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쥐꼬리인데 또 오르는 최저임금… 동네가게 "내년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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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7. 오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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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에 절규하는 자영업자

대출도 막혀 더 버티기도 어려워

이 와중에 최저임금 인상 폭탄

"지원금? 백신이나 사라" 비난도




"긴급지원금요? 목말라 죽어가는 이에게 물방울 떨구는 것입니다. 이런 식이면 문 닫는 게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소식이 전해진 27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해물탕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5세)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근본적 대책은 장사를 제대로 하는 건데, 지금처럼 코로나 사태에 경중에 따라 손님을 받았다 말았다 하는 지경이 반복되니 오히려 더 피곤만 하다는 게 그의 투정이다.

박씨는 "지원금으로 백신 구해서 장사나 제대로 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이번 겨울은 자영업자들에겐 빙하기인양 춥기만 하다. 빙하기 맘모스처럼 속절없이 '동사'(凍死)만 기다린다는 게 취재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다.

◇"최저임금 부담에 내년도 막막"= '제대로 장사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은 사실 이번 정부 들어 자영업자들이 뼈저리게 느끼는 심정이다. 정부 출범 이래 최저임금이 두자릿수로 오르면서 매년 허리띠를 한 구멍씩 더 졸라 맸기 때문이다. 내년 2021년 최저임금은 또 다시 오른다. 풀뿌리골목 상권 취재 중에 만난 시장상인 김모(47)씨는 코로나19 탓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와중에도 같이 일하는 종업원을 자르지 않았지만 "이제 정말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연말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 7월보다 더 심화하면서 자영업자들로부터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3세)는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를 벌써 집으로 돌려보낸 지 오래"라며 "최근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는데, 코로나까지 덮쳤다. 내년에도 아르바이트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는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여론조사업체 비욘드리서치에 의뢰해 소상공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10월 19일~11월 5일)에 따르면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70.8%로 집계됐다. 평균 매출 감소 비율은 37.4%였는데, 여가서비스업(43.9%), 교육서비스업(40.4%), 숙박음식업(39.5%)의 타격이 두드러졌다. 종업원 수가 줄었다는 응답은 12.3%로, 숙박음식업(21.9%)과 여가서비스업(15.1%)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로써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고정비용(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임대료(68.8%) 다음으로 인건비(50.6%)가 많이 꼽혔다. 정책지원금 사용처도 임대료(47.3%)뿐 아니라 인건비(19.1%)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 버팀목' 대출도 막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빚을 내는 자영업자도 폭증하는 모습이다. 매출이 줄면서 기댈 곳이 금융권 대출밖에 없어진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684조9000억원)보다 70조2000억원(10.25%) 증가한 755조1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자영업 대출 차주도 229만6000명으로 38만2000명 급증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을 위해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사(私)금융으로까지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10월 말 국내 저축은행 여신 총잔액은 74조3955억원으로 지난해(65조504억원)보다 9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미 돈을 빌린 자영업자는 이자 상환 부담에 직면할 공산도 커졌다. 은행권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의 밀린 이자를 일단은 유예하고 있지만, 내년 3월 이후까지 추가 연장하는 안에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어서다.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자영업 가구의 20%가량은 적자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적자(올해 1월~ 내년 12월 누적 가계수지 기준) 자영업자 가구 비중은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내년 4월 이후까지 연장될 경우 기본(매출 회복)·비관(매출 충격 지속) 시나리오상 각 16.6%, 19.3% 수준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상환 유예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시 비중은 각각 20.3%, 22.4%로 확대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금융지원 조치의 연장을 검토할 때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유동성 위험·상환불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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