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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도 있었던가..?" 기억 속에 묻힌 국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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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23:285,187 읽음

 자동차 메이커들은 매번 미래의 비전과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신차를 야심 차게 준비하여서 고객에게 선보입니다. 아반떼, 쏘나타와 같이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와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로 판매되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여 살아남지 못하고 단종되는 차들도 있습니다.

추가로 자동차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는 차량도 존재하고, 기존 시판 중인 차량의 파생형 모델도 존재합니다. 두 종류 모두 환호 받는 차량이 있다 하면, 인기를 받지 못하여 단종되어 점점 잊혀가는 차량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가는 국산차를 둘러볼까 합니다.

1. 포터 막아보자! 삼성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1톤 트럭, 삼성 야무진 (삼성 SV110)

소형급 1톤 트럭 하면 흔히들 거리에 널리고 널린 포터와 봉고를 연상하기 마련입니다.
허나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말고도 소형 트럭을 만든 회사가 있었는데요, 그중 한 곳이 삼성 자동차의 야무진(SV110) 이 되겠습니다. 1998년 11월에 출시된 야무진은 삼성자동차가 닛산 아틀라스 베이스로 출시한 처음이자 마지막 소형 트럭이었습니다.

포터보다 저렴한 가격과 닛산제 엔진을 내세워 1999년 히트 상품이 되기도 하며 포터와 봉고의 독점을 막아보려 하였으나... 주차브레이크 결함 문제가 터지며 주춤하는듯싶더니, 포터와 봉고에 비해 터무니없이 빈약한 프레임이 문제가 되어 과적을 했다 하면 차량의 프레임이 휘어버리는 대참사가 터지자 결국 야무진을 찾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야무진은 그대로 2000년에 단종됩니다.

2. 실용성 높은 크레도스, 기아 파크타운

기아자동차에서 출시된 중형 세단, 크레도스는 알아도 파크타운을 모르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파크타운은 크레도스 2의 스테이션왜건 형태로 탁월한 실용성과 7인승이기에 저렴한 세금을 강점으로 기아자동차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차량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참하게 망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왜건 모델이 살아남기 힘든 나라인 건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특히나 90년대였는데, 왜건에 대한 거부감은 말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기아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7인승 세제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정부의 형식승인을 제대로 받지 않고, 출시함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악재에 악재가 덮치며 파크타운은 1999년 1월, 아무도 모르게 단종됩니다. 파크타운은 거진 6개월이라는 판매 기간 동안 870대밖에 팔지 못했다는 기아의 흑역사로 남아있습니다.

3. 대우에도 1톤 트럭이 있었다. - 대우 바네트 픽업/코치

대우 바네트는 1981년에 자동차공업 통합 조치가 끝나자 기아차의 봉고와 맞서기 위하여 닛산 바네트 들여와 판매한 차량입니다. 바네트는 픽업 모델과, 코치 모델(9인승/12인승)의 베리에이션이 있었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차량은 출시 초기에는 봉고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할 만큼은 팔리고는 있었습니다만, 얼마 못 가서 단점들이 속출됩니다. 우선 픽업 모델에 흔히 말하는 수퍼캡과 더블캡의 사양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으로 공간이 있는 모델과 4도어 사양이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블캡은 없어도 수퍼캡 사양이 없다는 것은 크나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되어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다 결국은 포터와 봉고에게 완패를 당하여 1992년 초, 수퍼-X로 개명하고 재고떨이를 하다 단종됩니다.

4. 또 하나의 세피아, 기아 세피아 레오

세피아 레오는 뉴 세피아의 5도어 해치백 모델로 뉴 세피아가 출시된 2년 뒤에나 출시된 차종입니다. (뉴 세피아는 1994년, 레오는 1996년 출시) 가뜩이나 5도어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대한민국이며, 세피아의 인기가 줄어들 때 즈음 뒤늦게 판매가 개시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피아 레오가 출시된 96년은 1995년에 출시된 현대 아반떼가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때인지라 세피아 레오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세피아 레오는 판매 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1997년에 세피아 2가 출시되며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국내에선 성공하진 못했지만, 유럽 쪽에선 그나마 팔렸다고 합니다.

왼쪽과 중간은 누비라 D5, 오른쪽은 누비라 2 D5
5. 젊은 누비라, 대우 누비라 D5 (누비라 2 D5)

1998년 5월 출시된 누비라 D5는 세피아 레오와 마찬가지로 누비라의 5도어 해치백 모델입니다.
누비라 스패건이라는 왜건형 모델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 판국에 D5 모델의 인기는 스패건보다 더 밑바닥이었습니다.

D5 한정으로 1.5 SOHC와 2.0 DOHC 엔진이 존재하였는데, 2.0리터 급은 세금 등의 문제로 정말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것인지 절로 궁금해지는 차량입니다.
1999년, 누비라 2가 출시되며 기존 누비라 모델들은 모두 단종됩니다.

헌데, 누비라 2 D5가 "존재는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뒷모습은 구형 그대로지만 앞모습과 실내는 누비라 2의 것으로 국내에 판매된 적은 없고, 누비라 2 스패건과 같이 해외에만 판매되었다 합니다.

6. 넓다! 세금 싸다! 비싸다! - 기아 카스타

1999년 기아자동차에서 현대 싼타모(미쓰비시 샤리오)의 차대와 현대 쏘나타 3의 파워 트레인을 베이스로 하여 출시한 RV 차량입니다. 카스타는 카렌스, 카니발의 중간급의 모델로 7인승+LPG 엔진 조합으로 세금 혜택과 경제성을 동시에 챙김을 강조하였습니다.

출시 초기에 중후한 디자인과 신차효과로 잠깐 잘 팔리는듯싶었으나, 카스타보다 하급인 카렌스가 편의 사양이나 안전사양이 더 뛰어나, 가성비가 좋다는 점과 카스타 기본형의 가격이 카니발의 기본형보다 비쌌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되어 팀킬을 당한 차종입니다.

심지어 LPG SOHC 엔진이다 보니 86마력이라는 매우 빈약한 파워트레인도 문제였다고 하지만, 카렌스보다 좋은 승차감과 넓은 실내만큼은 장점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의 리스크가 더 컸던  카스타는 2002년 단종됩니다.

7. 중후함의 상징, 대우 로얄 듀크

로얄 듀크는 로얄 XQ의 페이스리프트 및 엔진 개선 버전으로 상품성을 한껏 끌어올린 차종이며, 이는 대우 로얄 시리즈의 마지막 준중형 모델이었습니다. 로얄 듀크는 차를 정말 잘 아는 분이거나, 직접 듀크가 돌아다니는 걸 보신 분이 아닌 이상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렇다고 내세울 부분도 없고, 출시된 지 1년도 안되어서 1988년, Y2 쏘나타가 출시되며 로얄 듀크의 판매량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여기에 대우 자회사 안에서도 밀리고야 마는데, 르망 살롱 GTE의 등장으로 로얄 듀크는 팀킬까지 당하게 됩니다.

(심지어 대우가 싸구려 중형차를 살바에 르망 살롱을 사라고 광고까지 내었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자동차 시장을 현대자동차가 장악하자 시름시름 앓던 로얄 듀크는 1989년 에스페로의 출시를 앞두고 단종됩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초기(XQ)/중기(XQ)/후기형(듀크)
8. 대한민국 디젤 세단의 시초, 새한 (대우) 로얄 디젤 (XQ/듀크)

국산 최초의 디젤 세단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진에 보이는 '새한(대우)로얄 디젤'입니다.
무려 1980년에 출시된 로얄 디젤은 디젤 엔진의 장점인 높은 연비를 생각하여 이를 승용에 국내 최초 도입한 시대를 앞선(?) 생각을 가진 새한 자동차의 작품이었습니다.

상기 사진에 보이는 맨 왼쪽이 XQ의 모습을 한 초기형 모델, 중간이 로얄 XQ의 모양을 가진 중기형 로얄 디젤이며, 오른쪽 사진이 로얄 듀크의 모습을 한 후기형 로얄 디젤입니다. 이때까지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이루지 못한 새한 자동차의 첫 시도였지만 1980년대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기술 문제로 인해 진동과 소음이 매우 심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로얄 디젤은 1989년, 로얄 듀크와 함께 단종의 길을 걷게 됩니다. 9년이나 팔리긴 했지만 워낙 오래된 탓에 로얄 디젤의 존재가 점차 희미해진다는 생각에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왼쪽은 초기형, 중간과 오른쪽은 후기형
9. 국내 최초 3000cc, 대우 임페리얼

1989년, 현대자동차 그랜저 엄청난 기세로 팔리며 대우 로얄 시리즈가 처참히 무너지고, 그랜저의 독주를 막기 위해 대우자동차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바로 6기통 초호화 세단을 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펠 제나토어 베이스로 출시한 임페리얼은 2.4 4기통 시리우스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보다 우위에 있으려 3000cc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게 됩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랜저만 바라보았으며, 대우를 보고 가만히 못 있던 현대는 임페리얼을 말려 죽이기라도 결심한 듯 3.0 V6 엔진을 그랜저에 얹어 선택의 폭을 대폭 넓히게 되며 임페리얼은 사람들에게 외면받게 됩니다.

당시 ABS도 장착하고, 국내 최초 3000cc급 엔진 장착이란 점도 있었고, 고급차의 상징이었던 캠백 / 랜도우 탑 스타일도 최초로 시도하였으나 그랜저의 공격과 품질 문제까지 덮쳐 판매량이 863대에 그쳐 현대 그랜저에게 K.O 패를 당합니다. 결국 임페리얼은 그랜저를 막지 못하고 1993년 단종됩니다.

왼쪽과 중간은 각포터 125, 오른쪽은 뉴포터 125
10. 봉고 1.2톤의 조상, 현대 포터 125

현재 1.2톤급 소형 트럭은 기아자동차의 봉고 3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봉고 3 이전에도 1.2톤 급 트럭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 포터 125 포터 125는 1.25톤으로 봉고 2 1.2톤과 같이 전륜 1축 바퀴가 2.5톤 마이티와 같은 휠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기존 포터보다 짐을 더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같은 급으로 삼성 야무진 이 있었습니다만, 부실한 프레임으로 인해 1톤도 못 실었다는 점 때문에 포터 125가 주력으로 팔리게 됩니다. 포터 125는 동그란 헤드 램프를 갖춘 뉴 포터까지 이어져 오다가 포터 2의 출시로 2004년에 단종됩니다.

이 포터 125는 꼭 장점만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1톤 급에 비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는 점입니다. 슈퍼캡 선택이 불가하고, 최고급 옵션인 하이수퍼 급 선택도 불가했다는 점이 있었지요. 현재 125의 뒤를 이은 차는 기아 봉고 3 1.2톤으로 아직까지 그 명분이 이어져 오긴 합니다만, 포터 125를 모르시는 분들이 꽤 많기에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여기까지, 한국에서 잊힌 자동차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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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CAR GO! 정래겸 에디터.
cargostud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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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III CAR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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