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지의 건치 에세이] 당신은 적정진료를 받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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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2.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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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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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에 다른 병원의 과잉진료를 확인하러 오는 환자가 꽤 있다. 대부분 치과는 적정진료를 한다. 다만 극히 일부가 오해를 산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다. 치아가 반 이상 파절되어 찬물만 마셔도 너무 시리고 고통스러울 때 A 치과의사는 신경치료 후, 이전에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는, 포스트를 동반한 크라운 치료를 권한다. 반면 B 치과의사는 해당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권한다. 어느 진료가 과잉일까.

필자 생각엔 둘다 과잉은 아니다. 두 치과의사의 진료 철학이 달라서 다른 것이다. 철학이 다르면 치료계획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A 치과의사는 임플란트도 관리를 잘못하면 염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본인 치아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진료철학을 가진 의사다. 상기 치아의 상태가 포스트를 동반한 크라운 치료를 하기에 충분하니 주의해서 쓰기만 하면 꽤 오래, 혹은 평생 쓸 수 있겠다는 판단한 것이다.

B 치과의사는 포스트 동반 크라운 치아는 여러 이유로, 오래 쓰지 못 할 수 있어 나중에 어차피 이 뽑을 가능성이 있으니 지금 이을 뽑은 후 임플란트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예전에 신경치료를 하고 세라믹 치아로 씌운 위 앞니의 뿌리에 염증이 생겼을 때다. C 치과의사는 재신경치료를 하고, 필요하면 치근단 절제술을 해보고 염증이 다시 생기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지켜보자고 했지만, D 치과의사는 문제의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자고 한다.

모두 과잉진료가 아니다. C 치과의사는 앞니 임플란트가 어금니 임플란트보다 심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앞니의 경우 재신경치료나 치근단절제술후 상대적으로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다.

D 치과의사는 치근단절제술이나 재신경치료를 해도 염증이 가끔 재발할 우려가 있고 염증이 커져서 인접 치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아예 이 뽑은 후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번째 사례로 과잉진료의 경우다. 치아에 충치가 생겨 치과를 찾았더니 E 치과의사는 충치 부분만 긁어내고 인레이치료를 권한다. F 치과의사는 충치가 심해서 신경치료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며 발치 후 임플란트를 권한다.

이런 경우 F 치과의사는 과잉 진료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치과의사가 권하는 치료가 아닌, 전혀 다른 치료를 말하면 의심해볼 만 하다.

얼마 전에 방송을 접한 사건이다. 대부분 스케일링과 레진 등 간단한 치료만 해도 되는 환자들에게 8개에서 20개의 치아를 뿌리 가까이 간 뒤, 모두 포스트를 박고 크라운을 씌우는 치료를 한 일이다. 이 사실은 다른 치과의사가 그 치과를 인수한 후에서야 밝혀졌다고 한다.

이곳에서 교정치료를 받아왔던 어떤 환자는 교정치료가 거의 끝날 즈음에 충치 치료부터 해야 한다며 교정기를 제거하고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의사는 그녀의 치아 상태가 60, 70대 할머니 같다고 했단다. 그러니 충격을 받고 치료를 하겠다고 할 수밖에. 치료를 맡긴 지 1년이 지나자 본인의 치아는 하나는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됐다. 치료비도 2000만 원에 달했다.

이 환자의 진료 사진을 보고 다른 치과의사들은 “이런 식의 진료는 없다”고 당황했다. 이런 극단적인 과잉진료는 뉴스에서나 접할 만큼 드문 경우이긴 하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겪은 사례다. 얼마 전, 어떤 환자가 밥을 먹다가 다른 치과에서 몇 달 전에 떼운 것이 떨어졌다며 금인레이를 휴지에 싸서 갖고 왔다. 떨어진 금인레이를 보니 금박처럼 아주 얇고 좁았다.

치아 삭제가 거의 없는 걸로 보아 원래 충치 부위가 아주 작았던 것으로 보였다. 삭제 깊이가 1㎜도 채 안 되어 보였고 따라서 유지력이 별로 없어 쉽게 탈락한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금박처럼 얇은 금인레이는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풍자적으로 ‘사시미 인레이’라고 불린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금을 최소량 사용하는, 극소수의 치과에서 행해지는 시술로 회를 뜬 것처럼 얇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환자가 금인레이치료를 원했을 수도 있지만, 저 정도의 충치였다면 간단한 레진치료 또는 정기검진을 통해 지켜보는 게 좋았을 것 같았다.

극히 적지만 혹시나 있을 과잉진료를 예방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결국 본인이 담당 의사에게 치료의 장단점을 충분히 묻고 대화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뿐이 없다. 의사에게 질문하면 할수록 의사는 더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 최선의 방법에 더 다가가게 된다.

이지영 원장(치의학박사·닥터이지치과)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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