B가 한통속이란 것을 입증해야 하거든요. 전국에서 흩어져서 다른 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면서 시세 조종으로 입증하기 어렵죠."]

최근 5년 동안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익은 1조 원대.

이런 피라미드식 신종 주가조작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릅니다.

이들 업체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피해자들의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지만, 탐욕에 눈이 어두워 주가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돈 자랑을 하면서 하룻밤에 수억 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KBS뉴스 김효신입니다.

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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