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터진다…가계빚 1년새 154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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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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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분기 가계신용 통계

전년동기대비 9.5% 늘어
역대최대 규모인 1765조원
빚투에 생활자금 수요 겹쳐

금리 인상 시점 빨라질 땐
저소득층에 부담 집중될 듯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에도 가계빚이 1년 새 154조원 늘어 역대 최대 폭으로 불어났다. 주식·부동산 '빚투(빚내 투자)' 등 자산시장 급등에 올라타려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리하게 빚을 내 수익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가계 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가계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가계빚은 전년 동기 대비 9.5% 급증한 1765조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가파르다. 가계신용 증가액은 1년 새 153조6000억원 불어났는데 이는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며 가계빚을 밀어올렸다. 가계신용 대부분(95%)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1분기 1666조원으로 1년 새 144조2000억원(9.5%) 불어나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코로나19 경계감이 완화되며 신용카드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가계빚 폭증을 부채질했다. 1분기 판매신용(99조원)은 1년 새 10.5% 급증하며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1분기에 주택 매매 등 대출 수요가 이어지며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과 주식 투자 수요가 더해지며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 빨라지는 금리 인상 시계


문제는 미국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며 한국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도 덩달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최근 미국발 테이퍼링 전망을 내놓은 9개 투자은행(IB) 가운데 8곳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당장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올해 말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내년 여름께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한은이 즉각 따라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 여파에 가뜩이나 서민금융 상품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기준금리까지 올리면 가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 이자 부담 저소득층에 집중


막상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면 이자 부담은 저소득층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늘어나는 이자 부담 가운데 절반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몰린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가액을 따져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5000억원, 2분위가 1조1000억원, 3분위가 2조원, 4분위가 3조원, 5분위가 5조2000억원 늘어난다.

허 원장은 "국내 주식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민간부문 부채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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