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물염정(勿染亭)3

프로필

2015. 4. 17. 9:30

이웃추가

물염정(勿染亭)3






 

 물염정(勿染亭) /하서 김인후 
 

명양주에 많이 취하였다가 /大醉鳴陽酒  

돌아와보니 삼월 봄이어라 /歸來三月春  

강산은 천고의 주인이건만 /江山千古主  

사람은 백년의 손님일 뿐이네 /人物百年賓


'물염(勿染)'은 염색이 안된 명주실을 보고 울었다는 묵자와 같이 세상에 물들지 않는(勿染) 순수함을 간직하자는 뜻으로 전원에서 은거하는 선비의 정신이 배어있다는 물염정이다. 왕세자였던 인종의 스승으로 출세길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35세의 젊은 나이에 벼슬을 내놓고 고향에 내려가 학문과 후학 양성에 전념했던 하서 김인후가 물염정에서 "속세에 많이 취하였다가 / 돌아와보니 삼월 봄이어라 / 강산은 천고의 주인이건만 / 사람은 백년의 손님일 뿐이네"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조화를 읊은 시다. 


-김인후(金麟厚,1510~1560):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자 문장가.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담재(湛齋). 시호는 문정(文正). 18세에 성균관에 들어가 이황 등과 함께 수학, 인종의 스승. 35세 이후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 내려가 학문과 후학 양성에 전념. 제자로는 조희문, 정철, 기효간 등이 있다. 서예와 조경에도 일가견이 있어 '소쇄원48영' '면앙정30영' 등의 시와 '청산도 절로 절로'하는 시조 를 남겼다. 

(참조: 하서송별시/이황 http://blog.naver.com/himoon25/220046566125 ) 

(참조: 학이 된 그리움 http://blog.naver.com/himoon25/220046244556 )

-명양주(鳴陽酒): 술이름인 듯. 인근에 명양(鳴陽=현재 담양 창평/昌平)이라는 고을이 있는데, 새가 우는 양지바른 곳(조봉의 남쪽 땅)이라는 땅이름으로, 남쪽에 조봉이 있고, 그 아래에는 냇물이 있어서 시원스럽게 구비치며 흘러내리다가 넓고 평평하게 퍼지는데 동강(桐江)이라고 하고, 동강조대(桐江釣臺)가 있어, 동강 조국간 형제가 부모를 공양하기 위하여 조석으로 낚시를 했던 곳으로, 제봉 고경명, 하서 김인후 등과 교류하였다고 하니, 그 곳 좋은 물로 빚은 술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제물염정(題勿染亭)  /권필 
 

방장산은 옛 삼한땅 밖이요 /方丈三漢外 

창랑은 천여리가 되는구나 /滄洲千里餘 

정신은 맑아 잠도 오지 않는데 /魂淸無夢寐 

노송에 걸린 달이 빈 창만 밝히네 /松月夜窓虛
 

-권필(權韠,1569~1612): 조선 중기의 문신 ·학자.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정철(鄭澈)의 제자.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보냄.  

(참조: 성수시화/허균 http://blog.naver.com/himoon25/220124494634 )

(참조: 하늘은 어찌 푸르르며 http://blog.naver.com/himoon25/220152267381 ) 

-방장(方丈): 중국의 삼신산 전설에 따르면, 신선이 사는 봉래산(蓬萊山) · 방장산(方丈山) · 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발해(渤海)의 동쪽으로 몇 억만리나 떨어진 곳에, 밑바닥이 없는 골짜기인 귀허(歸墟)의 개울 속에 있는데, 그 산들은 주위가 3만리이고 꼭대기는 너비가 사방 9천리이며, 산과 산 사이가 7만리나 떨어져 있다. 그 정상에 선인(仙人)들이 살고 있는 어전(御殿)이 있고 주변에 불로불사(不老不死)의 과일나무가 있다. 

방장산은 인근의 장성에 있는데, 해발 734m로 그리 높지않으나 표고차가 많고 경사가 심하다. 전망이 좋아 100대명산에 들어 있고 겨울에 눈산행지로 이름이 나있다.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주위의 이름난 내장산, 선운산, 백암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기세가 눌리지 않는 당당함을 자랑하고 있다. 


 

-창주(滄洲): 물염정을 물려받은 물염 송정순의 외손인 나무송(羅茂松,1577∼1653)의 호가 창주(滄洲)다. 

① 동쪽 바다 가운데 있는 신선이 사는 곳. 창랑주(滄浪洲).<동방삭/東方朔 신이경:神異經>  

興酣落筆搖五岳 詩成笑傲凌滄洲(흥감락필요오악 시성소오릉창주 ; 흥에 겨워 붓을 들면 오악을 뒤흔들고, 시를 짓고 오만하기 창주를 비웃네.)<이백:李白 강상음/江上吟>  

輕帆好去便 吾道付滄洲(경범호거편 오도부창주 ; 가벼운 돛으로 잘 가는 게 좋으니, 내 가는 길을 창주에 부치리.)<두보杜甫 강창江漲

② 맑고 푸른 물가. 은자(隱者)가 사는 곳. 강호(江湖).<육운陸雲 태백비泰伯碑>  

路斷方壺無計往 玉芝無奈老滄洲(노단방호무계왕 옥지무내노창주 ; 길이 끊어져 신선 사는 방호산에 갈 계책 없으니, 옥수 지초 같은 훌륭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강호에서 늙어가네.)<이규보李奎報 하풍강범주河豊江泛舟

③ 남송(南宋)의 유학자 주자(朱子, 주희朱熹 1130~1200)가 학문을 강론하던 곳. 

禮當中節 庶稽滄洲舍菜之儀(예당중절 서계창주사채지의 ; 예도는 마땅히 절차에 맞추어, 거의 창주 학궁學宮에서 행하는 사채 의식에 견주게 되리라.)<권우權遇 성균관청제종성공술성공배향전成均館請躋宗聖公述聖公配享箋>



 

 물염정(勿染亭) /서용보(徐龍輔) 


뜻있는 신의 손을 빌어 이 언덕을 개척하여서 /有意神工闢此皐 (유의신공벽차고) 

천연 바위 깎은 벽은 쇠를 녹여 도공이 빚은 듯 /鍊巖削壁苦鎔陶 (련암삭벽고용도) 

맑게 흐르는 물아 인간을 향하여 가지 말라 /淸流莫向人間去 (청류막향인간거) 

가파른 절벽은 오히려 세상 밖에서 높을 수 있거니 /碧嶂猶能世外高 (벽장유능세외고) 

난간에 의지하니 절로 세상근심이 사라지거늘 /憑檻自然消俗慮 (빙함자연소속려) 

근심을 잊으려 하필이면 신선의 술을 찾으랴? /忘憂何必倒仙醪 (망우하필도선료) 

그대는 선조의 유지를 깨닫고 보살필 줄 알아서 /多君解護平泉業 (다군해호평천업) 

무너진 정각을 힘써 고치는 수고를 마다않는구나! /頹閣重修不憚勞 (퇴각중수부탄노) 


-서용보(徐龍輔,1757~1824): 조선 후기 정조.순조 때 문신. 자는 여중(), 호는 심재(). 순조 때 정승. 정순왕후의 신임이 두터웠고 민심이 불안할 때에는 조정을 안정시켰음. 

-평천업(平泉業): 중국 당(唐)나라 때 정승 이덕유(李德裕)가 평천(平泉)에 별장을 지어 수석과 아름다운 꽃(壽石奇花)으로 꾸미고 자손에게 오래 남기도록(萬歲遺傳) 부탁하였다는 고사. 


한사람
한사람 일상·생각

시와 마음. 한사람의 글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