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공 집 떠안은 5,000세대 "빚 갚다 죽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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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11. 오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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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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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8시 뉴스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요즘,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한 중견 건설회사가 전국 곳곳에서 주거용 오피스텔을 분양했습니다. 그런데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그걸 다 짓기 전에 공사가 멈춰 섰습니다.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분양받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높은 이자만 떠안게 됐습니다.

[전 모 씨/분양 피해자 : (밥이) 넘어가지도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잠도 안 오고…. 이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니까요.]

[문 모 씨/분양 피해자 : 죽는 게 낫죠. 갚을 순 없잖아. 어떻게 갚아요. 2천만 원도 아니고 2억을….]

그런데 이렇게 공사가 멈춰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저희가 파악한 곳만 전국에 9곳, 약 5천 가구에 달합니다. 먼저 피해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화강윤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양산 물금 신도시,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들 옆에 짓다 만 오피스텔이 방치돼 있습니다.
울산·부산·대구에도 같은 브랜드의 오피스텔들이 공사 중단 상태입니다.

모두 도급순위 66위인 다인 건설과 그 계열사들이 시공과 시행을 맡은 사업장들입니다.

공사 중단으로 입주를 못 하게 되면서 치매를 앓는 90대 노모의 임대주택에 얹혀살게 된 대구의 전 모 씨를 만났습니다.

시행사는 중도금 대출 이자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깨고 분양자들에게 이자를 떠넘겼습니다.

[전 모 씨/ 대구 분양 피해자 : (대출 이자를) 70만 원 내라 하니까. 그것도 이해 안 가잖아요. 그거 중도금 이자도 자기네들이 다 내기로 하고 이걸로 써 줬는데.]

그 사이 전 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됐고, 배달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가까스로 회복돼 마늘밭에 일용직으로 나가지만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전 모 씨/ 대구 분양 피해자 : 진짜 살아보려고. 그것도 무슨 죄인지.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했거든요. 그 돈이라도 마련하려고.]

오피스텔 공사가 멈추면서 신혼의 단꿈과 미래를 포기할 처지가 된 청년도 있습니다.

이자 폭탄을 떠안으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결혼도 기약 없이 미뤘습니다.

[강 모 씨/울산 분양 피해자 :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죠. 지금 울산 집도 언제 지어질지도 모르고. 이 상황에도 개인회생도 했고. 대출이자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취업 길이 막힌 경우도 있습니다.

[박 모 씨/양산 분양 피해자 : 우리 애는 그 이후로는 취직이 안 되는 거예요. 면접에 보러 가서는 합격을 하면 사실은 통장이 압류되어서 못 쓴다고 이렇게 하면 애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예요.]

SBS 취재로 파악된 다인 건설의 오피스텔 공사 중단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9곳, 약 5천 세대에 달합니다.

대부분 아파트보다는 싸고 교통이 좋은 상업지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이라 분양 피해자들은 고령층이나 예비 부부들이 많습니다.

[죽을 때까지 진짜 빚만 갚다 죽게 생겼잖아요. 지옥이 따로 없어요 진짜…]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김종태)   

▶ 건설회사는 자금난 핑계…오피스텔 분양 보증은 '선택'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31697 ]
▶ "분양금 깎아준다" 솔깃한 제안…잔금 입 닦은 시행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31696 ]
   

화강윤 기자(hwak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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