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공부,방법

2015 국어과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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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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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하는 2015 국어과 교육과정 선도교사 연수에서 강의하는 자료다. 

2015 교육과정에 담긴 문제의식, 현재 학교 상황에서 수업에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썼다. 




지필 1회, 수행 70%, 교과 세부 쓰기


- 2015 국어과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법



1. 2015 국어과 교육과정


‘교과서의 사실적, 분절적 지식 전달과 습득에 제한되지 않고’ ‘실생활에 활용 가능하고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교과 학습 내용을 구성한다.’ 이 문장은 2015 교육과정을 알리는 교육부 문서에 나온 것으로, 2015 교육과정의 정신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기존의 수업이 분절적인 지식전달 학습으로 실생활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는 현실 진단이 담겨 있다. 그 진단에 따라 학생이 활동하는 가운데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게 하자는 학습의 방향이 나왔고, 실생활과 연관된 활동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자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2015 교육과정에서 국어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공통과목이 있고,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이 있다. 일반선택은 교과 학문의 기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목인데 화법과 작문, 독서, 언어와 매체, 문학으로 사람들에게 대체로 익숙한 과목이다. 진로선택은 교과 융합학습과 진로학습과 심화학습과 실생활 체험학습이 가능한 과목인데, 실용 국어, 심화 국어, 고전 읽기로 이름이 낯선 과목들이다. 실용 국어는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아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곧바로 취업하는 학생들을 위한 과목이다. 심화 국어는 대학에 진학해서 학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과목이다. 고전 읽기는 교과서 없이 교사가 알아서 교재를 구성해서 수업하도록 했는데, 이것은 선진국의 자유발행제와 마찬가지여서 한국의 교과서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여기서 고전은 옛날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치 있는 책을 모두 뜻하는 말이다.

 

교과서가 없는 고전 읽기 과목이 어떻게 가르쳐지느냐는 국어교육의 현장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의욕 있는 교사라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상황에 맞게 내용을 구성해서 소신껏 수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행적인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사라면 고전 읽기를 3학년 2학기에 배치해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고전 읽기 과목에서 여러 가지 좋은 시도가 꽃피면 앞으로 교과서 발행제도는 교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더 빨리 움직이겠고, 퇴행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기존의 제도는 변화가 더디게 되겠다.

 

2015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특히 독서교육을 강조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기에 한 권 책을 읽는 내용을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전에도 독서를 강조했지만, 현장에는 별 영향이 없어서 공염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한 학기에 한 권이라고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교과서에 반영하기에, 수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학기에 한 권이라고 최소한을 요구한 점에서 정책 감각이 돋보인다. 이 정도면 학교 교사들 사이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목표가 과도하면 반발이 일어날 텐데, 한 학기에 한 권을 읽히겠다고 하니 그 정도는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보통은 든다. 욕심 내지 않고 작게 목표를 잡았기에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은 교과서 없는 고전 읽기 과목과 함께 학교 국어교육에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다.

 

교육부의 교수학습 자료로 개발되어 학교 현장과 교과서 집필자에게 전달되는 연구 보고서(김영란, 2016)를 보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성취기준 4개를 엮어 17차시인 한 단원으로 한 권 읽기를 구현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이것은 실제 생활에서 국어 활동을 의미 있게 하는 상황을 수업에서 밀도 있게 재현해서 학습의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이다. 보고서에 나온 수업 방법은 서평 쓰기, 책 대화하기, 책 읽고 인터뷰하기, 시 경험 쓰기, 시 영상 만들기, 쟁점이 있는 독서토론하기, 주제 탐구 보고서 쓰기 등이다. 2015 교육과정 체제에서는 국어 교과서의 한 단원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도록 구성된다. 이것은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을 적게 주면서 교육계 전반에 건강한 문화 자극을 가져올 것이다.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일정은 다음과 같다.

- '15년 9월 :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 '17년 3월 : 초1~2학년 적용

- '18년 3월 : 초1~4학년, 중1학년, 고1학년 적용

- '19년 3월 : 초1~6학년, 중1∼2학년, 고1∼2학년 적용

- '20년 3월 : 초1∼고3학년 전학년 적용


2. 문제의식


진도 중심의 수업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학생 참여 수업을 어떻게 하면 될까?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고 싶다.


이 세 가지 문장이 2015 교육과정에서 수업과 관련된 문제의식이다. 교육에는 지식 학습과 암기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수업이 단순한 지식 암기가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그래서 금방 잊어버릴 내용을 배우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진도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 교육과정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첫째, 2015 국어과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을 하나씩 가르치지 않고, 몇 개를 엮어서 한 번에 긴 호흡으로 수업하자는 방향이 안내되어 있다. 현실 연계, 교과 통합, 성취기준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를 수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다.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을 연계해서 평가한다. 국어 사용의 실제성을 생각해서 다양한 평가 상황을 설정하고 영역을 통합하여 평가한다.’ 국어교육의 각 영역을 분리해서 따로 평가하려 하면 현실에서 국어를 사용하는 상황과 괴리되어 이상한 모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언어생활의 상황을 활용해서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둘째, 학습량을 줄이려 했다. 교사의 수업이 진도 위주이고, 강의 위주이고, 지식 전달 위주인 데는 학생이 배워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인 면이 있다. 그래서 수업 혁신에는 학습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취기준의 수가 그전 교육과정에서는 고1이 31개였는데, 2015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26개로 줄었다. 중학교 1-3학년 동안 배우는 성취기준은 55개에서 51개로 줄었다. 학습량을 줄이지 않으면, 백과사전식으로 나열된 분과학문의 지식이 전달되는 수업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수업 시간 배당 기준 대비 80%의 내용으로 성취기준을 제시해서, 교사가 20% 시수를 자유롭게 활용하게 했다. 거기에다 ‘성취기준 해설’과 ‘학습 요소’로 학습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한정했다. 이것은 학습량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전에는 성취기준이 하나였지만, 그것과 관련해서 관행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 방대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운영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셋째, 여러 활동 수업의 명칭을 직접 언급해서 학생 참여와 활동 수업이 더 활발해지도록 했다. 학생 참여 수업이 활발해지도록 교육과정 안에 여러 활동 수업과 평가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발표, 관찰, 질문, 비평문 쓰기, 과제 수행 등의 다양한 방법을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교수·학습 계획과 평가 계획을 따로 만들지 않고, 동시에 만든다고 한 점도 현장의 실천을 반영한 내용이다. 수업과 평가를 잘하는 교사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수업과 평가가 분리될 수 없다고 모두들 말한다. 2015 국어과 교육과정에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좋은 수업 방법과 모형들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있다.

2015 교육과정은 한마디로 학습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작게 조각난 활동을 여러 가지 하기보다, 깊이 있는 활동을 길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해야, 국어교육이 제대로 된다.


3. 현실 적용


2017년에 수능으로만 대학에 가는 학생은 30%이다. 2018년에 수능으로만 대학에 가는 학생은 20%이다. 나머지 70-80% 학생은 주로 학생생활기록부로 대학에 간다.

 

과거에는 학생 성적을 숫자로 표시했다면, 요즘에는 숫자만이 아니라 교사가 글로 쓴 의견이 함께 학생의 성적으로 인정된다. 학생생활기록부의 교과세부특기란에 기록되는 내용은 학생이 받은 등급과 함께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전형 자료로 쓰인다. 그 결과,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교사의 권한이 매우 강해졌다. 수행평가 채점에 문제 제기를 무례하게 하는 학생의 수가 최근에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이 영향 때문이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활동한 모습을 교사가 보고 기록하는 평가 방식은 긍정적이다. 선택형 위주의 시험 문제풀이만 기계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이 아니라, 실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가 기록하는 평가 방식은, 교사의 업무 부담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한국 교사의 교육 여건이 어떤지 통계로 살펴보면, 그 상황을 더 잘 이해가 간다.

 

OECD 국가의 중학교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이다. 한국은 중학교가 27.4명이고, 고등학교는 29.3명이다. 한국 학교는 OECD 국가들보다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4.3명이 더 많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구센터에서 알아본 통계이다. 각 정부별 학급당 학생 수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1998. 초34.9 중40.8 고48.2

2003. 초33.9 중34.8 고33.1 김대중 정부 : 초–1, 중–6, 고–15

2008. 초29.2 중34.7 고33.7 노무현 정부 : 초–4, 중·고 같음

2013. 초23.2 중31.7 고31.9 이명박 정부 : 초–6, 중–3, 고–1.8

2016. 초22.4 중27.4 고29.3 박근혜 정부 : 초–1.8 중–2.6, 고–2.6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시작할 때 고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48.2명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끝나던 2003년에는 그 수가 33.1명으로 낮아졌다. 임기 중에 자그마치 15명을 줄였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한 명도 줄지 않았다. 2013년인 이명박 정부 때는 31.9명으로 1.8명이 줄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29.3명으로 2.6명이 줄었다. 이 부분은 급속히 인구가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대단하다. 그 뒤에 세 명의 대통령이 줄인 것보다 3.4배나 많다. 참고로, OECD 평균은 중학교에서 23.1명이다. OECD는 이 분야에서 고등학교 통계를 내지 않는다.

 

한국 교사들은 OECD 나라의 교사들보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다. 게다가 한 학기에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이 많아서, 과목당 수업 시수가 잘게 쪼개져 있어서 한 해에 가르치는 학생 수가 많다. 이런 여건에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려면 교사에게 부담이 있다. 그러기에 현실적인 적용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해본 교사들의 경험에서 나온 실천지식이 정리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다음 두 가지 방안이 중요하다.

 

첫째, 지필시험은 학기에 1회만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로 불리는 지필시험을 1회로 줄이면, 그만큼 교사에게 여유가 생긴다. 오지선다형 문제는 아차 하면 오류가 생겨서 교사들이 매우 예민하게 일하게 되어, 출제에서 오는 피로도가 상당하다. 보통 사흘에서 닷새 정도 교사의 기운을 뺏는다.

지필시험이 한 번 줄어들면, 수업할 수 있는 날이 2주가 더 늘어난다. 관습적으로 지필시험 전주에는 보통 교사들이 수업을 하지 않고 많이들 자습을 시킨다. 지필시험이 끝나고는 답 맞추고 하면서 2시간 정도는 수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학기가 형식적으로는 17주인데 실제 달력을 놓고 따져보면 15주가 나온다. 여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빼면 13주이다. 시험 전주에 보통 자습을 시키기에 또 2주가 빠지고, 그리고 한 주는 학교 행사와 연휴로 빠지게 된다. 학기에 실제 수업을 온전히 하는 주는 10주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필시험을 한 번 줄이면, 수업을 할 수 있는 주가 12주가 되어서 정상적으로 교육과정 운영을 할 시간이 더 확보된다.

 

둘째, 한 학기에 수행평가는 깊이 있는 활동으로 1개를 하고, 과정평가를 하면서 여러 항목으로 채점한다. 지필시험을 1회만 보려면 보통 교육청마다 조건이 따른다. 경기도교육청의 평가지침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수행평가가 60%가 넘어야 하고, 글쓰기형 평가가 과목 만점 기준으로 40%가 넘어야 한다. 그러면서 한 개 평가 항목이 되도록 10점을 넘지 말라고 되어 있다. 지필시험의 출제 부담을 줄이겠다고 지필시험을 1회만 보고 수행평가를 늘렸는데, 잘못하다가는 수행평가 부담이 커져서 더 힘이 들게 된다. 수행평가 부담을 적정한 수준으로 할 궁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깊이 있는 수행평가를 1개를 하면서 그 과정을 여러 항목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책 대화하기 활동을 한다면 보고서를 20점, 대화 사전 준비로 개인 질문 만들고 답하는 활동을 10점, 모둠에서 선택한 책 관련 주제 영상을 보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쓰는 활동이 10점, 보고서를 쓴 다음에 교사와 대화한 내용을 구술평가로 해서 10점, 이런 식으로 활동은 한 개를 하지만, 실제 채점이 되는 항목은 4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도 부담이 줄고, 한 가지 활동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해서 깊이 있는 배움을 얻을 수가 있다.

 

4-6시간 정도로 활동수업을 하고, 그 내용을 교사가 생활기록부의 과목세부특기란에 써주려고 하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떠했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수업이 빠듯하게 진행되면 수업 중에 교사가 학생을 인상 깊게 보더라도, 여유가 없어서 그 장면을 기록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활동수업이 4-5주 정도로 길게 진행이 되면, 교사들이 수업 중에 여유가 있어 학생을 잘 볼 수 있다. 한 달 정도로 길게 활동수업을 해야, 교사가 교과세부특기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에도 편하다.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학생 참여형 수업, 삶과 연계한 수업, 성취기준 통합 수업을 실제 교실에서 하려면 지필시험을 한 학기에 1회만 보는 게 필요하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평가지침에서 지필시험 1회를 권장한다고 밝혔고, 이 내용을 강조하는 공문이 교육과정정책과에서 2017년 3월에 발송되었다. 현재 경기도의 중학교에서는 학기에 지필시험을 1회 보는 경우가 흔한데, 고등학교에서는 드물다. 아직 고등학교에서는 지필을 1회만 보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아예 없애는 것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제도는 지필시험을 1회만 보는 것이 권장되고, 앞으로는 지필시험을 보지 않는 것을 국가 정책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2015 교육과정의 수업 방향이 학교에 뿌리내리려면 지필시험을 1회만 보도록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4. 문제 해결


수행평가 비율이 높아지면, 흔히 교사들이 불안해하는 내용이 있다. 성적에 불만인 학생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내가 공정하게 채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한다. 그리고 고차원적인 활동 평가를 하면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영향을 미쳐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면이 있다.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이 있어야 한다.

 

수행평가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학기 중에 여러 번 평가를 하게 된다. 그때그때 교사가 학생에게 점수를 알려주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하다. 한 학기에 몇 차례씩 한 교사에게 평가받고 점수를 확인하는 일을 학생은 보통 정신이 견디지 못한다. 더구나 교사가 수업 설계를 잘하고 성의 있게 가르치면 학생도 거기에 호응해서 열심히 활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때로 열심히 했어도 결과가 기대보다 낮을 때가 있다. 그런 때 학생은 마음이 상해서 교사에게 불만을 토해낼 수가 있다.

 

꼭 짚고 넘어갈 점은, 평가 민원은 채점을 더 엄밀하게, 더 세밀하게, 더 공정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교사가 평가를 함부로 하겠는가? 대부분 자기 능력 안에서 공정하려고 애쓴다. 학생이 불만인 점은 공정성 부분보다, 자신이 열심히 했는데 보답 받지 못한 부분이다. 이것은 상당 부분 심리적인 문제임을 교사가 이해해야 한다. 교사가 평가를 할 때마다 점수를 학생에게 알려주면, 학생은 엄청나게 압박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불안해져서 교사에게 항의를 하기 쉬워진다.

 

채점표는 학기말에 한 번만 공개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성적 민원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학생이 점수로 받는 충격은 학기에 한 번이면 된다. 지필시험이 끝난 뒤에 지필시험 점수와 함께 공개하면 된다. 그리고 교사가 평소에 점수로 학생을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 “점수는 행정적으로 매겨야 하니까 매기지만, 내 마음은 너희를 점수로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야 한다. 학기 중에 어떤 활동을 할 때 학생이 “제 글이 몇 점인가요?” 하고 물어보면, “점수를 이야기하기는 쉬우나 그러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깨진다. 점수는 말하지 않는 게 지혜롭다. 점수를 묻지 말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물으면 계속 가르쳐주겠다.” 하고 대답해야 한다.

 

수행평가를 하면서 교사는 자신이 제대로 평가하는지 불안해하기도 한다. 학생의 활동을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 이렇게 나눌 때 명확하게 각 등급에 속한 학생은 교사가 갈등하지 않는다. 교사가 고민하는 경우는, 어떤 학생의 활동이 한 등급과 다른 등급 사이에 놓인 경우이다. 그때 교사는 그 학생의 활동물을 위 등급에 놓았다가 아래 등급에 놓았다가 하면서 갈등을 하게 된다. 이 경계에 놓인 학생들이 바로 수행평가 채점의 오차 범위에 있는 경우이다. 이 학생들은 그 수가 적지도 않다. 전체 학생의 10-20%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렇게 경계에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평소 학생의 학습태도에 따라 점수를 결정하거나 학급 평균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원칙을 세워두고 일관성 있게 하면 된다.

 

이렇게 오차가 있을 수 있는데도 수행평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야 교육이 깊이 있어지고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줄 때 때때로 잡음이 일어나는데도 오지선다형 문제로 학위를 주지 않는 이유는, 그러면 공부 과정이 깊이가 없어져서이다. 박사 학위를 줄 때 오지선다형 문제를 쓰지 않듯이,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교육을 더 깊이 있고 풍요롭게 하려고 오지선다형 문제와 이별하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글쓰기로 평가를 하는 이유는 그래야 교육이 온전히 제 몫을 해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육 불평등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학생이 제공받는 사교육의 수준이 다르다. 사교육으로부터 지원받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가 있다. 사교육이 없다 하더라도 집에서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고 자기 학습공간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간격이 적지 않다. 이 문제는 교사가 학생의 활동 과정을 돕고, 활동 결과물에 대해 도움말을 해준 뒤에 고쳐써온 글에 대해 평가해야 대응이 된다.

 

학생에게 교사가 도움을 주면 평가과정에 개입하는 것이기에, 교사는 활동을 제시만 하고 학생이 알아서 한다는 관점은 부적절하다. 학생은 이미 자신의 집안 배경에 따라 다른 수준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교사가 개입하지 않아서 공정한 게 아니다. 교사가 적극 개입해야만 현실의 불평등을 어느 정도나마 보완할 수 있다. 학생 간 격차를 좁히려면, 교사가 학생의 활동과정에 적극 개입해서 돕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논평과 도움말을 해주어서,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아쉬움 없이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이 수업시간에 안내되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학생이 활동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집에 가서 보완해오는 것은 좋다. 많은 학생들은 순발력이 없어서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거쳐서, 결과물에 깊이가 생긴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자세히 안내하지 않고, 할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고, 과제 위주로 하게 하면 학생의 배경이 작용해서 불평등 문제가 생기게 된다.

 

특히, 학기에 한 번 하는 깊이 있는 수행평가로 보고서를 쓸 때는 고쳐쓰기 과정이 꼭 필요하다. 학생이 처음 낸 결과물로 평가하지 말고 교사가 도움말을 해준 뒤에, 학생이 고쳐써온 글로 평가를 하면, 돌봄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교사의 도움을 얻어 더 잘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 학생 한 사람에 대해 학기에 한 번 3-5분 정도를 1대1로 면담하며 활동물을 봐주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다. 고쳐쓰기를 하면 그 활동에 3-4차시가 더 필요한데,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여러 활동을 나열해서 하기보다, 한 가지 활동에 여러 요소를 담아서 긴 시간 동안 해야, 수업과 평가가 온전해진다.

 


[참고] 평가계획 문서 사례


독서와 문법

수업시간에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에게 활동할 시간을 준 내용으로 평가를 한다. 여러 평가 활동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해서 학생 부담을 줄인다. 개인 활동이라 해도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모둠으로 한다. 보고서인 경우에, 모든 학생은 교사에게 도움말을 듣고 글을 고쳐서 다시 낼 수 있다.


종류

지필평가

수행평가

비율

30%

70%

횟수

/영역

1차

2차

포트

폴리오

서술형·논술형 평가

구술

평가

관찰

평가

선택형

서술형

선택형

서술형

자료 수집과 논평

묻고 답 쓰기

보고서 쓰기

수업 기록

자료 활용으로 문제해결

수업 중 답변·질문

만점

(비율)

-

-

100

(30%)

0

(0%)

10

(10%)

10

(10%)

20

(20%)

10

(10%)

10

(10%)

10

(10%)

-

100 (30%)

70 (70%)

시기

-

7월 2주

-

5월 3주

6월 2주

6월 2주

-

성취기준

-

31043

-310412

31041

31042, 

310411

310413,  310414

310412

310415

310416


수행평가 세부 기준

가. 등급 구분은 5등급 이상으로 하고, 급간 점수 차이는 10% 또는 1점으로 한다.

 - 평가 기준을 모두 잘했으면 만점, 1개 부족할 때마다 한 등급을 조정한다. 또는 여러 평가 기준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등급을 판단한다.

나. 모둠 활동은 개인 점수, 공동 점수를 따로 매겨서 1:1 또는 2:1 비율로 더할 수 있다.

다. 기회가 있었는데 참여하지 않으면 활동별로 만점의 30% 점수를 준다.

라. 가산점, 감점은 전체 수행평가 점수 또는 활동별로 10% 안으로 한다.

 - 가산점 : 교사가 수업 중 안내하는 가산점 활동을 할 때

 - 감점 : 미리 알려준 준비를 거듭 해오지 않았을 때

 

이름

설명

분류

평가 기준

횟수

배점

자료 수집과 논평

수업 주제와 관련된 책, 영상물, 보고서를 찾아 모으고 자료에 논평 달기

포트

폴리오

▶일정에 맞게 정리했는가?

▶요구한 분야와 개수에 맞게 했는가?

▶수준 있는 자료를 모았는가?

▶논평을 자기 언어로 정리했는가?

수시점검

10

묻고 답 쓰기

선정 주제와 관련해서 질문을 만들고, 답 쓰기

서술형·논술형 평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는가?

▶논리는 설득력이 있는가?

▶자기 경험과 연결 지었는가?

▶문장은 정확한가?

1회

10

보고서 쓰기

선정 주제와 관련해서 체계 있는 보고서 쓰기 (모둠 활동)

서술형·논술형 평가

▶의미 있게 내용을 펼쳤는가?

▶논리 전개는 안정적인가?

▶자기 주변의 일과 연결 지었는가?

▶문장은 정확한가?

▶구성은 안정적인가?

1회

20

수업 기록

수업시간에 나온 말, 모습, 생각을 묘사하고 기록

서술형·논술형 평가

▶수업 내용을 세밀하게 재현했는가?

▶수업 장면에 대해 자기 의견을 썼는가?

▶학생들의 마음이 표현되었는가?

▶문장이 정확한가?

1회

10

자료 활용으로 문제 해결

특정한 주제에 대해 교사가 묻고 학생이 대답

구술평가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가?

▶내용을 잘 알고 있는가? 

▶전달력 있게 표현하는가? 

▶자기 언어로 말하는가?

1회

10

수업 중 답변·질문

수업 중 교사의 질문에 의미 있게 대답한 횟수, 교사에게 좋은 질문을 한 횟수를 봄

관찰평가

▶좋은 답변, 질문을 했는가?

 - 1회에 1점씩 주어서 10점 만점

 - 정의적 평가 중 참여의식을 살핌

수시점검

10


정의적 능력 평가 방안

정의적 평가는 여러 요소 중에서 참여의식만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다른 요소는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한다.

가.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부분은 참여의식이다. 이것은 수업 중에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의미 있는 대답을 하거나, 교사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할 때 체크리스트에 적는 방법으로 한다. 대답 또는 질문이 일정한 횟수에 도달하면 그에 맞게 점수를 준다. 일반적인 답변이나 의미 없는 질문은 횟수로 치지 않는다.

나. 수행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하는 요소는 동료협력, 소통, 문제 해결 태도 등이다. 약자·소수자·종교·인종·지역·성을 차별하는 태도는 보편 윤리에 어긋나기에, 일단 주의를 주고 그 뒤에 계속 개선되지 않으면 그 행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유의점

가. 평가가 고차원적일수록 학생의 배경이 작용해서 교육 불평등이 강화되는 문제에 대책을 마련한다.

 - 개인 과제를 할 때도 모둠을 구성해서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받게 한다.

 - 학생이 과제를 할 때 교사가 방관하지 않고 도울 점을 찾아 돕는다.

나. 등급을 매기더라도, 초점은 학생 개인의 성장에 둔다.

 - 학생이 낸 과제를 교사가 살펴보고 도움말을 해준 뒤에 보완해서 다시 낼 수 있게 한다.

다. 수행평가 성적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학기말에 공개하고 중간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 평가를 할 때마다 점수를 알려주면 학생은 부담을 견디지 못해 깊이 있는 학업 성취에 방해가 된다.

 - 학기 중에는 ‘제 점수가 몇 점’이냐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하느냐?’에만 대답한다.


평가결과 분석 및 활용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학생이 어느 정도 소화했는지 확인하고, 가르치는 방식과 내용을 조정한다. 몹시 뛰어난 성취를 보인 학생은 따로 불러서 그 재능을 알려주고 진로 상담을 한다. 뒤떨어지는 학생은 수업 중에 그 학생을 도울 방법을 궁리한다.


구름배 POWER blog
구름배 교육·학문

광릉숲을 떠나 의정부에서 구름배를 만들어 하늘에 날려 띄웁니다. 날아가라 내 아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