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74] Earn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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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8.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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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해도, 어떤 더 큰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와 후세(後世)는 영원토록 당신들을 잊지 않으리(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뉴욕 9·11 기념관에도 있는 글입니다. 로마의 시성(詩聖) 베르길리우스의 명구이지요. 이 ‘당신들’이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사진)’에선 존 밀러 대위와 그의 대원(隊員)입니다.


때는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명령이 떨어집니다. "라이언 일병을 구해 오라." 명령권자는 조지 C 마셜. 윈스턴 처칠이 '승리의 설계자'라 칭한 미 육군 참모총장입니다. 이 명령이 고교 영어 교사 출신 육군 대위 존 밀러에게 도착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4형제 중 라이언의 세 형이 다 전사하자 군(軍)이 부모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내린 조치입니다. 공수부대원 라이언은 프랑스 땅에 떨어진 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 한 대원이 따져 묻고 밀러 대위가 답합니다. "한 명 구하려고 왜 우리 여덟 사람이 목숨을 걸어야 합니까?" "아군 한 명의 희생이 열 명, 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지 않겠나."

독일의 프랑스 점령지에서 극적으로 라이언을 찾아내기까지 두 대원이 죽습니다. 라이언이 귀국 명령에 거역하면서 이유를 댑니다. "저만 갈 순 없죠. 남아서 전우들과 독일군 전차 부대를 막겠습니다." 그러자 밀러의 대원이 주장합니다. "그럼 우린 이만 돌아갑시다." 밀러가 명령합니다. "우리도 남아 전차 부대를 격퇴한다." 밀러와 아군 다수가 격전 끝에 전사합니다. 라이언을 끝까지 지켜준 밀러가 숨을 거두기 직전 그에게 이리 당부합니다. "Earn this." 함의(含意)는 '목숨 바쳐 싸운 우리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값진 삶을 살게.'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기꺼이 목숨 바쳐 우리를 인도한 힘은 오직 둘뿐이다. 우리의 영혼을 위해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희생한 전몰장병이다.’ 대단원 시간은 현재. 백발노인 라이언이 존 밀러의 십자가 비석 앞에서 아내에게 묻듯이 말합니다. “여보, 내가 값진 삶을 살아왔겠지(Tell me I have led a good life).”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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