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더 받느라 만들던 작은 공원 이젠 건물 내에도 가능… 오피스 건축 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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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실내형 공개공간(공개공지)’ 제도가 국내 오피스 건축 판도를 뒤바꿀지 건축계 관심을 받고 있다. 공개공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주가 용적률 및 높이 제한을 완화 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공적 공간을 뜻한다. 현행 건축법과 서울시 건축조례는 공개공지 설치장소를 실외로 한정하지 않았지만, 실내형 공개공지와 관련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여태 모두 야외 공원 형태로 조성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실내형 공개공지가 설치된 사례는 없다.

실내형 공개공지가 도입된 미국 뉴욕 시티그룹 센터 아트리움(왼쪽)과 미국 뉴욕 IBM플라자(오른쪽)의 모습. /서울시 제공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국 시·도 중 처음으로 올해 초 실내형 공개공지의 정의와 설치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시 개정 조례에 따르면 실내형 공개공지는 건축법에 따라 기존 실외 공개공지와 동일하게 120% 범위 내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실내형 공개공지 면적이 150㎡ 이상인 소규모의 경우 최소폭은 6m, 최소 높이는 층수 2개층이어야 한다. 중규모(면적 500㎡ 이상)는 최소폭 9m, 최소 높이 3개층, 대규모(면적 1000㎡ 이상)는 최소폭 12m, 최소 높이 4개층의 실내 공개공지를 조성해야 한다. 몇 층에 실내 공개공지를 조성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층수 규정은 없는데, ‘일반인의 접근이 편리하고 다수 공중이 이용가능한 공간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가급적 지상 1층에 가깝게 실내형 공개공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개정 조례는 실내 공개공지 설치를 위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준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상당한 실내형 공개공지가 생겨날 수 있어서다.

특히 건축계에선 실내형 공개공지 도입이 오피스 건축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간 일률적으로 대지면적의 일부(최대 10%)를 떼내 실외 공개공지를 조성해야 했는데, 실내형 공개공지는 대지면적을 지키는 대신 건물 1~2층을 개방하는 방식이어서 오피스 빌딩의 건축 설계와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어서다.

국내에선 실내형 공개공지가 도입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선 실내형 공개공지가 꽤 보편화돼 있다. 미국 뉴욕 IBM빌딩,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리젠시 호텔, 캐나다 토론토 이튼센터, 일본 도쿄 시반스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들은 임대료가 가장 높게 책정돼 건물의 핵심 수익률을 담당하는 지상 1~2층 부분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도서관이나 공연장, 보행자 통로 등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실내형 공개공지는 임대료가 가장 잘 나오는 1~2층 상업시설을 포기해야 하지만, 늘어난 대지면적 만큼 연면적을 더 확보할 수 있고, 건축주가 실내형 공개공지를 활용해 광고를 하거나 ‘완전 개방’을 통해 늘어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3~4층부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어 단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또 실외 공개공지와 달리 폭염과 한파, 미세먼지 등 날씨와 관계 없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 공공의 이익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실내 공개공지는 건물의 개방성을 높이며, 1층이 가로 보행환경과 연계돼 보행환경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도시활동의 촉매 역할을 한다”면서 “보행활동 개방성 측면에서 실외 공개공지보다 3배 이상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에선 실내 공개공지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건물의 주요 요소가 되며, 기업들은 이 공간을 공연 등 문화활동 용도로도 쓴다”면서 “1층을 공공에 개방해야 해 건축주는 임대료가 가장 잘 나오는 1층에 상업시설을 놓을 순 없지만, 이 공간이 보행활동에 기여해 시민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결국 부동산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실내 공개공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꽤 오래 전부터 해온 제도”라고 했다. 그는 “실외 공개공지는 현실에선 대체로 방치되고 관리가 안 되는 공간인데, 내부로 들어오면 관리 주체가 뚜렷해지며 시민들 입장에서도 건물 내부를 이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개발규모가 크면 클 수록 실내형 공개공지의 효용이 커지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을 하는 건축주가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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