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일본 꼴 난다"…한국 디스플레이, 중국에 추월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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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15. 오전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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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디스플레이시장 韓 추월

中정부, 원자재 관세 면제에
토지·용수까지 무료로 지원
2년뒤 중소형 OLED도 선두

"한국도 연구개발·설비투자에
정부가 세제지원해 뒷받침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추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은 2004년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반도체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축 산업이 됐다.

하지만 17년 만에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자국 정부의 물량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지난해 연간 기준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매출액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점유율 41.5%로 한국(33.2%)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뿐 아니라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급속도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미 'OLED 굴기'라는 말까지 쓰기 시작했다.

중국의 추격은 중소형 OLED부터 시작됐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올해 OLED 패널의 생산량을 70% 늘리기로 했다. 패널 생산량이 지난해 6000만대에서 올해 1억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BOE는 현재 청두에 새로운 OLED 패널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말 청두 신공장에서 설비를 가동한다는 목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투자 태세를 보며 "2018년 공급 공세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당시 중국 BOE는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양산을 시작했다. 7조원을 쏟아부은 이 공장 때문에 한국은 그해 LCD 1위 국가의 지위를 중국에 내줬다. 당시 이 결정적 역전의 단초가 된 7조원 규모 생산 기지를 세우는 데 BOE가 낸 돈은 10% 남짓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중국 지방정부와 공공기금의 초저금리 대출로 채워졌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은 프리미엄 디스플레이인 OLED로 이어지고 있다. 당초 한국 기업들은 LCD에서 중국에 1위를 내주더라도 OLED가 대세가 되면 다시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LCD에서 세계 점유율 10% 달성에 10년이 걸렸던 중국은 OLED에서 6년 만에 10%대를 넘어섰다.

업계는 2024년 중국이 중소형 OLED에서 세계 1위 생산국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BOE의 6세대 공장에 더해 올해는 톈마 6세대 공장, 2025년엔 에버디스플레이 공장까지 줄줄이 '화력 보강'이 예고돼 있다.

TV에 주로 들어가는 대형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거의 독점하고 있으나 2024년부터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업계에서는 4년 뒤 대형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15% 이상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고성장 배경은 역시 중국 정부의 지원이다.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는 물론 생산과 판매까지 전 단계에 걸쳐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는 토지와 용수, 전기 등이 무상 지원되고, 가장 큰 투자비를 차지하는 제조 설비도 대부분 보조금으로 설치한다. 반면 한국은 공장 건설에서 정부 혜택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조 설비도 최대 6% 세액공제가 전부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디스플레이 사업자들이 원자재와 소모품도 수입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입 설비에 대한 세금도 6년 동안 분할 납부를 허용한다. 이 같은 혜택은 2030년까지인데 기존 정책이 3~5년 단위였던 것에 비하면 더 파격적인 조치다.

전문가들은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디스플레이 기술 고도화를 위해 민간 부문의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오는 8월 시행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분야를 해당 법안에 포함시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디스플레이 R&D 비용을 법인세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디스플레이 기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제품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기존 재직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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