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강한 불만…조영선 사무총장 지난 10일 사표 제출
17일 인권위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이나 인권기본법과 관련한 내부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내부 논의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 이후에 제정한다고 해도 내부에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떤 전략도 없는 상태에서 위원장이 ‘그냥 하지 말자’는 식으로 권위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기본법 역시 초안이라도 만들자는 견해가 나왔는데, 위원장이 총선 전까지는 하지 말자는 주의여서 논의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동성애 반대 세력이 많아서 외부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9월4일 취임하면서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와 혐오 표현이 광범위하게 퍼지며 지역인권조례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며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기본법을 제정해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의무, 인권영향평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견인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2006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직접 성안해 국무총리에게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장애, 병력, 성적지향, 고용형태, 출신 국가, 인종 등을 근거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이다. 현재는 장애인과 여성, 고령자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만 존재한다. 17~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기독교 등 보수단체들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현재 정의당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인권기본법 역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2017년 10월 인권위가 국가와 지자체의 인권보장 책무 등을 명시한 ‘인권기본법 제정 추진 계획안’을 마련해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위원장과 사무총장의 갈등은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인권위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는 위원장이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식으로 나와서 대화와 소통이 안 되는 건 맞다”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 사무총장(2002~2004년)과 상임위원(2004년 7월~2007년 9월) 등을 지냈다.
박병수 인권위원장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내부 의견이라는 게 다양하다”며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이 법적 제도적 정비를 위한 토대 구축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차별금지법이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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