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Oversea

오피오이드부터 펜타넬까지.. 고통받는 미국인들

메디컬리포트님의 프로필 사진

메디컬리포트

공식

1만 팔로워

2017.09.12. 11:514,042 읽음

미국 정부가 오피오이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출처:H&HN)

지난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피오이드(opioid) 과다 복용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미국 내 오피오이드 성분의 합성 마약 '펜타넬'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통적 오피오이드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전년도인 2015년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만 3,000명 이상으로 전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역시 매우 높은 수치지만 2016년에는 오피오이드 약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전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대비 비중도 크게 늘었다.

미국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NCH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만 4,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이들 중 오피오이드계 약물로 죽음을 맞은 이들이 무려 80%에 달하는 약 5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사망 요인이 전통적인 오피오이드 진통제 과다복용이 아니라, 오피오이드 성분 마약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오히려 전통적 진통제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근 1~2년 새 꺾이는 추세고, 더 치명적인 마약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을까?

마약에 중독돼 탯줄을 끊자마자 몸을 부르르 떠는 아기(출처:유튜브)

진통제 복용하다 나도 모르게 마약 중독자로

NCHS에 따르면 미국 내 약물중독 사망자의 수는 지난 15년 사이 3배가 넘게 증가했다. 2016년 약물 중독 사망자들 중 약 80%가 오피오이드계열 약물 및 마약으로 인한 것이다. 수많은 임산부들도 마약에 중독돼 이들의 태아는 태어나자마자 마약 중독자가 된다.

19분에 한명씩 마약에 중독된 아기가 태어날 정도로 미국은 마약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태어나자마자 온몸을 부르르 떠는 신생아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이 아기들은 탯줄을 끊자마자 경련 증상을 보이는데, 탯줄을 통해 어머니로부터 공급받던 마약이 끊어지자마자 극도의 금단 현상이 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약물중독 사망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병원이 오피오이드 성분의 진통제 처방 환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옥시코돈, 옥시콘틴 등의 상품명으로 불리는 오피오이드 진통제는 원래 말기 암 환자 수준의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만 처방이 허용된 약물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Purdue Phama라는 제약회사가 오피오이드 성분 진통제의 적용 범위를 대폭 늘리고 해당 성분 진통제 '옥시콘틴'을 "중독과는 거리가 멀다"고 광고하며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 진통제는 뇌에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부분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약물이다. 하지만 이 약을 반복해서 복용하다 보면 해당 뇌의 부분이 점점 민감해져 아주 작은 고통도 큰 고통으로 느끼게 만들고, 결국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다시 찾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결국 약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고 복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환자들은 점점 더 강한 약을 찾다 헤로인을 하게 된다. 양귀비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마약인 헤로인과 오피오이드는 같은 성분의 약물이지만 헤로인이 훨씬 더 성분이 강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렇게 환자들은 약국에서 산 진통제 때문에 마약 중독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헤로인과 펜타닐의 치사량 비교(출처:유튜브)

진통제 -> 헤로인 -> 합성 마약…결국 사망

미국 정부가 뒤늦게 오피오이드 진통제의 폐해를 수습하기 위해 이 약물의 규제를 시작하자, 이미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같은 성분이면서 중독성은 더 강한 헤로인을 복용하고, 나아가 '펜타넬'로까지 비극이 이어진다. 역시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인 펜타넬은 헤로인보다 성분이 약 50배 더 강한 인공 마약성 진통제다. 자연성분인 헤로인보다 합성 약물인 펜타넬의 중독성은 더 강하다.

이 같은 오피오이드계 약물들을 과다 복용하면 뇌에서 호흡을 명령하는 부분까지 마비될 수 있으며, 환자들은 호흡 장애로 사망하게 된다. 이렇게 사망한 미국인이 지난 2016년에만 5만여 명이다. 결국 진통제로 시작해 마약을 거쳐 합성 마약까지 참극이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옥시콘틴, 퍼코셋 등 전통적인 오피오이드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수는 1만 4,400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헤로인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5,4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계열 합성 마약성 진통제 과용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숫자는 2만 1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약물 중독 사망자 수 현황(출처:NCHS)

전통적인 오피오이드 진통제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최근 1~2년간 오히려 줄어든 반면, 헤로인과 합성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즉, 오피오이드 진통제 복용을 시작한 환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헤로인으로, 또 시간이 지나면서 펜타넬로 한 단계씩 더 중독성이 강한 약물로 옮겨가며 참극을 맞았음을 입증하는 통계다.
 
해독제 가격 치솟아, 지원 캠페인 움직임 거세져

오피오이드계 약물에 심각하게 중독된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독제다. 해독제 '나칸'을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투여하면 숨을 쉬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 문제가 심각해지자 나칸의 수요가 높아지고, 이 해독제의 가격도 치솟기 시작했다. 나칸과 같은 해독제를 제조하는 회사들 대부분이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를 만드는 제약사라는 것도 역설적이다.

유튜브 인기 강사인 '올리버쌤'은 이 같은 내용을 고발하는 영상을 통해 이 제약사들에 대해 "환자를 중독시키면서 돈벌고, 중독자 살리면서 돈을 번다"며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아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 오피오이드 약물 중독 및 과다 복용 사망 문제가 심각해지자 해독제 공급 운동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미네소타의 비영리기관 'Steve Rummler Hope Network'는 지난해 6,000개의 오피오이드 중독 해독제 '날록손(Naloxone)'을 미네소타 경찰서, 재활병원, 신청자에게 지원했으며, 올해는 그 4배에 달하는 24.000개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