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인터뷰 기자 곤혹스럽게 만든 김의겸의 '전언'

입력
수정2021.12.22. 오후 1:42
기사원문
김도연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 “김건희씨에게 사과”
YTN서도 “김의겸 등 부적절 발언 오해 불러”
취재 기자-취재원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
김건희 인터뷰에 관한 '전언'을 방송에서 쏟아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으로 인해 김건희씨를 취재한 기자와 언론사가 난감한 상황에 빠지면서다. 김 의원은 1988년 한겨레에 입사해 29년 동안 기자로 활동한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5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였다. 김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어제 (김건희씨 관련) 보도가 오마이뉴스, YTN 두 군데서 나왔다"며 "월요일(13일) 기자들이 통화를 했다. 월요일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에는 오마이뉴스가 통화했고, 4시에서 5시 사이에는 YTN이 통화했다"고 설명했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사진=김의겸 의원실 제공
'카더라' 식으로 전언 옮긴 김의겸

김 의원은 이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을 발설했다. 그는 "YTN 통화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YTN 기자가 검증하니까 (김건희씨가) '왜 나만 이렇게 괴롭히느냐'고 억울해 하면서 '당신도 기자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고 했다). 그 이야기보다도 더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확인한 내용 가운데 이 내용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인 14일 YTN은 김씨를 단독 인터뷰하며 동시에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와 달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데다가 허위 경력에 대한 검증 보도였다는 점에서 YTN 보도는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이 YTN 보도 다음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밝힌 내용 가운데, 김건희씨가 YTN 기자에게 "당신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고 말했다는 대목에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대선후보 배우자가 이미 권력인 양 오만하게 취재진을 압박한 것으로 비쳐서다.

김 의원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갔다. 그는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말 나온 김에 좀더 말씀드리면 오마이뉴스의 경우 (김건희씨가) 기자한테 오히려 물어봤다고 한다. '몇 년생이냐' 그래서 '70년생이다'라고 그러니까 '그러면 오빠네요. 여동생처럼 대해 주세요'라고 했다"며 "(김씨는) 오마이뉴스 기자하고 '제가 청와대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초대해서 식사 대접해 드릴게요'라고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건희씨는 1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쥴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는데 김 의원은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을 TBS 라디오 방송에서 발설한 것이다. 이 역시 김씨가 선거도 전에 이미 대통령 배우자인 양 비쳐져 비난이 쏟아졌다.

구영식 기자 "김의겸에 유감… 사과의 뜻 밝혀"

김 의원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기자와 언론사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김건희씨를 인터뷰한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15일 오후 유튜브 '오마이뉴스TV'에 출연해 김씨의 "내가 청와대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발언을 해명했다.

구 기자 설명에 따르면, 구 기자가 거듭 인터뷰를 요청하자 김씨는 "인간적 신뢰 관계가 쌓인 다음 만나자"고 답변했다. 이에 구 기자가 "그럼 청와대에 가면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잘 되어서 청와대에 가면 구 기자를 가장 먼저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씨는 남편인 윤 후보가 '잘 되어서' 대통령 당선이 된다는 가정 하에 '청와대'를 언급한 것이었고 이 역시 구 기자 질문에서 비롯한 발언이었다.

구 기자는 "여동생처럼 대해 달라"는 김씨 발언에 대해서도 "공적 관심사나 검증 대상, 국민의 알 권리, 이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었는데 김 의원이 먼저 공개하는 바람에…"라며 난감을 표하기도 했다. 취재기자 판단에 보도 가치가 없는 이야기를 김 의원이 기자 허락 없이 청취율 1위 라디오 방송에서 풀어버린 것이다.

구 기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건희 인터뷰 보도 후 김 의원에게 전화가 와서 그에게 김씨의 '여동생' '청와대' 발언 등 두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당시 통화할 때도 우리는 보도하지 않을 내용이고 보도할 거리가 안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김 의원이 뉴스공장에서 이야기를 해버렸다"고 밝혔다.

구 기자는 "김 의원은 기자 시절부터 잘 아는 분이었고 가까웠기 때문에 경계 없이 이야기했다"며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유감이다. 김 의원에게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 나 역시 김건희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YTN 취재 정보는 어떻게 김의겸에게?

YTN도 김 의원 발언에 선을 긋고 있다. 김씨와 인터뷰를 한 신준명 YTN 기자는 15일 자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언급한 김건희씨의 "당신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 발언에 관해 "그 부분은 좀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반박했다.

YTN 보도국 측은 김 의원에게 김건희 인터뷰에 관한 내용을 전달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도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 기자를 통해 얻은 정보는 아니라고 했다. 이 경우 김 의원이 어떻게 보도되지 않은 YTN 기자 취재 내용을 파악하고 방송에서 발언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보 유출 가능성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YTN은 17일 공식 입장을 통해 "김건희씨 통화 내용 보도와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획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YTN은 보도 전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준수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일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으로 보도 신뢰성이 훼손되고,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인 장아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21일 미디어오늘에 "김의겸 등 (범)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해를 불러왔고 이에 대해 회사가 공개적으로 항의 또는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노측 의견을 사측에 전달했다"며 "지난 17일 사측의 공식 입장에 그 뜻이 함께 담겼다"고 전했다.

30여년 기자로 활동하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만큼 김 의원은 현직 기자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자들도 김 의원에게는 쉽게 경계를 풀곤 한다.

하지만 기자와 취재원 사이 '불가근 불가원' 관계가 균형을 잃으면, 유사한 사달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김 의원은 20일 기자의 전언을 유력 방송에서 발설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노코멘트하겠다"고 했다.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저는 볼펜입니다. 언론 비리 제보 환영합니다. 제보: 010-9133-8368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