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이후 한국만…치명률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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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08. 오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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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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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밑돌다 1.5% 안팎 증가세
고령층 돌파감염과 병상부족탓
영국·독일은 일상회복 뒤 감소
6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방역을 완화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뒤에 ‘치명률’이 감소했지만 한국만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정부가 준비 부족 상태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면서 치명률 ‘역주행’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 국제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코로나19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1일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11월21일 이전 1주일 확진자 수 대비 12월1일 이전 1주일 사망자 수)은 1.46%로 주요 국가(미국, 일본, 독일, 영국, 싱가포르)와 견줘 가장 높았다. 지난 1일은 한국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지 꼭 한달째 되는 날이었다. 같은 날 영국의 치명률은 0.3%로 한국의 1/5 수준이었다. 싱가포르(0.32%), 독일(0.6%), 일본(0.94%)도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고, 백신 접종률이 정체되면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미국도 치명률이 0.96%로 한국보다 낮았다. 전 세계 평균 치명률도 1.31%로 한국보다 낮았다.

특히 다른 국가들은 우리보다 앞서 방역을 완화하고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지만 급격한 치명률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치명률이 3%를 웃돌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던 영국은 지난 7월19일 방역완화를 선포했지만, 그 이후로 0.3∼0.4%의 치명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모범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지난 8월10일 방역완화를 시작한 뒤 일시적으로 치명률이 1.5%까지 치솟았지만, 1주일 만에 안정세를 되찾은 뒤로는 0.4% 안팎의 치명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치명률이 5% 안팎까지 치솟던 독일도 8월 말 백신 접종(Geimpft), 감염 후 완치(Genesen), PCR 검사 음성(Getestet) 등 이른바 3G 방역을 내세워 적극적인 방역·의료 대책을 실시한 결과 1% 미만의 치명률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11월 방역 완화를 앞두고 치명률이 2%를 넘어서는 등 위기를 보였던 일본도 최근에는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모두 급감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치명률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큰 위기를 겪었던 국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의료대응체계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치명률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각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와 방역의 수준을 가장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학 전문가는 “치명률은 결국 국가가 환자의 생명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며 “병상대기 환자나 부족한 병상 등은 정부가 세세하게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목숨을 잃은 환자를 숨길 수는 없기 때문에 치명률은 감염병 대응 실태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10월 초까지만 해도 치명률이 0.5%를 밑돌며 세계적으로도 치명률이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하지만 10월15일께 0.57%의 치명률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지 하루 뒤인 11월2일께 치명률이 1%를 넘어섰다. 12월 초인 현재는 1.5% 안팎을 맴돌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아진 이유로는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 돌파감염 증가’와 ‘병상 부족’이 꼽힌다. 델타 변이 출현과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 사이에서 돌파감염이 늘었지만, 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목숨을 잃게 되는 사례가 늘었고 치명률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랐던 10월 초·중순에 치명률이 한 단계 높아지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 부족이 언급됐던 11월 중순께 치명률이 한번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6일 <한겨레>에 “전 세계적으로 치명률이 증가하는 국가가 없는데 결국 한국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한국이 준비되지 않은 일상회복을 밀어붙인 결과”라며 “연령 효과를 보정한 지난 11월 치명률은 1.01%에 이르는데 이는 지난 5월(0.44%)의 2.5배 많은 수준으로 백신 접종 이전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높아진 치명률을 낮출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병상을 배정 받지 못해 대기하는 환자는 모두 1012명이다. 수도권 병상 대기 환자 982명 가운데 4일 넘게 배정을 기다리는 사람도 309명이다. 수도권 병상대기자 중 547명(55.7%)은 70살 이상 고령 환자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4주차(21∼27일)엔 이렇게 병상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가 10명에 이른다. 직전 주(14∼20일) 3명이 숨진 것에 견줘 3배가 늘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주요국 치명률 추이 그래프 보기(https://bit.ly/3ovluaD)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는 https://ourworldindata.org/explorers/coronavirus-data-explorer 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김윤 교수는 “정부가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했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계절 영향 등을 고려하면 향후 2∼3주는 고령층·위중증 환자가 줄지 않고 사망자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치명률을 낮추지 않으면 4주 동안의 비상계획은 내년봄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도 “4주 간의 특별방역대책 기간이 끝난 뒤에 단계적 일상 회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추가접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병상 등 의료역량 확충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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