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A 교수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대전지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월 14일 A 교수에 대한 감사 뒤 처분요구서를 발송하고 A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A 교수 본인은 물론 주변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KAIST와 중국 충칭 양강신구에 위치한 충칭이공대가 함께 개설한 국제교육협력프로그램의 공동 학장으로 재직해 왔다. 2015년 KAIST는 충칭이공대에 전자정보공학과와 컴퓨터과학기술공학과를 개설해 KAIST의 교육시스템과 커리큘럼을 적용한 학부 및 대학원 과정을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KAIST 교수진 일부도 일정 기간 충칭이공대에 파견돼 학기 별로 4개월 남짓씩 연 8~9개월씩 머물며 강의를 하고 있다. 파견된 교수는 KAIST 본원에서 본래의 급여를 받고, 추가로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현지 체류비를 받았다.
문제는 A 교수가 이와 별도의 돈 3억원을 중국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돈의 정확한 출처와 명목은 현재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아직 조사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말을 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만 말했다.
KAIST는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KAIST 관계자는 “교수가 국내에서 자문이나 사외이사, 심사 등을 하고 대가를 받을 경우 청탁금지법에 따라 학교에 신고를 하게 돼 있다”며 “반면 해외에서 받을 경우에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알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인재계획 참여 의혹 "아직 밝혀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이 돈이 중국 정부에서 A 교수를 자국 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유치한 뒤 준 급여나 연구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 나간 자국 및 해외 과학기술자를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세운 천인계획이나, 이를 확대해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만인계획 등 인재유치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받은 금액이 통상적인 중국 교수 급여보다 월등히 많은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된다. 다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불과하다.
만약 사실일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먼저 대학의 겸직 제한 규정을 어긴 것이 된다. KAIST 등 다수의 과학기술특성화대는 교수가 해외 대학에 겸직을 할 경우 해외 기관에서는 따로 보수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제한된 기간(연간 3개월)만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외 기관에서 보수를 받을 경우 그 기간에는 본래 소속된 대학에서는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A 교수는 KAIST로부터 급여를 받고 프로그램으로부터 체류비까지 받은 상태이므로 추가로 받은 것은 규정 위반이 된다.
중국의 해외 인재유치프로그램으로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양쪽에서 활동하다 보니 실험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데이터가 중국에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초 나노기술 전문가 찰스 리버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기소하고 지난해에도 타오펑 캔자스대 교수가 중국과 미국 양쪽 대학에 적을 두고 연구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하는 등 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천인계획 참여자를 기소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A 교수가 정말 기술을 유출했는지,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조사 중이며 아직 명확한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A 교수는 연구 데이터 공유가 학회 등에서 이뤄진 만큼 통상적인 학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학내에서 개발된 기술은 모두 산업기술로 분류된다”며 “이렇게 개발된 내용을 통상적인 해외 학술활동 과정에서 발표한 경우 기술유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지만, 향후 이 같은 내용을 보다 정교하게 규정해 연구자가 연구 내용을 안심하고 발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이 검찰을 통해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 먼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려를 제기했다. 조사가 진행 되는 과정에서 정황만 공개해도 최종적인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산업기술 유출' '국부 유출'이라는 프레임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널리 펴져 있는 '반 중국' 정서와 KAIST와 같은 과학계 최고 집단의 비리에 대해 국민적 불신 더 크다는 점, 국부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분노 등을 감안했을 때 메가톤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로 어렵게 확보한 기술의 무단 유출은 엄단해야하지만 반드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한 뒤 이뤄져야 하고 억울한 사람 한 명이라도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과학계 인사는 “기술유출 우려보다는, 겸직이나 국외로부터 급여나 연구비를 받을 때에 관한 규정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중국에서 돈을 받은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비록 규정이 허술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해외 활동 시 보수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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