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횡령액 최대 86억 가능성
재산 국외도피 무죄는 유지
"안종범수첩 증거능력 없어"
◆ 국정농단 파기환송 ◆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건의 뇌물 혐의를 판단할 핵심 쟁점인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해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승계작업은 대통령 직무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는 포괄적인 직무권한이 있어 이 부회장 청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해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의 인허가, 금융 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묵시적이지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되면서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동계스포츠재단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인정됐다. 이 지원금에 대해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은 뇌물로, 이 부회장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탔던 말 3마리(살시도·라우싱·비타나)도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뇌물에서 '수수'란 취득을 의미하고, 취득은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자가 법률상 소유하지 않더라도 뇌물로 제공되는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했고 그것의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다면 실질적 사용·처분권을 갖게 돼 뇌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과 최씨 사이에 2015년 11월 15일 살시도와 향후 구입 말들에 관해 실질적인 사용·처분 권한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말 3마리 가격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이 뇌물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은 뇌물과 연결된 횡령액도 늘어나게 됐다. 전합 판결 취지대로 파기환송심에서 판결할 경우 86억원에 이른다. 또 횡령액이 5억원 이상 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가 적용된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5년 이상이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형이 징역 4~7년이다. 이 부회장은 횡령 혐의 외에 다른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경합범의 형량 선고 방식에 따라 징역 5~45년이 가능하다. 다만 재판부가 참작 사유를 들어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이 가능한데, 이는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씩 감경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징역 2년6월~22년6월 범위 내에서 선고가 가능해 집행유예가 가능하긴 하다. 또 이 부회장이 횡령금액을 모두 변제했던 게 항소심에서 감형 사유였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도 이런 사유가 반영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도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정씨가 탄 말값을 외국에 보낼 때 예치 사유를 '우수마필 구입 및 차량 구입을 위한 대금 지급'으로 썼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거짓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가장 형량이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확정된 것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사유다.
또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으로까지 불렸던 '안종범 수첩'에 대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러준 내용인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등은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최씨는 지난 28일 "(조국 후보자에 대한) 팩트가 다 나오는데, (딸 정유라를 비판한 여당은)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 등의 비판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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